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개발이 목적…출발부터 '삐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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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리조트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통하는 A모씨의 단언이다.
대체 이게 무슨 말일까?
지금 국내 대다수의 리조트들은 부동산개발업을 목적으로 출발했다. 다시말해 값싼 땅을 구입해서 콘도·호텔 등을 지어 그 가치를 높여 분양, 개발이익을 이미 극대화 시킨 경우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이미 본래의 목적인 부동산개발사업을 통해 목돈을 벌어 들였다.
부동산 개발업자로 출발해 그 이익을 환수했으니 운영 수익은 이미 본질이 아닌 셈이다. 고객의 힐링과 만족을 위한 인프라 구축, 콘텐츠 확보, 나아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리조트 운영과는 이미 거리가 멀어진 셈이다.
게다가 만성 경기침체로 비수기가 이어지고 있으니 상황은 더욱 그러하다.
'부동산 개발업 vs 환대서비스사업'. 한마디로 태생과 현재가 다른 것이다. 회원제 리조트의 경우 분양이 목표다. 시작부터 투자금의 신속회수를 최고의 목표로 삼는다. 또한 분양주체와 운영주체가 종종 다르기도 하다. 따라서 이후 영업이익이 나지 않을 경우 서비스의 질도 함께 추락하는 게 공식처럼 되어 있다. 회사로서는 인적·시설 서비스에 그만큼 재투자를 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리조트의 간판만 떼면 어느 리조트인지 모를 정도로 시설이나 객실구조 등 수준이 획일적이다. 물론 프리미엄 리조트를 지향하며 개성을 강조하는 곳도 속속 나타나고 있지만 아직까지 구태가 더 많다.
관광산업은 하스피탤리티(Hospitality, 환대)산업이자 행복산업이다. 소비자의 니즈에 걸맞은 인프라를 확충해서 고객만족, 행복의 질을 높여 줘야 하는 영역이다. 일상을 열심히 꾸려온 사회구성원들에게 편안한 휴식을 제공하고 원기를 재충전한 고객들은 다시 산업현장에서 제몫을 톡톡히 해내는 그런 선순환 구조를 이끌 수 있는 중차대한 영역인 것이다. 그래서 '먹튀' 수준의 기업경영 인식으로는 글로벌 경쟁력은 고사하고 본래 존재 이유에 조차 다가 설 수가 없다.
재벌기업의 리조트 사업이 부동산유지·개발업에 경도되어 있다는 이같은 비판에 대해 물론 다른 의견도 있다.
리조트 사업은 쉽게 차익을 낼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초기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장치산업이다 보니 투자회수 기간이 길어서 결코 매력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 공시지가 인상에 따른 세금 부담이 만만치 않을 뿐더러 덩치 큰 부동산의 경우 환금성이 쉽지 않다는 점도 사업의 매력도를 떨어뜨린다는 주장이다.
오너들의 그릇된 마인드도 사업에 장애
이처럼 사업성이 부족한 영역임에도 재벌기업들은 왜 곳곳에 리조트를 짓고 운영을 할까?
우선 관광을 미래 블루오션 영역으로 진단하며 야심차게 사업에 뛰어든 경우도 적지 않다. 최근 한반도 평화시대를 맞아 한참 주가를 올리고 있는 동해안 벨트 고성~양양~삼척 구간과 남해안 벨트 등에는 미래 남북관광, 해양관광 활성화를 겨냥한 기업들이 속속 진출하고 있다.
이와는 달리 업계에서는 오너들의 개인취향과 과시욕 또한 리조트사업 동참의 원인이라고 입을 모은다.
'모 기업 오너가 골프장에서 푸대접을 받자 홧김에 프리미엄 골프장 건립을 지시했다'는 소문은 정설처럼 업계의 유명 일화로 전해진다.
물론 시작은 다소 체계적이지 못했더라도 그 운영이 제대로 이뤄지게 된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쉽지는 않다.
다분히 오너 개인적 관심사로 출발한 경우, 리조트의 건축부터가 삐걱거린다. 오너 개인취향 반영에 집착한 나머지 유명 건축가를 동원해 놓고도 본래 갖춰야할 건축미나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오너들의 전근대적 마인드는 리조트 내에 구축한 오너 전용시설에서 절정을 이룬다. A사의 경우 각 사업장마다 화려한 오너 전용 숙소와 시설을 갖춰 놓고 있다.
"오너가 리조트에 뜨게 되면 그 부담이 백배로 가중된다. 고객 응대 보다 10배는 더 신경이 쓰이는 게 오너 관련 의전"이라며 한숨짓던 한 리조트 관계자의 우울한 고백이 귓전을 맴돈다.
더 심한 경우도 있다. B사의 경우 마땅히 명물 조각상, 관광인프라가 들어서야 할 자리에 내방객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창업주 동상을 세우기도 했다. C사는 한 때 오너 일가 전용 슬로프를 운영하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변화하는 환경
우리를 둘러싼 환경의 변화는 리조트 사업부진의 가장 큰 현실적 문제가 되고 있다.
우선 기후변화가 가장 크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폐해는 이미 10여 년 전부터 시작됐다. 춥지 않은 겨울, 눈없는 겨울은 스키장 영업에 큰 타격을 안겨 주었다. 또 여름철 폭염은 그 시기 레저활동 인구 자체를 감소시키고 있다. 지난 2년 사이 무더위에 야외 테마파크는 직격탄을 맞았다. 그나마 상대적으로 형편이 나았다는 실내 테마파크도 큰 재미를 보지는 못했다. 무더위에 나들이 자체를 삼간 것이다.
이제는 중국발 미세먼지가 큰 문제다. 미세먼지가 공습하는 날이면 확연히 외부 레저활동 인구가 줄어 든다. 올 시즌 스키장들도 이같은 여파를 겪어야 했다.
인구감소와 트렌드 변화도 리조트 산업 수지 악화에 한 몫을 하고 있다. 고령화시대 인구절벽현상은 해를 거듭할수록 레저활동인구 감소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업계에서는 진단하고 있다. 더불어 게임, 모바일, 스포츠몬스터 등 실내 익스트림 레포츠 등의 활성화로 대별되는 트렌드의 변화는 스키 등 아웃도어 레저인구를 현격히 감소시키는 주요인이 되고 있다.
여기에 만성 경기침체에 따른 취업난, 경제활동 인구 감소 등 가벼워진 주머니 사정도 문제다. 젊은이들이 겨울이면 적어도 한 번쯤 스키슬로프를 질주하던 통과의례 조차도 이제는 부담이 되는 시절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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