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모델.
프라모델은 대부분 도색을 한다는 점에서 조립만 하는 피규어와 차이가 있다. 또 작동이 되지 않기에 RC(무선 조종) 모델과도 구분된다.
이 가운데 특히 군대, 전쟁 등과 같은 '밀리터리(military)' 아이템의 프라모델 제작에 매료된 이들이 있다.
동호회까지 만들어 활동 중인 그들로부터 밀리터리 프라모델의 매력과 그에 얽힌 이야기 등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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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에 위치한 음악카페 '뮤직하우스'.
업소 문을 열고 들어서자 '잘못 찾아온 것 아닌가'할 정도로 완성된 프라모델들이 입구부터 진열돼 있다.
주방으로 가는 길 외에 20평 규모의 매장 내부는 사방이 프라모델 관련 아이템들로 빼곡하게 자리하고 있다. 심지어 공간이 비어 있을만한 벽에도 프라모델 상자들이 아슬아슬할 정도로 쌓여 있다.
이곳은 '프라모델 밀리터리(프라밀)' 동호회 대표를 맡고 있는 장영훈씨의 가게.
그의 카페와 창고에 보관중인 밀리터리 관련 프라모델은 500점 이상으로, 구입가격으로만 쳐도 1억 원이 훌쩍 넘는다.
장 대표가 3년여 전에 만든 프라밀 동호회는 현재 1300여 명이 가입돼 있다. 남녀의 비율은 9대1 정도로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다.
이에 대해 장 대표는 "남자의 로망 때문 아니겠는가"라며 "대부분 남성이 여성보다 전쟁, 군대 등에 관심이 더 많아서 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프라모델 제작은 시간과 비용 등의 투자가 어마어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밀리터리 관련은 더욱 그렇다.
그래서일까. 동호회를 구성하는 주 연령층은 40~50대의 중장년층이 대부분이다.
사회적으로나 가정적으로 시간적 여력이 많아진 어른들이 새로운 놀거리를 찾은 것이다. 또한 수만 원에서 수십만 원을 들여 조립 전 제품 한 개를 구입하기에 상대적으로 경제적 여유가 있는 중장년층이 많을 수 밖에 없다. 일부 회원들은 30만~40만원을 들여 외국에서 구입해 오기도 한다. 국내 제조사는 사실상 한 곳에 불과해 온라인 쇼핑몰에서 해외 브랜드 제품을 구매하는 등 수입 의존도도 높다.
여기에 옛 추억도 프라모델에 빠지는 이유 중 하나다.
50대 후반인 장 대표는 "어릴 적엔 웬만한 부잣집이 아니면 학교 앞 문방구에 걸려있는 프라모델은 그저 구경만 할 수 밖에 없었다"면서 "당시 갖지 못했던 아쉬움 때문에 뒤늦게 프라모델 제작에 빠진 것 같다"고 전했다.
'프라밀'은 순수 동호회로 월 회비가 없고 정례 모임도 아직은 없다. 다만 지역별 소모임을 통해 관련 정보 및 제작 방법, 구입 요령 등을 서로 나누고 있다.
프라밀 동호회를 만들게 된 이유가 궁금했다.
장 대표는 "3~4년전 개인적으로 큰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있었다"면서 "무엇인가 다른 일에 집중하고 싶어 프라모델을 시작했고, 다른 사람들과 정보를 나누고 싶어 모임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수개월 걸리는 '예술 작품'…10배 차익 남기는 '재테크'도 가능
밀리터리 프라모델을 제작하는 과정은 '예술 작품'이나 다름없다.
제작시간이 며칠은 기본이고 수개월이 걸리기도 하는 것.
전차, 장갑차 제작 등은 상대적으로 소요기간이 짧은 편이지만 항공모함, 구축함 등은 수 십, 수백 배의 정성이 필요하다.
단순 조립만 한다면 하루 일이지만 이들은 세부적이고 실감적인 표현을 위해 시간과 정성을 쏟는다.
제작과정을 보면 손톱보다 작은 부품 하나하나에 거친 질감을 내기 위해 사포질은 기본이고, 명암 처리 및 빈티지 제작을 위한 페인트 도색, 마감처리를 위한 광택제 분사 등을 거친 뒤 조립이 이뤄진다.
사실적인 재현을 위해 붓, 면봉, 솜, 스펀지, 스트로(빨대) 등 일상 생활용품 뿐만 아니라 전문 스프레이, 특수 물감 등 전용 기기들도 사용된다.
이같은 섬세한 제작과정 때문에 눈의 피로도와 목·어깨 등 관절의 뻐근함은 이들에겐 자연스런 현상이다.
장 대표는 "말 그대로 생고생을 하지만 완성한 후 보면 말로 표현 못할 뿌듯함이 밀려온다"면서 "결국 자기만족감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완성된 작품을 옮기는 과정 중 파손되면 어떨까.
엄청난 상실감과 심적 충격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
그러나 이들은 파손된 그 자체를 재창조하기도 한다. 전투 중 파괴된 것처럼 역사 속 한 장면으로 만들어내는 것. 이른바 실감나는 디오라마(전투 장면 등을 재현)를 구성하는 것.
이처럼 파손에 대한 우려 때문에 집이나 창고 이사를 엄두도 못내는 게 보통이다.
밀리터리 프라모델 제작에 대한 장점으로 재테크와 인적교류, 정신건강 등을 꼽는다.
직장인인 한 동호회원은 3만~4만원에 제품을 구입, 퇴근 후 며칠 동안 작업한 작품을 30만~40만원에 판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해외에서도 유명한 프라모델러로 통한다.
또한 본인이 만든 작품을 영화나 드라마 촬영시 빌려주고 대여료를 받기도 한다.
장 대표 역시 국내 영화 제작사에 탱크, 전투기 프라모델을 제공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프라모델 문화가 발달한 외국의 경우 은퇴한 장·노년층이 창고에 모여 함께 만들고 노하우를 공유한다"면서 "작은 부품 하나하나를 직접 손이나 도구를 이용해 잡고 작업을 하기 때문에 집중력 향상과 함께 치매 예방에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지금도 완성된 작품을 보면 심장이 뛴다"면서 "향후 국내에 프라모델을 전시하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갖춰진 카페를 여는 것이 꿈"이라고 덧붙였다.
중년들의 닦고 조이고 기름치는 프라모델 사랑은 오늘도 뜨겁다.
글·사진=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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