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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CJ ENM 고문(56)의 행보를 놓고 엔터비즈니스계가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카카오 측은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을 아끼고 있으나, 업계에선 김성수 고문의 카카오행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김 고문은 이달 초 카카오의 콘텐츠 계열사인 카카오M이 주관하는 '카카오와 함께하는 2018 멜론뮤직 어워드(MMA)'에 참석, 주목을 받기도 했다.
2019년 엔터비즈니스계의 핫이슈로 주목받고 있는 김성수 고문의 거취를 둘러싼 이야기와 전망을 분석해본다.
김성수 고문과 김범수 카카오 의장(52)은 '호형호제'하는 막역한 사이다. 김범수 의장이 네이버 시절, 김 고문을 직접 찾아가 온미디어 바둑TV의 콘텐츠 제휴 등을 논의하면서 본격 인연이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6월 처음 김 고문의 사퇴설과 카카오 이적설이 수면 위로 떠올랐을 때 업계에선 "오랜 친분으로 쌓아진 상호 신뢰가 대단하다. 충분히 가능한 일" 이라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김 고문이 CJ E&M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시점은 CJ E&M과 CJ오쇼핑이 합병해 새 법인 CJ ENM으로 출범한 지난 7월이다. 이에 앞서 지난 6월 김 고문의 CJ E&M 대표이사 사퇴설과 관련한 스포츠조선 취재에 CJ 측은 "여러 설이 돌지만 공식적으로 답할 수 있는 부분은 없다"며 즉답을 피한 바 있다. 이는 CJ 오너가에서 막판까지도 김 고문의 퇴사를 만류했기 때문이었다는 분석이다. 김 고문이 CJ E&M 대표로 근무하던 시절부터 오랫 동안 함께해온 한 측근은 "처음 사퇴 의사를 밝혔을 때 오너가에서 적극 만류를 했으나, 김 고문이 끝까지 뜻을 굽히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김 고문의 카카오행에 대해 업계에서 주목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엔터비즈니스계의 판도를 뒤집을 절대강자의 탄생을 예고하기 때문이다. 김 고문의 CJ E&M 사퇴설이 돌았을 당시 넷플릭스 이적설이 같이 언급됐는데, 그만큼 그의 콘텐츠 제작 능력에 대한 업계 평가가 높다는 이야기다.
1990년 제일기획의 광고기획 영업국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김 고문은 1995년 투니버스 방송본부장, 2000년 온미디어 총괄본부장과 대표이사 등을 거쳤다. 그리고 지난 2009년 온미디어가 CJ에 인수된 후 2011년부터 CJ E&M을 8년간 이끌었다. 총괄대표 자리에서 지상파가 시도하지 못하는, 차별화된 콘텐츠로 승부수를 던졌다.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부터 '꽃보다 할배' '삼시세끼' 등으로 콘텐츠의 힘을 보여줬다. 2013년 잠시 대표직을 내려놨으나 경영 일선 복귀 이후 방송과 영화, 음악·공연, 게임사업 등 전 사업영역을 총괄하며 적자에 시달리던 CJ E&M을 흑자로 돌린 1등 공신이다.
따라서 김 고문의 카카오행은 엔터왕국 CJ ENM의 '성공 엔진'을 카카오M이 고스란히 이식 받게 됐음을 뜻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김 고문의 최측근이자 CJ의 자회사인 스튜디오 드래곤을 만든 이준호씨가 올해 초 카카오 자회사인 메가몬스터에 합류, 최근 드라마 '붉은 달 푸른 해'를 선보인 것처럼, 김성수 사단의 합류가 이어질 경우 그 영향력은 무섭게 커질 전망이다.
여기에 최근 거침없는 M&A를 통해 업계 영향력을 무섭게 확대해가고 있는 카카오 김범수 의장의 야심이 더해질 때, 이후 이들의 시너지 효과는 업계 재편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메가톤급 파괴력을 갖게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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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가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여러 분야에 걸쳐 상당히 공격적으로 인수 합병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간 엔터업계에서 절대 강자로 통했던 CJ 아성을 뛰어넘지 못하란 법도 없다"고 말했다.
