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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이 시기가 유난히 괴로운 사람들이 있다. 재채기, 콧물, 코 막힘, 코 가려움 등의 증상으로 인해 '감기'에 걸린 것으로 오해 받는 '비염' 환자들이다. 그 괴로움을 모르는 사람들은 그저 코가 막히고 콧물이 나는 정도로 가볍게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비염은 일상생활의 불편은 물론 다양한 통증을 유발한다.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심각하지는 않지만 평생을 불편함과 통증에 시달려야하는 '인생질환'이기도 하다. 이비인후과 전문의들의 도움을 받아 비염에 대한 다양한 증상과 완화, 치료법 등에 대해 알아본다.
이규복 기자 kblee341@sportschosun.com
비염은 가장 흔한 '알레르기 비염'과 감염성 비염, 비알레르기 비염, 직업성 비염, 호르몬성 비염, 약물성 비염, 특발성 비염, 위축성 비염, 혈관운동성 비염 등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환절기와 봄철에 특히 빈발하고 악화하는 알레르기 비염은 코 막힘, 재채기, 맑은 콧물, 가려움을 주 증상으로 하며,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하는 항원에 노출됐을 때 생기는 '코 질환'이다.
김성원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가벼운 '알레르기 비염'은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이 '감기'와 비슷해 오인하는 경우가 있다"며 "감기는 발열과 전신 근육통, 인후통 등의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고, 재채기를 하지만 횟수가 비교적 적으며, 맑은 콧물보다는 끈끈한 분비물이 나온다. 가장 중요한 차이는 감기는 1주일 정도 지나면 대부분 회복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염이 심해지면 두통과 안면통, 감염된 부비동 부위의 지속적인 통증 등을 유발한다. 이런 통증은 엎드리거나 눕는 등 자세 변화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처음에는 머리 한쪽에서 시작해 머리 전체로 퍼지는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치통이 동반되는 경우도 흔치 않게 있으며, 눈을 싸고 있는 뼈를 침범해 안통을 유발하는 경우도 있다.
한편, 예전에는 크게 이슈화 되지 않았지만 노인인구가 늘어나면서 일종의 퇴행성 질환인 '위축성 비염' 환자도 따라서 늘고 있다. 위축성 비염은 코 점막이 위축되면서 코 안이 비정상적으로 넓어지는데, 환자는 거꾸로 심한 코 막힘을 호소하는 역설적 코 막힘 현상을 보인다. 점액섬모기능이 떨어져서 나타나는 질환으로 코 막힘, 비강 건조감, 가려움증, 다량의 가피, 악취가 나는 비루, 비출혈, 안면통 및 두통 등의 다양한 증상을 유발한다.
◇비염 유발 및 악화 요인
알레르기 비염은 유전인자, 환경인자 및 조직의 국소인자 등으로 유발된다.
유전적으로는 부모 중 어느 한쪽에 알레르기성 비염, 천식, 아토피 피부염 등 알레르기성 질환이 있으면 자녀가 알레르기에 걸릴 가능성은 50%다. 부모 양쪽에 알레르기성 질환이 있을 경우 가능성은 75%로 증가한다.
국민건강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알레르기 비염 환자 수는 2016년 1500만명을 넘어섰다. 이 중 약 30%(440만명)가 20세 미만 소아청소년이다. 주로 청소년기에 발생하며 이 시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평생 치료와 재발을 반복하게 되는 것이다.
정용수 메디힐병원 이비인후과 전문의 과장은 "알레르기성 비염을 제때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코 막힘으로 인해 코골이 같은 수면장애는 물론 체내 산소량이 부족하면서 세포가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못해 키 성장 등에 방해가 될 수 있다"며 "감기가 2주 이상 지속되거나 아이가 수면 시 코를 골고 입으로 호흡하는 전조증상이 보이면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코가 막혀 입으로 호흡하게 되면 얼굴이 길어지는 '아데노이드 얼굴'을 유발할 수 있다.
