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출산율이 급격하게 낮아지면서 올해 합계출산율이 1.0명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정부는 이번 저출산 대책에서 그간 출산율을 높이고 보육환경을 개선하는데 뒀던 정책 중점을 아이와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비혼 출생 등 모든 출생이 존중받는 여건을 조성하는 쪽으로 옮겼다. 그러나 사회 전반의 삶의 질이 악화돼 나타난 저출산 현상이 이번 대책으로 개선될지는 미지수다.
5일 보건복지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1.05명으로 역대 최저 기록을 세웠다. 이는 OECD 35개 회원국 평균 1.68명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전년 1.17명보다 0.12명(10.3%) 급감한 것으로, 1.10명 이하로 떨어진 것은 2005년(1.08명) 이후 12년 만이다.
합계출산율은 1971년 4.54명을 정점으로 1987년 1.53명까지 떨어졌다. 1990년대 초반에는 1.7명 수준으로 잠시 늘었다가 이후 다시 감소세로 전환됐다.
작년 우리나라 출생아 수는 1970년대 통계 작성이래 처음으로 35만명대를 기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출생아 수는 35만7700명으로 전년 40만6200명보다 4만8천500명(11.9%) 급감했다. 감소폭도 2001년(-12.5%) 이후 16년 만에 최대치다.
아울러 정부는 올해 합계출산율이 1.0명 아래로 떨어지고, 출생아 수는 약 32만 명으로 더 줄어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런 추세가 지속돼 최악의 경우에는 2022년 이전에 출생아 수가 20만 명대로 주저앉을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럴 경우 고령화의 속도를 높여 노동시장이 활력을 잃으면서 경제성장의 엔진이 멈출 수 밖에 없으며 자칫 국가존립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
5일 정부가 발표한 저출산 대책을 보면 아이와 부모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또한 제도 활용의 문턱은 대폭 낮추고 차별과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데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이에따라 앞으로는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나 보험설계자, 학습지 교사 등 특수고용직, 단시간 근로자 등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은 사람에게도 출산지원금이 지원된다. 월 50만원씩 90일간 총 150만원 규모다.
임산부와 1세 아동의 의료비는 대폭 줄어든다. 우선 고위험 산모의 비급여 입원진료비 지원 범위가 기존 5개 질환에서 11개로 확대되고, 임신·출산 진료비를 지원하는 국민행복카드의 사용 기한도 늘어난다. 기존에는 임신이 확인돼 신청한 날부터 분만예정일 이후 60일까지 사용할 수 있었으나 앞으로는 분만예정일 이후 1년까지 사용할 수 있다. 국민행복카드 금액 역시 단태아는 60만원, 다태아는 100만원으로 각각 10만원 인상된다.
만 1세 미만 아동의 외래 진료비에 대한 건강보험 본인부담금은 기존 21~42%에서 5~20% 정도로 감소시킨다. 이 경우 평균 본인부담액은 16만5000원에서 5만6000원 상당으로 66% 줄어들 예정이다.
아이돌봄서비스 지원대상은 중위소득 120%에서 150%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기존에는 3인 가구 기준으로 소득이 월 442만원 이하인 가정만 정부지원을 받았으나 앞으로는 3인 가구 기준 월 소득 553만원 이하 가정도 지원 대상이 된다. 저소득층 가구의 경우 이용금액에 대한 정부지원 비율을 최대 90%까지 높일 예정이다.
아이와 함께하는 삶과 일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방안도 추진된다. 만 8세 이하 육아기 아동을 둔 부모는 1년의 육아휴직을 사용했더라도 앞으로는 임금 삭감 없이 하루 1시간 근로시간을 단축할 수 있게 된다.
아내가 육아휴직 후 회사에 복귀한 뒤 남편이 육아휴직을 할 때 주어지는 '아빠 육아휴직 보너스'의 급여 지원 상한액은 200만원에서 250만원으로 올라간다.
또한 남성이 사용하는 배우자 출산휴가 중 유급휴가 기간이 현행 3일에서 10일로 확대된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