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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미식의 고장, 천수만으로 떠나는 식도락여행

김형우 기자

기사입력 2017-12-26 15:28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는 즈음이다. 이 무렵 어떤 나들이가 제격일까. 겨울 여정으로 빼놓을 수 없는 게 미식기행이다. 특히 서해안 겨울바다로 향하는 식도락 여행은 별미에 대한 기대 속에 운치 있는 여정을 담보해줘서 더 즐겁다. 포구를 붉게 물들이는 낙조의 황홀경 속에 여기 된 연말 분위기를 억누르고 침잠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것 또한 매력이다. 태안 안면도 일원에 천혜의 어장을 형성하고 있는 서산, 보령, 홍성, 태안 등 천수만 일원은 겨울철 싱싱한 굴, 간재미, 새조개 등 겨울 별미가 가득하다.
글·사진 김형우 문화관광전문기자 hwkim@sportschosun.com


◇지난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을 즈음이다. 이맘때 여정으로 서해안 겨울바다로 향하는 식도락(食道樂) 여행도 괜찮을 테마다. 특히 서해안의 황금어장 천수만을 찾으면 천지를 물들이는 낙조의 황홀경과 별미까지 맛볼 수 있어 근사한 겨울날의 추억을 꾸릴 수 있다. 사진은 천북 장은포구의 굴구이.
◆보령 천북

제철미식거리(굴)=요즘 먹을 만한 미식거리를 들자면 단연 굴을 꼽을 수 있다. 굴은 겨울제철 음식으로 값도 저렴한 데다 맛과 영양까지 좋아 최고의 미식거리가 된다.

우리가 맛보는 굴은 주로 통영, 완도, 여수 등 남해안과 천북 등 서해안 것이 주류를 이룬다. 제 각기 산지마다 특성이 있어 맛 또한 미묘한 차이를 보인다. 미식가들은 뻘에서 자란 '천북굴'이 씨알은 작지만 쫄깃한 식감이 자연산의 미각을 듬뿍 느낄 수 있다고 평가한다. 이처럼 천북굴이 좋은 평판을 얻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장은리 등 천수만 일원은 서해로 향하는 지천이 많다. 이는 해수와 담수가 고루 섞인 뻘이 발달해 굴이 서식하기에 좋은 환경이 되고, 미네랄이 풍부한 곳에서 자라다 보니 맛또한 좋다는 것이다. 특히 양식굴과는 달리 뻘에서 자라 일조량이 많은 것도 천북굴의 식감과 풍미를 더해주는 요소가 된다.

천북굴은 덩어리 형태가 많다. 크기가 작은 여러 굴개체가 따개비 등과 함께 붙어 있다. 또 딱딱한 굴껍질을 까면 토실하면서도 노르스름 회색빛을 띠는 속살이 드러나고, 맛은 짭조름 쫄깃 거린다. 반면 양식굴은 일반적으로 개체가 큰 편이지만 육질은 덜 쫄깃한 편이다.
천북굴
'뻘밭의 화초'로도 불리는 천북굴은 12월부터 4월까지가 시즌이다. 굴 채취는 장은리 포구 앞바다 뻘밭에서 이뤄진다. 물때를 맞춰 배를 타고 20여 분을 나가면 안면도와 마주하는 광활한 뻘에 마치 하나의 커다란 꽃밭을 연상케 하는 자생지가 나선다. 갯바위에 붙어 있거나 양식장 통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린 종패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이맘때 천북 장은리 포구를 찾으면 굴 굽는 냄새가 진동한다. '굴 마을'로 이름난 포구 일대에는 90여 군데의 굴전문구이집이 늘어서 있다. 때를 맞춰 마을사람들은 굴축제도 벌인다.

굴구이는 벌건 숯불에 달아올라 입을 살짝 벌릴 때 짭조름한 육즙과 함께 까먹는 맛이 그만이다. 스티로폼 한 상자(3만원)면 너댓명이서 실컷 먹을 수 있다.