멜론을 인수한 카카오가 연말마다 개최하는 가요 시상식 MMA가 단시간내에 업계 주목을 받는 것만 봐도 그렇다. CJ의 연말가요시상식인 MAMA에 그간 CJ와 불화설이 돌았던 소속사 가수들이 불참해 온 것과는 대조적으로, 올해 MMA에는 SM·YG·JYP 등 국내 대표 매니지먼트사 소속 스타가 총출동해 MAMA 못지않은 영향력을 뽐냈다.
김성수 고문이 진두지휘할 것으로 알려진 카카오M은 지난 8월 이엔컴퍼니란 사명으로 설립됐으며, 기존 로엔엔터테인먼트에서 멜론사업부 등을 제외한 음악·영상 콘텐츠, 매니지먼트 사업을 가져왔다. 현재 이제욱 카카오 CMO(Chief Music Officer)가 카카오M 대표이사를 겸임하고 있다. 이제욱 대표이사는 SK와 SK M&C를 거쳐 멜론컴퍼니 대표를 지내면서 멜론을 국내 대표 음악 플랫폼으로 키워냈다. 이 대표의 오랜 노하우를 통해 카카오M의 관련 분야에서 파워를 키우는데 성공했다면, 이젠 김성수라는 '미다스의 손'이 영상콘텐츠 분야에서 카카오의 새로운 성공을 이끌어낼 전망이다.
카카오는 카카오M을 세우기에 앞서 모바일영상 제작회사 '크리스피 스튜디오'와 드라마 제작회사 '메가몬스터' 등을 만들었으며, 지난 6월엔 BH엔터테인먼트 제이와이드컴퍼니 숲엔터테인먼트 레디엔터테인먼트 등 4개 회사와 전략적 지분투자 및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콘텐츠 제작에서 전 과정을 아우를 수 있는 토대를 다져온 것이다.
카카오가 영상 사업에 이처럼 공을 들이고 있는 이유는 1차적으로는 카카오 자체 유통 플랫폼 활성화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한발 더 나아가 넷플릭스 등 해외 동영상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시장에 대한 기대도 크다. 증권가에 따르면 CJ ENM의 자회사인 스튜디오드래곤이 넷플릭스에 판매한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회당 판권 가액은 약 12억원에 달한다. 특히 메가몬스터가 카카오페이지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한 제작 드라마로 인기를 얻을 경우 IP 가치가 급격히 올라갈 뿐 아니라 라이선스 판매를 통해 '잭팟'을 터뜨릴 수도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카카오 측은 김성수라는 '엔터괴물'을 수장으로 맞아들이기에 앞서 부쩍 더 공격적인 행보를 보여주고 있는데, 이달 초 카카오M은 이사회 결의를 통해 메가몬스터에 6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최근 첫 제작 드라마인 '붉은 달 푸른 해'를 통해 성공적인 신고식을 치른 메가몬스터는 카카오페이지 웹소설 원작 드라마 '진심이 닿다'의 내년 1월 tvN 방영을 준비하고 있다. 앞서 카카오는 카카오페이지 웹소설 IP 기반으로 스튜디오드래곤이 제작한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를 통해 2차 저작물 콘텐츠의 가능성을 제대로 맛본 바 있다. 이번에는 메가몬스터가 직접 제작에 나서기에, 1차 콘텐츠(웹소설이나 웹드라마)의 제작·유통에서 2차 가공, 유통으로 이어지는 공급망을 본격 가동하게 된 셈이다. 더불어 콘텐츠 생태계의 흐름을 웹 콘텐츠의 절대보고인 카카오에 유리하게 재편성하게 되는 것도 가능해진다. 이 부분에 있어서만큼은 특히 카카오가 CJ보다 절대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투자증권 업계 전문가는 "잠재력만큼은 CJ를 위협하기에 충분하다. 다양한 채널에 수년간 누적된 콘텐츠, 공격적인 투자에 김성수라는 명장까지 만난 카카오M이 2019년 업계 판도를 어떻게 뒤흔들어놓을지 관계자들은 큰 기대를 걸고 있다"며 "벌써부터 카카오M의 카카오로부터의 독립과 단독 상장설이 도는 것만 봐도 업계에서 얼마나 큰 기대를 갖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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