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영업 중인 외국계 금융사들이 지난 5년여간 본국에 송금한 자금이 7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이익금 대부분을 본국에 보내버리고 국내 사회공헌이나 고용 등엔 인색한 것으로 나타나 빈축을 사고 있다.
외국계 금융사의 본국 송금액은 연평균으로는 1조2299억원으로, 2013년 1조257억원을 기록한 이후 2014년 8106억원으로 잠시 주춤했다가 2015년 1조5815억원·2016년 1조3382억원·2017년 1조3933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선 1분기에만 6312억원으로, 최근 5년간 연평균 금액의 절반 남짓에 달했다.
업권별로 보면, 단연 은행권의 본사 송금액이 많았다. 금감원 집계에 따르면, 외국계 은행의 5년여간 송금액은 3조4587억원으로 전체 송금액의 절반이 넘었다. 은행권 중 한국에서 벌어들인 돈을 본국에 가장 많이 송금한 곳은 SC제일은행으로, 5년여간 송금액이 8788억원에 달한다. HSBC가 8302억원으로 2위, 한국씨티가 4713억원으로 3위, JP모건이 1628억원으로 4위다.
이밖에 외국계 증권사들이 5년여간 본사로 송금한 금액은 1조7358억원에 달했다. 또한 외국계 보험사의 최근 5년여간(2018년 1분기 미집계) 본사 송금액은 1조1945억원, 외국계 자산운용사는 3915억원으로 집계됐다.
한편 외국계 금융사의 본사 송금은 통상 이익금과 전산 이용료 등 위탁수수료, 광고비 등 본점 경비, 상표 이용료, 자문수수료 등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구체적인 내역은 공개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이해할 수 없는 명목으로 본국에 돈을 보낸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외국계 금융사가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이 잘못은 아니지만, 한국에서 얻은 과실을 내부 구성원과 나누거나 국내 시장에 투자하고 사회공헌에 사용하는 데는 인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 외국계 금융사가 한국을 막대한 현금을 반출하는 사업장으로 활용하면서도 한국 사회에 기여는 크지 않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전국은행연합회가 지난해 발간한 은행사회공헌활동 보고서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 신한, KEB하나, 우리, NH농협)과 은행연합회를 포함한 21개 금융기관의 순이익 대비 사회공헌활동비 지출 부문에서 한국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은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이와 함께 국내 고용에 대한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국내 점포 90곳을 없앤 한국씨티은행은 아직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이 발생하진 않았으나, 당분간 신규 채용은 없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