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고배당으로 '먹튀' 논란에 휩싸였던 한국씨티은행이 이번에는 '말을 바꾸는' 기회주의적 행태로 도마에 올랐다. 지난해 배당 유보를 검토하고 국내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선언했지만 올해에도 지난해 수준의 배당을 실시키로 한 것. 한국씨티은행은 실적이 좋아져서라고 주장하지만, 지난해 지점 통폐합 등에 따른 '먹튀' 논란이 커지자 배당을 유보하겠다고 '할리우드 액션'을 한 것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특히 한국씨티은행은 배당 대부분을 미국 본사에 송금되는 구조인 만큼 국부유출 논란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당기순이익 중 얼마를 주주에게 배당하는지를 보여주는 배당 성향은 2016년의 경우 49%에 달했다. 벌어들인 돈의 절반을 본국에 보낸 것이다. 지난해 배당 성향은 35%로 다소 낮아졌으나 국내 시중은행 배당 성향이 20%대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2배 가량 높다.
특히 해당 기간 영업이익이 줄어드는 상황임에도 고배당 정책은 꾸준히 유지했다. 2013년의 경우 외국계 은행의 고배당 논란이 일자 한국씨티은행은 배당을 포기한 대신 경영자문료, 해외용역비로 당기순이익 절반에 해당하는 1390억원을 본사에 송금했다. 배당시즌만 되면 한국씨티은행에 고배당, 국부유출 논란이 제기되는 이유다.
무엇보다 한국씨티은행은 노동조합이 '먹튀' 의혹 등을 제기하며 점포 개편 반대에 나서자 투자를 위해 배당을 유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전국의 지점 80%를 줄이는 대신 배당을 유보하고 도입하기로 한 '옴니채널(Omni Channel)'의 디지털 기반을 구축하고 차세대 소비자 금융 전략에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은 영업점 통폐합 관련 논란이 커지자 직원들에게 "이사회에서 2017년 사업연도의 이익배당을 유보하기로 건의했고 긍정적으로 논의됐다"며 "한국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필요한 투자를 지속해서 해 나갈 것"이란 내용이 포함된 이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는 달랐다. 올해 배당금 총액 수준은 지난해와 비슷했다. 금융권 안팎에선 이를 두고 한국씨티은행이 당초 배당 유보에 나설 생각이 없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어린 눈길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대규모 지점 통폐합에 따른 국내 철수설, 먹튀 등의 논란이 제기되자 이를 잠재우기 위한 일종의 '할리우드 액션'이 아니냐는 것이다. 논란이 잠잠해지자 고배당을 실시한 것으로 비쳐지고 있는 것.
금융권 한 관계자는 "배당 책정 자체가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는 않겠지만 국내 투자를 위해 배당 유보를 검토한 상황에서 전년과 비슷한 1000억원 가량의 배당 결정을 내린 것은 단순 고배당 논란을 넘어 한국씨티은행이 약속을 저버리고 국내 투자금을 해외본사로 보내는 듯 비쳐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씨티은행은 이와 관련해 '사실과 다르다'고 펄쩍 뛴다. 영업점 통폐합 이후 실적이 부진하면 배당 유보를 검토할 생각이었지만 기대 이상의 실적을 거둬 배당 정책을 유지키로 한 뿐이라는 입장이다.
한국씨티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영업점 통폐합 및 직원 재배치 등을 실행할 당시 다수의 민원 발생 우려, 영업 위축, 실적 부진 등을 대비해 배당을 유보하는 방안을 고려했지만 노사 간의 원만한 합의를 바탕으로 영업점 통폐합관련 감독원 민원이 전혀 없었다"며 "외형 위축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실적도 기대 이상으로 호조를 보여 배당을 결정됐다"고 말했다. 이어 "씨티그룹은 주주가치 제고 및 효율적인 자본 활용 차원에서 자본비율이 양호한 국가에 대해 이에 상응하는 배당을 실행하고 있다"며 "한국씨티은행의 경우 배당 후에도 BIS 자기자본비율은 국내은행과는 견줄 수 없는 수준의 높은 자본비율을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