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폭스바겐의 '디젤 게이트'에 이어 BMW 차량의 엔진화재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디젤차가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독일차 브랜드들은 '클린 디젤'을 내세워 친환경적 이미지를 홍보하면서 고성장을 이어왔다. 또한 휘발유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경유가격과 높은 연비도 판매 증가에 한몫했다.
이로인해 수입차 시장에서 2009년 22.4%에 불과했던 디젤차 점유율은 2012년 51.0%로 높아졌고 2015년에는 68.8%까지 수직 상승했다.
결국 2016년 수입차 시장에서 디젤차의 비중은 58.7%로 줄었으며, 이후 조금씩 점유율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작년 1월 판매 집계에서는 디젤 차량이 4년 6개월 만에 가솔린 차량에 추월당했으며, 그 뒤로 수 개월간 엎치락뒤치락했다.
지난해 디젤차의 점유율(47.2%)은 가솔린차(42.9%)를 근소하게 앞섰다.
그러나 디젤 게이트가 논란이 됐던 2015년 이전과 비교하면 격차는 많이 좁혀진 셈이다.
올해 들어 7월까지 점유율은 디젤차가 46.3%, 가솔린차가 44.9%로 격차가 1.4%포인트에 불과하다.
이런 가운데 업계에서는 BMW 차량의 연이은 엔진화재로 인해 연간 디젤차 점유율이 처음으로 가솔린차를 추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우디폭스바겐의 디젤 게이트 이후 디젤차를 바라보던 소비자들의 부정적인 시선이 이번 BMW 차량의 화재사고로 또다시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수입 디젤차를 구매하려던 A씨는 "디젤차가 최근 미세먼지 등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꼽히는데다 이번 BMW 사태가 터지면서 마음을 바꿔 가솔린차를 구입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같은 디젤차의 하락세는 본고장인 유럽에서 더욱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다. 유럽연합 국가들마다 디젤차의 도심 운행 억제 등 각종 규제책이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유럽자동차협회(ACEA)에 따르면 유럽 주요 15개국의 디젤차 점유율은 2011년 56.1%였지만 매년 줄어 지난해에는 45.7%까지 하락했다.
작년 상반기에는 디젤차 점유율이 46.3%를 기록해 가솔린차(48.5%)에 8년만에 처음으로 역전당했으며, 올해 1분기 집계에서도 가솔린차(55.5%)가 디젤차(37.9%)를 큰 차이로 앞섰다.
글로벌 투자업계는 오는 2025년 디젤차 비중이 유럽에서 10%대로, 전 세계적으로는 4%대까지 내려앉을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반해 친환경차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고 있다.
국내에서 하이브리드(HEV),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전기차(EV) 등 친환경차는 과거에 비싼 가격과 충전 문제 때문에 선호도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이런 단점을 개선한 모델들이 연이어 출시되면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수입차 시장에서 친환경차의 점유율은 2015년까지만 해도 5% 미만이었지만 2016년 7.4%, 2017년 9.9%로 계속 높아졌다.
올해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이 판매고(631대)를 올리면서 7월까지 8.9%를 기록 중이다.
이에따라 글로벌 완성차들도 디젤차를 벗어나 친환경차로 판매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피아트 크라이슬러(FCA)는 2022년 디젤 승용차 생산을 중단하기로 했고, 볼보와 닛산은 디젤 엔진을 더는 개발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토요타 역시 유럽에서 디젤차를 판매하지 않기로 했으며 대신 2020년대 초반까지 전 세계에서 10종 이상의 배터리전기차(BEV)를 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현대차 또한 판매 저조를 이유로 그랜저와 쏘나타, i30, 맥스크루즈 등 4개 차종의 디젤 모델 생산을 중단했다.
업계 관계자는 "디젤차의 연이은 악재로 인해 친환경차에 대한 관심은 앞으로 더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완성차 업체들마다 새로운 친환경차 모델을 속속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전기차 및 수소차의 충전 인프라 설치 확대와 대폭적인 세금 지원 등이 이뤄진다면 친환경차를 중심으로 국내차 시장의 재편이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