일명 '갱개미'로도 불리는 간재미도 겨울 별미로 그만이다. 간재미는 우리나라 서해안에 고르게 서식하지만 유독 천수만, 태안반도 인근해역에서 많이 나는 심해성 어종이다. 따라서 천북 장은포구와 지척인 보령 오천항, 대천항, 태안 백사장 포구 등을 찾으면 쉽게 맛볼 수 있다. 생김새가 가오리와 비슷하지만 크기가 작고 맛도 홍어에 견줄 만 해 겨울철 진미로 통한다. 굳이 '겨울 간재미'로 불리는 것은 바닷물이 따뜻해지면 육질이 얇고 질겨지는데다 뼈도 단단해져 특유의 오돌오돌한 맛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업도 연중 12~4월 사이 집중된다.
간재미무침
간재미는 춥고 눈 올 때 살아 있는 싱싱한 것을 막 조리해 먹어야 제 맛이다. 활어 회는 껍질을 벗긴 후 살과 뼈째 알맞게 썰어 초고추장을 찍어 먹게 되는데, 오들오들하고 담백한 맛이 먹을 만하다. 홍어처럼 톡 쏘는 맛이나 생선 특유의 비린 맛이 없어 평소 회를 즐기지 않는 이들도 쉽게 입맛을 붙일 수 있다. 무침은 고추장에 식초와 참기름, 대파, 배, 오이 등을 썰어 넣고 발갛게 버무려 내놓는데, 매콤 새콤한 양념과 쫄깃, 오돌오돌 씹히는 맛이 어우러져 밥반찬, 술안줏감으로도 그만이다. 한 마리를 통째로 쪄내는 찜은 양념이 밴 속살과 연골이 입에서 사르르 녹듯 부드럽게 넘어간다.

간재미를 먹을 줄 아는 사람들은 탕을 즐겨 찾는다. 간재미를 토막 내 신 김치와 함께 넣고 푹 끓여낸 국물 맛이 얼큰하면서도 시원하다. 간재미는 작황에 따라 가격차가 있지만 대체로 5만 원 선이면 서넛 이서 먹을 만하다.


남당항과 천북 장은포구사이에서 만난 해넘이
해넘이 명소=전통적으로 '겨울 바다 1번지'로는 서해안, 그 중에서도 충남 보령 대천해수욕장을 꼽았다. 이 일대 또한 해넘이 명소로 유명하다. 특히 무창포를 품고 있는 웅천은 최고의 낙조 포인트로 통한다. 이보다는 덜 알려졌지만 천북 장은리 포구의 해넘이도 볼만하다. 멀리 안면도 쪽으로 지는 해가 불붙는 듯 붉은 노을을 토해내는 모습이 장관이다. 천북에서의 해넘이는 북적거리지 않아 좋다. 남당~장은포구를 따라가며 만나는 낙조도 아름답고, 인근 '맨삽지'도 일몰 감상 포인트로 괜찮다. 보령시 천북면 학성리 해안에서 북쪽으로 좁은 길을 따라 올라가면 만날 수 있는 어촌마을로 황홀한 낙조가 펼쳐진다. 태안반도 인근 섬으로 내려앉는 일몰의 풍경이 압권이다. 아직은 아름아름 아는 이들만 찾는 무명에 가까운 곳이다

◇가는 길=서해안고속도로 광천 IC~광천면 소재지~천북 장은리 포구

◆서산 간월도

제철미식거리(새조개)

서해안 최고의 황금어장을 들자면 천수만을 꼽을 수 있다. 미네랄과 먹잇감이 풍부한 드넓은 뻘을 갖춘 데다, 해수와 담수가 적절히 섞인 바닷물이 물고기들의 주요 산란-서식처로, 천혜의 어장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겨울철 서해안 미식기행지로는 천수만을 적극 추천할만하다.

그중 충남 서산에 자리한 간월도는 천수만의 여러 명소 중 별미와 낙조 등 겨울 여행의 재미가 가득한 곳이다. 무학대사가 태조 이성계에게 보내 궁중의 진상품이 됐다는 칼칼한 '어리굴젓'과 굴밥, 새조개 샤브샤브 등 제철미식거리가 다양하다.
새조개
특히 이즈음 최고의 별미로는 새조개를 꼽을 수 있다. 천수만에서 잡히는 새조개는 속살이 새의 부리를 닮았다고 해서, 또 이동시 물을 뿜으며 거의 1m 정도를 움직인다고 해서 이 같은 이름을 얻었다. 새조개는 천수만 인근 어느 포구에서도 맛볼 수 있는데, 그중 홍성군 서부면 남당포구 일원이 명소로 꼽힌다.

