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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가이드-응급조치]집 떠날 때 알아두면 쓸모 있는 응급조치 A~Z

이규복 기자

기사입력 2018-08-16 11:12





올해처럼 피서(避暑, 더위를 피해 시원한 곳으로 옮김)라는 말이 절실하게 다가온 여름은 없을 것 같다. 재난 수준의 고온 다습한 날씨가 이어지며 해수욕장은 물론, 산과 계곡에도 피서를 떠나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가까운 산이나 강으로 나와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 사람들도 많았다. 하지만 무작정 야외로 떠났다가는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예상치 않은 곳에서 다치거나 상처를 입을 수도 있고, 자칫 더 큰 상처와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름철 피서뿐만 아니라 봄에는 꽃놀이, 가을에는 단풍 구경 등 사계절 내내 야외로 나갈 일은 많다. 야외로 나갔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응급상황에 대해 김경수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곽영호?송경준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왕순주 한림대한강성심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의 도움말로 각각의 대처법을 알아본다.
이규복 기자 kblee341@sportschosun.com


◇상처에서 피가 날 경우

산이나 바다 등 야외에는 날카로운 물체가 산재한다. 깨진 병 등이 대표적인 것인데 이것들은 피부에 깊은 상처를 내기 쉽다. 이때 동맥에 손상을 받으면 출혈의 정도가 심해서 심각한 위험을 동반할 수도 있으므로 일단 상처 부위에 출혈이 있으면 피의 성질을 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상처가 피부에서 깊지 않고 피의 색이 검붉으며, 출혈 부위를 압박할 때 쉽게 멎으면 정맥으로부터의 출혈이므로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반대로 깊은 부위에서 선홍색의 피가 박동을 치면서 뿜어 나오면 동맥의 손상을 의미하므로 다음의 요령으로 응급처치를 해야 한다.

우선 환자를 눕히고 가능한 한 상처 부위를 높인다. 그 다음 상처 부위를 살펴서 상처를 낸 물체, 예컨대 유리나 나무 조각 등을 눈에 띠는 대로 모두 제거한다. 이때 상처 속에 있는 물체를 찾아 상처를 후비는 일은 절대 삼가야 한다.

이후 깨끗한 수건이나 헝겊을 상처 부위에 대고 눌러서 지혈을 시도하며, 그 위를 단단히 묶는다. 이때에도 지혈을 목적으로 상처와 가까운 부위를 고무줄 등으로 너무 강하게 졸라 묶는 것은 전체의 혈액순환을 차단시킬 수 있으므로 좋지 않다.

만일 상처 부위에서 출혈이 계속돼 피가 배어 나온다면 상처를 누르고 있는 수건이나 헝겊을 풀지 말고 그 위에 다시 조금 더 센 힘으로 묶어 주는 것이 좋다.


◇화상을 입었을 경우

다른 질환과 마찬가지로 화상 역시 초기 응급처치가 가장 중요하다. 민간요법이나 잘못된 상식으로 응급처치를 했다가는 더 큰 화를 부를 수 있다.

캠핑 중 모닥불이나 가스레인지에 화상을 입었다면, 일단 깨끗한 찬 물로 화상 부위를 식히는 것이 최우선이다. 적어도 15~20분 정도 흐르는 찬물에 화상을 입은 부위를 씻어주거나 찬물에 적신 깨끗한 거즈를 상처 부위에 덮어 준다. 이렇게 냉각이 잘 될수록 화상으로 인해서 손상 받은 피부의 면적을 최소로 줄이고 통증도 가라앉힐 수 있다.

깨끗하지 않은 된장이나 고추장 혹은 아무 연고나 바르는 것은 오히려 상처를 오염시키고 냉각을 방해하므로 절대 해서는 안 된다.

냉각이 어느 정도 됐다고 판단되면 상처 부위를 살펴본다. 피부가 벌겋게 변하고 아프지만 물집이 전혀 없다면 1도 화상이다. 이런 경우는 흉터가 남지 않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혹시 이후에라도 물집이 생기는지 관찰하고 더 이상의 치료는 필요 없다.

만약 물집이 잡혔다면 2도 이상의 화상이다. 깨끗한 소독 거즈나 붕대, 혹은 깨끗한 수건으로 화상부위를 덮고 즉시 병원으로 간다. 화상으로 생긴 물집은 상처이기는 하나 일시적으로 피부를 보호하는 덮개 역할을 해 피부 안으로 이물질이 들어가는 것을 막아준다. 병원 이외의 장소에서 물집을 터뜨리는 것은 상처를 덧나게 할 우려가 있다.