환경적 요인으로는 교통수단의 발달, 주거환경의 변화, 대기오염의 증가, 습도나 온도의 저하 등이 코에 과민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주요 원인이 된다. 아황산가스(SO2), 이산화질소(NO2), 오존(O3), 디젤엔진, 배기가스 등이 알레르기 비염 발생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미세먼지는 입자 크기가 작아 코털과 기관지 섬모에서 걸러지지 않고 체내에 들어와 기관지와 폐 속 등에 흡착돼 알레르기 비염을 유발한다.
이외에도 집먼지 진드기, 꽃가루, 곰팡이, 애완동물의 털과 비듬, 바퀴벌레 따위의 곤충 부스러기 등이 호흡기를 통해 흡입되면 발생할 수 있다. 음식물과 음식물 첨가제, 약물 등에 의해서도 알레르기 비염이 유발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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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알레르기 비염의 가장 중요한 원인 항원으로는 '집먼지 진드기'를 꼽는다. 습기가 많은 장마철은 물론 난방이 잘되는 주거환경과 가습기 사용으로 인해 겨울에도 집먼지 진드기가 잘 번식할 수 있는 환경에 조성된다. 일 년 내내 알레르기성 비염을 일으킬 수 있는 원인을 우리 스스로 만들어 내는 셈이다.
꽃가루(화분)가 원인이 돼 발생하는 계절성 알레르기 비염의 원인 항원은 다양하다. 봄철에는 수목화분인 오리나무, 포플러, 버드나무, 참나무, 소나무의 꽃가루가, 가을철에는 잡초 화분인 쑥, 돼지풀, 환삼덩굴 등이 알레르기를 유발한다.
현대인들에게 만병의 근원으로 꼽히는 '스트레스'는 이미 가지고 있는 알레르기 질환을 악화 시킬 수도, 알레르기 질환 빈도를 증가시키기도 한다. 또, 알레르기 질환의 유병률에 영향을 줘 천식뿐만 아니라 알레르기 비결막염이 증가한다는 보고도 있다.
이경철 강북삼성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많은 스트레스로 인한 자극이 뇌의 시상하부에 영향을 줘 면역과 내분비, 자율신경계를 조절하는데 혼란을 준다"며 "특히, 면역계에서는 원하지 않는 항체가 생산되고, 이것이 항원-항체 반응을 일으켜 혈관, 신경, 조직 등에 반응해 알레르기 비염 등 여러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치료·관리법
호흡기 감염은 천식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는데 소아는 RS 바이러스(호흡기합포체 바이러스)와 메타뉴모 바이러스를, 성인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유의해야 한다.
현재까지 알려진 알레르기 비염 치료방법 중 의학적으로 가장 효과가 뛰어난 것은 영 수술법(Young's operation)이다. 한쪽 콧구멍을 꿰맨 후 9개월 후에 풀고, 반대편 콧구멍을 9개월간 꿰매서 점막 재생을 유도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환자에게 적용하기 어려운 방법이며 이 역시 근본적인 치료법은 아니다. 최근에는 비갑개 점막에 자가 혈소판 풍부 혈장을 주입하는 방법이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아 주목받고 있다.
알레르기 비염의 증세를 약화시키는 치료 방법은 크게 회피요법과 약물요법으로 나눌 수 있고, 그 이외에 면역요법 등이 활용된다. 회피요법으로 알레르기 증상을 완화 시키면 약물의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
회피요법은 집먼지 진드기 등 발병 요인을 없애거나 접촉하지 않도록 피하는 방법이다. 약물치료는 점막의 염증을 줄여 코의 불편한 증상을 없애는 것이다. 가장 많이 쓰는 1차 치료로는 항히스타민제와 비강내 스테로이드제, 항히스타민제 등이 사용된다.
일반적인 약물요법으로 증상이 조절되지 않는 환자, 약물요법을 더 이상 받고 싶어 하지 않는 환자, 약물요법에서 부작용을 보이는 환자, 알레르기 계절이 너무 긴 환자의 경우에는 면역요법을 시행한다.
