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사로운 가을 햇살이 내리쬐는 10월 하순, 강원도 양양은 가을색이 완연하다. 병풍처럼 둘러쳐진 알록달록 설악의 준령이 그렇고, 찬바람에 선명함을 더해가는 동해의 바다 빛깔도 그러하다.
글·사진 김형우 관광전문 기자 hwkim@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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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하순, 가을이 홍시처럼 무르익을 즈음 강원도 양양 남대천에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연어의 귀환 행렬이다. 35년 전 치어방류사업을 시작한 이래 연례행사처럼 이어지는 광경이다. '2018 고향 방문 연어떼'는 하루 수백·수천 마리씩 열을 지어 힘차게 남대천의 물살을 거스른다. 3~4년 전 방류한 녀석들이다. 수년 전 따스한 봄 햇살 아래 남대천에서 노닐던 치어들이 고향 하천을 출발, 동해와 멀리 중부태평양, 베링해, 오츠크해를 거쳐 만 3~4년 만에 다시 그 물줄기를 찾는 중이다.
연어의 회귀율은 0.5% 남짓 된다. 200마리 중 1마리 꼴인 셈이다. 연어가 갖은 고초를 무릅쓰고 모천으로 회귀하는 이유는 산란을 위함이다. 이후 연어는 생을 마감한다. 한 마리의 암컷이 평균 3000여 개의 알을 낳으니, 부화된 치어 중 열댓 마리 남짓이 다시 모천을 찾는 셈이다.
양양 남대천은 국내 회귀 연어의 65%가 찾을 만큼 회귀율이 높다. 이는 대대적인 치어 방류 말고도 '좋은 산란 환경'을 꼽을 수 있다. 남대천은 물이 맑고 바닥에 작은 자갈이 많아서 자연산란에 최적의 여건을 갖추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연어 방류사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연어 포획 작업도 벌인다. 포획은 남대천 하류에 자리한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내수면생명자원센터, 주문진 연곡천 등지에서 귀환 시기에 맞춰 이뤄진다. 강폭을 가로 질러 두 줄로 그물을 세워 수로를 만들고 하류 쪽을 열어서 상류로 올라오는 녀석들을 가두는 방식이다.
작업은 주로 이른 아침에 이뤄진다. 어른 허벅지만한 것들은 80~100cm크기에 6~8kg씩 무게가 나간다. 힘이 워낙 세서 웬만큼 움켜잡지 않으면 놓치기 일쑤다. 연어는 바다에서는 은빛을 띤다. 하지만 민물로 들어서면서는 번식할 때 나타나는 특유의 혼인색으로 변한다. 올가을 포획된 연어들은 채란과 수정과정에 협조하게 된다. 여기서 부화된 치어가 5cm가량 자라면 내년 봄 방류대열에 나서게 되는 것이다. 내수면생명자원센터는 올해 남대천에서만 어린 연어 640만 마리를 방류한 바 있다.
한편 내수면생명자원센터 연어생태체험관에서는 연어에 관한 모든 정보를 만날 수가 있다. 연어의 부화와 성장 과정, 연어 회귀도 등을 통해 연어의 일생을 살필 수가 있다. 더불어 연어 통조림 등 가공식품과 연어껍질로 만든 지갑, 연어를 활용한 바이오 제품 등도 전시되어 있다. 내수면생명자원센터는 가을에는 어미 연어 맞이, 봄철은 어린 연어 보내기 생태 체험 행사도 무료로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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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군은 연어의 모천회귀시기에 맞춰 축제(http://salmon.yangyang.go.kr)를 벌인다. 마침 설악산 단풍이 절정을 이루는 때로, 올해는 이달 18~21일까지 4일간 양양 시내 남대천 일원에서 펼쳐진다.
연어 맨손 잡기 체험 등 다양한 이벤트가 이어진다. 연어맨손잡기 체험에서는 1인당 연어 한 마리로 포획을 제한한다.
이밖에도 연어열차 생태 견학, 연어 소원 등 달기, 연어 탁본 뜨기 등 다양한 체험 거리가 펼쳐진다. 축제장에서는 연어요리, 양양 토속 별미 등도 맛볼 수 있다.
◆맛있는 양양 가을 미식기행
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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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 심마니들은 송이 먹는 법으로 이른 아침 따온 싱싱한 것을 흙만 털어내고 날것으로 먹을 것을 권한다. 그래야 아삭아삭 씹히는 질감에 입 안 가득 퍼지는 은은한 솔 향을 제대로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송이를 그냥 먹기도 하지만 살짝 익혀 먹으면 송이의 쫄깃한 맛과 진한 솔 향을 한꺼번에 맛볼 수가 있다. 프라이팬에 살짝 구워서 소금에 찍어 먹는 게 일반적 요리법이다. 이밖에도 애호박송이볶음, 송이밥, 송이장조림, 샤브샤브, 전골, 칼국수, 송이주 등 다양한 요리로 가을의 미각을 맛볼 수가 있다. 양양에서는 대체로 고기집에서 송이구이를 즐기거나 송이버섯전골, 송이돌솥밥 등을 주로 맛볼 수 있다.
섭국
양양의 또 다른 미식거리로는 섭국을 들 수가 있다. 자연산 홍합을 강원도 양양 지방에서는 '섭'이라고 부른다. 남해안에서 건져 올린 홍합에 비해 더 쫄깃 거리는 게 자연의 느낌을 더한다. 듬성듬성 섭을 썰어 넣고 부추, 미나리, 양파, 마늘, 당면, 된장 등을 풀어서 칼칼하게 끓여 낸 게 맛과 영양 모두 흡족한 보양별미가 된다. 섭이 해산물인 관계로 그 맛이 추어탕과는 좀 다르다. 매운탕도 아닌 것이 걸쭉한 듯 칼칼 구수한 맛을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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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은 일반 홍합과는 모양이 좀 다르다. 껍데기가 흑진주처럼 반들거리고 보랏빛이 살짝 감도는데, 양식보다 두어 배 큼직하고 또 그만큼 비싸다.
도루묵
이맘때부터 강원권 동해안의 별미거리로는 도루묵을 빼놓을 수가 없다. 값비싼 어종은 아니지만 추억의 맛을 지녔다. 갯내음 물씬 풍기는 포구 주변에서 갓 잡아 올린 싱싱한 것들을 굽고 끓여 먹는 맛이 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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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에서는 죽도해수욕장이 바라다 보이는 동산항 방파제 주변이 곧잘 잡힌다. 강현면 물치항에서는 초겨울 도루묵 축제도 벌인다.
◆여행메모
가는 길
자동차=서울양양고속도로~동해고속도로~양양IC교차로 양양-속초 방면~구교교차로~북단교차로 낙산대교 방면 좌회전~남대천
둘러볼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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