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중은행들의 불합리한 가산금리 책정이 금융당국으로부터 줄줄이 경고를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와 관련된 논란이 재점화됐다.
경영유의는 금융회사의 주의 또는 자율적 개선을 요구하는 일종의 행정지도다. 금감원으로부터 이를 통보 받은 금융사는 3개월 이내에 해당 내용들에 대한 개선·대응 방안을 제출해야 하고, 이 제출안이 부적정하다는 판단이 내려지면 금감원의 직접적인 제재를 받을 수 있다.
이번 경영유의는 은행들이 합리적인 이유가 없거나 불투명하게 가산금리를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씨티·스탠다드차타드·KEB하나은행 등은 가산 금리 산정에 쓰이는 리스크·유동성 프리미엄 지표 산출 절차 개선을 통보받았다.
우선 씨티은행은 매월 1회 이상 검토하도록 정한 유동성 프리미엄을 2015년 1월 이후 4년 넘게 바꾸지 않고 동일값을 계속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유동성 프리미엄이란 일종의 리스크 관리 비용으로, 씨티은행의 경우 내규상 이에 대한 세부 산정기준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씨티은행에서는 일선 영업점 은행원이 실수나 고의로 금융소비자의 금리를 부당하게 책정한 사례도 적발됐다.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도 신용등급이 낮은 가계대출 차주 등에 대해 대출연장 시 차주의 신용위험을 감안해 신용프리미엄을 합리적으로 산정하지 않고, 만기연장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차주에 대해 조정가산금리를 부과한 사실이 있었다.
하나은행은 2015~2016년 시장금리 하락 시기에 오히려 은행 내 유동성 확보를 목적으로 리스크 프리미엄(은행 조달금리에서 기준금리를 뺀 값)을 인상하는가 하면, 신용 프리미엄(차주 신용등급과 담보 등에 따른 예상 손실 비용)을 산정할 때도 일부 기업대출 금리만 인하하고, 가계대출 인하 여부는 검토조차 하지 않는 등 일관성이 결여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내부 심사위원회 심사 없이 부서장 회의만으로 리스크프리미엄 인상 결정을 하는 등 심사절차를 소홀히 한 점도 지적됐다.
KB국민은행은 별 다른 이유없이 우대금리 평균값을 대출 가산금리에 더해 대출 금리를 책정해, 가산 금리 설정에 쓰이는 기반 수치 계산 과정에 허술한 지점이 있었다는 점을 지적 받았다. 대출 가산 금리 요소인 이익률 산정 시 경영 목표 등을 감안해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절차가 적용돼야 함에도, 상품 이익률을 정할 때 이와 무관한 과거 1년 동안의 고객 우대 금리 평균값을 가산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받은 것.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대출자 개개인의 리스크를 반영하지 않은 점을 지적 받았다. 대출 이자율을 산출할 때 차주의 담보 등 기초 정보에 근거해 이를 정해야 하는데도, 이들 은행이 일부 가계대출 취급 시 통상 과거 유사 상품의 가산 금리나 시장 상황만 고려해 최종 금리를 결정해 왔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이들 은행에 앞으로 가계대출 가산 금리 산정과 운영 체계를 강화하라고 요구했다.
한편 이와 관련 지난해 일부 은행의 대출금리 조작 논란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지난해 금감원은 시중은행이 대출 금리를 조작해 부당 이득을 챙겼다고 밝히고 제재를 예고한 바 있다.
특히 대출금리를 과다 산정해 고객에게 26억원의 부당 이자를 취득해 파문이 일었던 경남은행의 제재 수위가 금융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지난 22일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A.I.가 여는 미래금융의 세계' 특강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경남은행 부당 금리 부과와 관련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남은행은 100곳이 넘는 점포에서 1만2000건이나 대출금리를 과다 부과한 것으로 드러나 고의성 의혹을 받고 있다.
다만, 현행 은행법에서는 은행이 자체적으로 대출금리를 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대출금리를 부당하게 산정했을 때 제재할 근거는 뚜렷하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또한 금융권 일각에서는 이 같은 금감원 조치가 과도한 시장 개입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그러나 정보 공개 및 금융소비자 보호가 주요 사안으로 떠오른 만큼 당국의 금리 규제는 당분간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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