간단한 사고가 아닌 기도화상이 의심되면 환자에게 산소를 공급하고, 착용한 옷이나 몸에 있는 장신구를 모두 제거해 열전도가 더 이상 이뤄지지 않도록 한다. 또, 상온의 물을 20~30분 정도 부어 상처가 깊어지는 것을 막는다.

차량 충돌로 인한 폭발 등으로 화상이 발생하면 척추손상이 있을 수 있는 만큼 환자가 편안한 상태에서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깨끗한 상태의 마른 옷이나 담요로 화상부위를 덮고 화상전문병원으로 빠른 시간 내 후송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광범위 화상이나 몸통부위의 화상일 경우에는 저체온증으로 위험해질 수 있는 만큼 젖은 드레싱을 금하고 반드시 마른 천으로 환부를 덮어야 한다. 간 감자와 된장 등을 바르거나 알코올에 담구는 등 민간요법이 회자되고 있지만 대부분이 환부를 악화시킬 수 있는 만큼 함부로 처치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골절이 발생했을 경우

의료 시설이 없는 야외에서 의사가 아닌 일반인이 골절 여부를 확인하기란 매우 어렵다.

골절이 되면 부러진 부위가 부어오르고, 심하게 아프며, 골절 부위를 만지면 통증이 심하고, 움직이지 못하게 된다. 하지만, 일부 심하지 않은 경우는 이런 증상이 다 나타나지는 않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골절이 의심되는 경우는 첫째, 다친 부위를 자꾸 움직이지 말아야 한다. 뼈와 주위를 둘러싼 인대, 힘줄, 근육이 더 손상되므로 움직이지 않도록 부목을 대 고정하는 것이 좋다.

둘째, 다친 부위가 점차 부어오르면 골절 부위 주변의 근육, 인대와 혈관을 눌러 더 위험한 상황이 생길 수 있으므로 가능하다면 이동 중에도 다친 부위를 심장 보다 높게 들고 이동하는 것이 좋다. 필요하다면 주위의 도움을 구해야 한다.

셋째, 구할 수 있다면 얼음을 거즈나 비닐봉지에 싸서 다친 부위에 대어주면(냉찜질) 통증을 줄일 수 있다.

만약 발목 관절을 삔 경우에는 붕대로 다친 부위를 감아 보호한 뒤 주위 사람의 도움을 받아 이동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친 부위의 관절에 힘을 빼고 최대한 덜 움직이는 것이 빠른 회복을 이루는 지름길이다.


◇벌레에 물렸을 때

야외 활동을 하다보면 벌레에 물리거나 쏘이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가장 흔하게는 모기나 개미에게 물리는 것이고, 벌에 쏘이는 경우도 있다. 모기나 개미에게 물리는 경우 물린 부위가 약간 부어오르면서 가려운 증상이 생기는 정도로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반면, 벌에 쏘이는 경우 때로는 생명에 위협이 될 수도 있다.

벌은 꽁무니에 있는 길고 가느다란 침을 통하여 독액을 주사하는데, 꿀벌은 침을 쏘면 사람의 피부에 침과 함께 독액 주머니가 떨어져 나와 붙어 있지만, 땅벌이나 말벌은 침이 떨어져 나오지 않는다.

따라서 꿀벌에 쏘였을 때는 피부에 꽂혀 있는 침과 독액 주머니를 제거해야 더 이상의 독액 주입을 차단할 수 있다. 제거할 때 독액 주머니를 오히려 짜거나 침이 깊이 박히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야 한다.

꿀벌의 경우 침을 제거하고 깨끗이 씻고, 필요하면 얼음으로 냉찜질을 하거나, 소염제 등을 바르거나 복용하면 충분하다. 하지만, 드물지 않게 과민반응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병원으로 가는 것이 안전하다.

벌레에 물리거나 쏘인 후 그 자리가 아닌 전신 피부에 발적 및 피부 발진이 발생하거나, 숨이 가빠 오며 호흡이 거칠어지거나, 입술이나 눈꺼풀이 부어오르거나, 가슴이 답답해지거나, 배가 아파지면 과민성 반응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럴 경우 기관지 부종 및 기도수축으로 인해 호흡곤란이 오고 혈압저하가 동반될 수 있으며, 신속히 치료하지 않으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과민성 반응에 대한 치료로서 병원 밖에서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으므로 신속히 병원으로 후송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혈압이 떨어질 수 있으므로 누운 자세를 유지하도록 하고 호흡곤란을 느낄 경우 산소를 공급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귀에 벌레가 들어갔을 경우 벌레가 고막을 자극하고 외이도에 손상을 줌으로써 견디기 어려운 고통을 유발한다. 하지만, 면봉이나 귀이개 등으로 귀를 쑤셨다가는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우선 주위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식용류와 올리브기름, 베이비오일 등 소량의 기름을 귓속에 넣는다. 기름에 의해 벌레가 떠올라 간편하게 제거할 수 있다.

