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공급 확대와 거래세 인하라는 양대 축으로 전환될 전망이다. 지난해 8·2 부동산 대책 이후에도 서울 집값이 연일 고공행진을 벌이자 당·정·청은 연일 부동산 관련 굵직한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집값 안정을 위한 정부 정책 기조에 큰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그 대표적 변화는 공급확대다.
이처럼 여당과 청와대에서 주택 공급 확대에 공감을 표시한 만큼 정부의 신규 택지 지정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일단 국토부는 추석 전에 아직 지구지정을 하지 않은 30곳 중 일부 택지의 위치를 정하고 언론에 공개할 방침이다.
다만 과거 참여정부 때처럼 신도시 개발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이다. 신도시 개발이 장기적으로는 주택공급 효과가 있겠지만 단기적으로는 오히려 투기수요를 자극해 시장이 혼탁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주택 공급확대와 함께 당·정은 보유세를 대폭 강화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이해찬 대표가 지난달 30일 "3주택 이상이거나 초고가 주택 등에 대해선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강화를 검토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데 정부에서도 강력히 검토해 주길 바란다"고 밝힌 것을 시작으로 종부세 인상안에 대한 검토가 진행 중인 것.
보유세 강화에 맞춰 거래세 인하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3일 인터뷰를 통해 '보유세를 높인다면 양도세 등을 낮춰야 한다'는 야권의 주장에 공감을 표하며 "집값 폭등 사태가 없더라도 가격이 안정되면 자유롭게 거래하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실제 정부 대책이 발표될 때마다 주택 매물 잠김 현상을 완화하고 거래의 숨통을 틔우기 위해 양도소득세 등 거래세는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그럴 때마다 정부는 다주택자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양도세 강화를 내세웠고 투기수요를 막기 위해서라도 양도세 인하는 불가능하다며 난색을 표해왔다.
그런데 이런 내용이 이제는 여당과 청와대에서도 언급되면서 정부 정책 노선 수정으로도 이어질 분위기인 것. 국토부 관계자는 거래세 인하 방안에 대해 "종부세 개편 등 집값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세제 개편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함께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거래세 인하 검토는 임대사업자의 세제 혜택 축소 방안과 연계돼 이뤄질 전망된다. 앞서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등록 임대사업자에 대한 양도세 등 세제 혜택이 과하다고 밝히고 혜택을 축소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기획재정부와 국토부는 시장이 과열된 지역에서 신규 주택을 취득해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는 경우 일부 세제 지원을 축소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