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테리움' 브랜드로 아파트를 짓고 있는 금강주택이 시공한 경기도 동탄의 새 아파트에 벌레떼가 출몰해 입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는 가운데 업체의 늑장 대처가 도마에 올랐다.
지난해 영업이익 1034억원, 순이익 815억원을 기록한 금강주택은 시공능력평가 순위 50위권의 중견 건설사다.
집안 곳곳 벌레떼…금강주택 안일한 대처 논란
싱크대, 식탁, 붙박이장 등 집안 곳곳에서 출몰하고 있는 벌레떼의 정체는 혹파리로 파악됐다. 파리목 혹파리과에 속하는 혹파리는 작고 검은색을 띠는 해충으로, 번식력이 강하기 때문에 한 번 나타나면 완벽히 박멸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벌레나 유충의 사체 등에 장시간 노출됐을 경우엔 호흡기나 알레르기성 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아파트는 지난 1월 입주를 시작한 1200세대의 신축 아파트로, 혹파리떼의 출몰은 입주 직후부터 시작됐다. 입주민들에 따르면 처음 20여가구 정도였던 피해 세대는 불과 3개월 만에 300세대까지 늘어났다.
주민들의 거듭된 항의에 시공을 맡았던 금강주택은 방역 조치를 시행했지만 피해 규모는 점점 더 커졌다. 한 입주민은 "아침에 벌레 사체들을 치우고 출근하고 나서 퇴근때 보면 또다시 수백마리씩 벌레들이 여기저기 널려있었다"면서 "방역작업을 한 뒤에는 잠시 괜찮았다가 몇일 있으면 같은 일이 재발됐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입주민은 "아이의 입과 코에 벌레가 들어갈까봐 항상 불안하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이런 이유로 자녀를 인근 친지들의 집으로 잠시 옮긴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견디다 못한 입주민들은 지난 5월초 금강주택이 동탄에서 분양중인 모델하우스를 찾아 항의 집회를 열고, 업체의 안일한 대처를 지적하고 해결책을 요구했다. 이들은 처음 벌레가 본격적으로 출몰했을 당시인 1~2월에 금강주택이 보다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 의지를 보였으면 지금과 같은 상황이 안 벌어졌을 것이라며 가구의 전면적 교체를 주장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금강주택은 혹파리떼가 많이 출몰하고 있는 세대를 중심으로 가구 교체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금강주택 관계자는 "현재 입주민 대표측과 대화를 통해 원만히 합의했다"면서 "우선 피해가 심한 세대부터 가구를 전면적으로 교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늑장 대처라는 지적에 대해 그는 "벌레떼의 정체가 무엇인지와 발생 원인에 대해 파악하는데 시간이 걸렸다"면서 "사실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다른 지역 아파트에도 발생 가능성은?…입주 에정자들 불안
또 다른 문제는 이 아파트에 사용된 가구가 다른 곳에서 건설 중인 아파트에도 설치될 수 있다는 점이어서 입주 예정자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동탄 금강펜테리움 4차에 공급된 각종 가구는 국내 가구브랜드에서 제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전문가는 이번 금강펜테리움 4차에서 벌어진 혹파리떼 발생의 원인으로 싱크대, 식탁, 붙박이장에 사용된 목재의 원료가 오염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벌레가 발생한 가구는 대부분 '파티클 보드'를 사용한 것. 파티클 보드는 나무 조각이나 톱밥에 접착제를 섞어 고온·고압으로 압착시켜 만든 가공재이다.
한 전문가는 오염된 파티클 보드에 혹파리 알이 부화되면서 벌레떼가 발생했을 것으로 추측했다. 이에 대해 가구업체는 고온·고압의 공정을 거쳐 만들어지기 때문에 벌레나 알이 들어갈 수는 없다면서 제조상 결함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또한 유통단계에서도 모두 비닐 등으로 포장을 한 상태에서 현장에 공급된다는 이유를 들면서 벌레 유입 가능성을 일축했다.
결국 아파트 시공후 벌레가 유입됐을 가능성이 높으며 환경적 요인이 크다는 결론이다. 금강주택측은 해당 업체가 제조한 가구는 다른 현장에서도 사용할 수 있지만 현재까지 파악된 것으로 보면 가구 자체 문제라기보다는 시공후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금강주택 관계자는 "벌레떼가 발생한 대부분 세대는 1~3층 등 저층세대이다"며 "내부 온도와 습도 등도 한 요인이 아닐까 추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강주택이 다른 지역에서 분양중인 아파트에 청약을 앞두고 있는 A씨는 "지난 주 모델하우스를 방문해 같은 브랜드의 가구가 설치되는지 문의했지만 모른다는 답변만 들었다"면서 "혹시 가구의 제조과정에서 문제가 있어 벌레가 나온 것이라면 똑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업체가 명확한 입장을 내놓아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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