이경철 강북삼성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알레르기 비염'은 고칠 수 없다는 인식이 있지만, 적절한 치료와 관리로 정상적인 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알레르기성 비염은 숨이 차는 증상이 나타나는 기관지 천식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홍석찬 건국대병원 이비인후-두경부외과 교수는 "알레르기성 비염 환자가 천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담배연기를 피하는 것이 좋고, 알레르기성 비염을 일으키는 물질을 피하는 회피요법을 써야 한다"며 "알레르기성 비염이 심한 경우 면역요법을 시행하면 천식의 발생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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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재채기와 콧물이 심하거나 계절에 따라 이런 증상이 변한다면 알레르기 비염을, 충혈되고 가려우면 알레르기 결막염일 가능성이 많다. 알레르기 피부염은 햇빛, 음식, 약물, 금속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반복적으로 피부가 가렵거나 두드러기가 생기는 질환이다.
알레르기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약물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알레르기 질환 특성상 쉽게 없어지지 않고, 방치할 경우 악화되고 합병증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알레르기 질환의 원인 항원을 알 수 있는 방법은 크게 '피부반응검사'와 '혈액검사'가 있다.
피부반응검사는 원인 항원을 피부에 바르고 15분 후 그 부위가 붉어지거나 부풀어 오르는지 보는 검사다. 저렴하고 한 번에 많은 항원을 검사할 수 있다. 피부반응검사에 사용되는 한국인을 위한 알레르기 페널은 대략 40종이 있다. 40종 모두를 시행하기엔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이 중 가장 흔한 10~12개를 추려 검사하는 경우가 많다. 주요 알레르기 페널은 집먼지 진드기 2종, 개, 고양이, 곰팡이, 꽃가루, 수종 등이 있다.
바로 검사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일부 피부질환이 있거나 항히스타민제를 복용 중인 환자에게는 시행할 수 없다. 피부반응검사를 시행할 수 없는 환자는 혈액검사를 받아야 한다. 혈액검사는 정확도가 조금 떨어지지만 객관적이고 신뢰성이 높다. 혈액검사를 통해 특정 항원에 대한 과민 항체량을 측정할 수 있으며, 알레르기 비염의 정도에 대한 객관적 기준이 된다.
<알레르기 비염 의심 증상>
● 재채기를 자주 한다.(특히 아침에 일어났을 때)
● 콧물이 나고 목 뒤로 콧물이 넘어가기도 한다.(대개는 맑고 투명한 콧물)
● 코 막힘과 코 가려움을 호소한다.
● 눈물이 나고 눈이 가렵다.
● 머리가 아프다.
● 냄새를 못 맡는다.
● 눈 밑이 까맣게 된다.(비염을 오래 앓게 되면 비강 내 혈액순환의 장애로 하안검 내측에 울혈이 발생, 눈 밑이 검푸르스름하게 보임)
● 코를 자꾸 비빈다.(코가 가려워 손으로 자주 코를 문지르는 행동이 마치 경례를 하는 것처럼 보여 알레르기 경례라고도 함)
● 콧등에 줄이 생긴다.
<집먼지 진드기 제거법>
양탄자나 두꺼운 커튼, 천으로 된 소파, 담요 등을 제거하고 침구나 소파에는 플라스틱 커버를 씌워 직접 인설(각질 등)이 떨어지는 것을 막는다.
알레르기 방지용품 사용- 집먼지 진드기가 침대 매트리스 밖으로 나올 수 없도록 촘촘하게 짜인 '알레르기 방지용 침대 커버'를 이용해 볼만하다. 카펫은 진드기가 활동하기 좋은 곳이므로 실내에 두지 않는다.
침구류 세탁- 일주일에 한 번 이상, 55~60℃ 이상의 온수로 30분 이상 침구류를 세탁하면 진드기를 박멸할 수 있다.
공기청정기- 크기가 0.3um 이상인 입자를 99.9%는 걸러내는, 입증된 고성능 필터(HEPA 필터)가 장착된 공기청정기를 사용하면 공기 중에 떠도는 집먼지 진드기를 제거할 수 있다.
청소- 청소할 때는 HEPA 필터가 달린 진공청소기를 사용하고, 집먼지 진드기를 비롯한 다른 항원제거를 위해 실내를 청결하게 유지한다.
급격한 온도 변화는 알레르기 비염의 증상을 유발시키며 더 나빠지게 할 수 있다. 에어컨과 히터 등 냉난방기 사용 시 실내 온도가 급격히 변화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