만약, 오일이 없으면 알코올을 귓속에 부어 벌레를 죽인 뒤 병원을 찾아 제거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 방법은 벌레를 제거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지만 벌레를 죽여 통증을 사라지게 하는 데는 효과적이다.


◇뱀에 물린 경우

뱀에 물렸을 때 흔히 하는 실수는 뱀을 잡으려고 하거나 사진을 찍으려 시도하다가 다시 물리는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뱀을 확인하지 않아도 상처의 모양과 증상으로 독사인지 여부를 알 수 있으므로 뱀의 종류를 확인하려는 노력은 불필요하고 위험하다.

독사에 물린 부위는 부어오르고 피가 나며, 어지럽고, 토하거나 메슥거리고 시야가 흐려질 수도 있다. 흥분해서 움직이면 독이 혈액 안에서 더 빨리 퍼지기 때문에, 마음을 안정시키고 일단 물린 장소를 벗어난 후 눕거나 앉아서 응급처치를 한다.

가장 좋은 응급처치는 물린 곳에서 5~10㎝ 정도 심장에 가까운 쪽을 넓은 끈이나 고무줄, 손수건으로 묶어 독이 더 이상 퍼지지 않게 하는 것이다. 저릴 정도로 너무 세게 묶는 것은 좋지 않으며 손가락 2개 정도가 드나들 수 있을 정도로 묶어 준다. 물린 위치를 심장보다 아래쪽에 두면 심장으로 독이 퍼지는 것을 막을 수 있지만, 물린 부위가 더 부어오를 수도 있다. 반면, 물린 부위를 심장 보다 높게 위치시키면 붓기가 덜 할 수 있지만, 독이 더 빨리 퍼질 수 있다. 때문에 물린 부위를 유지하면서 빨리 응급센터로 가는 것이 좋다.

입으로 독을 빨아내거나 칼로 상처를 도려내는 것이 응급처치로 좋다는 주장이 있지만 과학적인 근거가 없고, 효과도 입증된바 없다.

우리나라에서 독사는 살무사 3종과 유혈목이 1종 등 총 4종이 알려져 있으며 숫자가 많은 살무사의 경우 효과적인 독 중화제가 있다. 따라서 응급센터로 옮기는 것이 가장 좋은 응급처치다.


◇야외 나갈 때 챙겨야 할 상비약

야외에서 응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주변 사람이나 의료진의 도움을 받을 수 없을 경우가 있기 때문에 사전에 복용하던 약이나 상비약을 챙기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고혈압과 당뇨, 천식 등 만성질환을 앓는 환자는 약 복용을 중단할 경우 증상이 악화되고 위험한 상황에 처해질 수 있다. 따라서 외진 곳이나 멀리 떠날 때는 미리 의사와 상담하고 필요한 양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갑자기 생긴 두통이나 복통에 대비하고, 감기로 인한 고열을 낮추는데 효과적인 진통제도 챙겨야 한다. 해열, 염증안화, 진통에 모두 효과를 지닌 약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단,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은 간 손상을 유발할 수 있는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진통제는 주의해야 한다.

익숙하지 않은 음식으로 소화불량에 걸릴 수도 있기 때문에 소화제도 챙겨야 할 상비약이다. 식사 후 더부룩한 느낌이나 체하고 얹힌 느낌이 들면 위장 운동을 개선하는 소화제를 복용하는 것이 좋다.

물이 바뀌거나 약한 식중독으로 설사가 생길 수 있으므로 지사제도 준비한다. 설사 증상이 나타나면 설사병의 원인이 되는 세균과 바이러스가 몸 밖으로 빠져나가도록 한두 번 정도는 그냥 배설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세 번 이상 반복되면 탈수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지사제를 복용하고 가까운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해외여행 시에는 모기 등 해충 퇴치제도 필요하다. 모기는 말라리아와 뎅기열을 옮길 수 있다. 해외 유입 감염병 중 환자 수가 가장 많은 뎅기열은 아직 예방백신이 없어 해충 퇴치제를 틈틈이 뿌려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최선이다.

넘어지거나 긁혀 가벼운 상처를 입을 수 있으므로 상처연고와 습윤밴드도 챙겨야 한다. 더운 지역으로 물놀이를 간다면 상처 회복과 방수가 되는 습윤밴드가 좋다. 밴드를 붙이기 전 상처 부위를 깨끗이 씨고 연고를 발라 세균 감염을 예방한다. 연고 사용으로 발진과 과민반응이 생길 시에는 사용을 중지하고 가까운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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