일본 정부의 한국 수출 규제에 대한 반발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국내에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사상최대 매출을 올린 무인양품이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해 무인양품은 전년 대비 무려 25.8%나 증가한 137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2004년 한국 진출 이후 사상 최대 실적. 그러나 곳간에 곡식이 넘쳐나는데도 불구하고 무인양품이 지난해 '쥐꼬리'만큼 기부금을 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최근 불매운동과 더불어 더 큰 비난 여론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무인양품, '후쿠시마 플라스틱 논란' 때도 부실한 소비자 응대로 비난 부르더니 이번엔 아예 '무시'?
무인양품의 한국 합작법인인 무지코리아는 2004년 12월 설립됐다. 일본의 양품계획이 60%, 롯데상사가 40%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수익은 급증했는데, 기부금을 오히려 줄였다. 2018년 기부금은 1000만원으로 '생색내기' 수준에 그쳤다. 2017년 2048만원의 절반도 안된다.
더욱이 소비자 불만 처리에 있어서도 아쉬운 부분이 많다는 지적이다.
사실 무인양품을 둘러싼 한국소비자의 불매운동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4월 후쿠시마산 플라스틱 제품 판매 논란이 벌어지면서, 엄마들이 회원으로 활동하는 지역카페를 중심으로 불매운동이 펼쳐진 바 있다. 그러나 당시에도 무인양품 측은 신속히 입장을 발표하기는 커녕, 환불 요구 등에도 무대응으로 일관해 소비자 불만을 가중시켰다. 당시 온라인 게시판엔 "물건 팔고 돈만 벌면 다냐"고 분통을 터뜨리는 불만의 글이 올라왔다.
이번에도 마찬가지. 무인양품 관계자는 본지 질의서를 검토한 후 "특별히 답 할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팩트 체크'를 위해 다시 전화 연결을 시도했으나, 아예 응답을 하지 않는 무성의한 태도를 보였다.
현재 무인양품은 사내에 별도의 홍보전담팀을 두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홍보 전문 인력이나 시스템을 운영하지 않고 있다니 놀랍다. 매출규모에 걸맞지 않는 조직 체계"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불매운동에 대해서도 '이러다 말겠지'라는 식의 안일한 태도를 갖고 있는 것 아니냐"고 비난했다.
특히 무인양품의 경우, 비슷한 콘셉트의 국내 브랜드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는 점에 전문가들은 주목하고 있다. 불매운동 이후 유니클로 대신 한국 브랜드인 탑텐이 주목을 받고 있는 것처럼, 신세계 '자주'에 주목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인 것. "소비자의 불만이나 네거티브 여론에도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기업의 책임을 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업계 전문가들의 말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롯데그룹 전체로 불매운동 불똥 튀나. 아베 '절친'인 신동빈 회장 행보에 관심 쏠려
무인양품을 둘러싼 차가운 기류에서 롯데상사는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 이에 대해 롯데상사 측은 40%나 되는 지분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회사 일인데 뭐라고 하겠냐. 그쪽(무인양품)이 그렇게 말했으면 그런거지, 롯데상사에서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불매운동 이슈와 관련된 무인양품의 안일한 태도에 대해서도 롯데상사는 '나 몰라라'하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애써 이번 이슈와 거리를 두려는 롯데상사나 롯데그룹 측의 바람과 달리, 여론의 방향이 심상치 않다. 유니클로의 지분을 보유한 롯데쇼핑 등 롯데그룹 계열사 주가의 하락이 눈에 뛰는 것. 특히 롯데쇼핑은 지난 10일 1.99% 내린 14만8000원에 거래를 마쳐 52주 신저가를 기록했으나, 11일 크게 반등을 이루지 못하고 14만8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롯데칠성도 10일 전날보다 1.56% 내린 15만8000원에 마감하더니, 11일엔 15만7500원을 찍었다. 롯데지주는 10일 4만400원에 이어 11일 4만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같은 흐름 속에서 한일 양국간 관계가 악화로 불매운동이 장기화될 경우 롯데가 운영하는 합작사들의 실적 뿐 아니라 그룹 전방이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이 가운데 롯데그룹이 오는 16일부터 5일간 사장단 회의인 '밸류크리에이션 미팅(Value Creation Meeting)'을 개최할 예정이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회의에는 롯데그룹 각 계열사 대표와 지주사 임원 등 10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롯데그룹은 해마다 상·하반기 한 차례씩 사장 회의를 열어왔으나, 5일에 걸친 회의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룹 측에선 "사장단 회의와 일본 출장은 정례 일정 중 하나"라고 말을 아꼈으나, 재계 안팎에서는 현재 일본 체류 중인 신동빈 회장이 이날 현안과 관련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편 신 회장의 부친인 신격호 명예회장은 아베 총리의 부친인 아베 신타로 전 외무상, 외조부인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와 친분을 쌓아왔으며, 특히 아베 총리는 4년 전 일본 도쿄에서 열린 신 회장의 장남 결혼식 피로연에도 참석할 정도로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전상희 기자 nowat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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