홍성방조제를 타고 북으로 올라가면 대하 집산지 남당항이다. 겨울철 남당항은 가을 대하의 빈자리를 새조개가 대신한다. 아담한 남당리 포구는 철마다 천수만 일원에서 나는 제철 해산물을 맛볼 수 있는 풍요로운 곳이다. 새조개, 대하, 굴 등이 대표적으로, 주변 식당에 들어서면 구수한 새조갯살 데쳐 먹는 냄새가 폴폴 풍긴다. 새조개는 살집이 크면서도 부드러워 통째로 물에 데쳐 먹거나 구워 먹는데, 입 안 가득 연하게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주로 끓는 물에 살짝 데쳐 먹는 '샤브샤브'를 많이 찾는다. 냄비에 무, 대파, 팽이버섯, 마늘 등 야채를 듬뿍 넣고 한소끔 끓인 뒤 여기에 새조갯살을 살짝 익혀 초고추장에 찍어 김에 싸서 먹는다. 조개를 데쳐 먹은 야채국물엔 칼국수나 라면 사리를 넣어 끓여 먹는다.

새조개는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초밥용 재료로 많이 쓰이는 까닭에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대부분을 일본으로 수출해 값비싼 조개로 통했다. 12월부터 3월초까지 천수만 연안에서 형망(끌방) 조업을 통해 건져 올린 새조개는 귀한 겨울 별미거리가 되어 미식가들을 부른다.

남당리에서는 매년 겨울 '남당리 새조개 축제'를 연다. 값비싼 새조개는 그 해 작황에 따라 가격이 들쭉날쭉한데, 대략 껍질을 깐 새조개 1㎏(2인분, 20마리 정도)이 6만 원 수준이다.

천수만에서 새조개 미식처로는 현대 서산 농장 방조제 인근 철새도래지인 태안군 남면 당암포구도 빼놓을 수 없다.


간월도 간월암의 낙조
해넘이 명소=충남 서산군 부석면 천수만에는 대한민국의 대표 임해사찰이 자리하고 있다. '간월암(看月庵)'이 그곳이다. 국내 유명 낙조 명소로도 통하는 간월도는 섬 사이로 달이 뜬다 해서 '간월도'라는 이름도 얻었다. 작은 섬에는 그 섬만큼이나 작은 절집이 있다. 말이 섬이지 그저 손바닥만 한 크기에 암자 하나가 간신히 들어앉은 형상이다.

밀물 때는 물이 차 섬이 됐다가 썰물때면 육지와 연결되는 간월암은 바다에 떠 있는 모습이 앙증맞다. 조선왕조의 도읍을 서울로 정한 무학대사가 고려말 암자를 짓고 '무학사'라 불렀다 그 뒤 퇴락한 절터에 만공대사가 1941년 새로 절을 지어 '간월암'이라 이름 지었다. 지금도 절 앞마당에는 만공이 심었다는 사철나무가 석탑을 대신해 절간을 지키고 있다.

간월암은 본래 서해의 외로운 섬이었다. 지금이야 서산방조제 공사와 매립으로 육지와 가까워 졌지만 그전에는 학승들이 용맹정진 할 만한 절해고도였다. 물때를 잘 맞춰 걸어 들어가거나 물이 차면 도선의 줄을 당겨 건넌다.

대웅전 앞에 서면 툭 트인 바다가 펼쳐지고, 물살을 가르며 나아가는 어선들의 행렬이 이어진다. 특히 바다를 향해 촛불을 밝힌 채 소망을 비는 이들의 모습은 저절로 손을 모으게 한다.

간월암 기행은 느지막한 오후가 좋다. 이즈음에는 오후 5시경이면 일몰 분위기가 시작된다. 낙조는 절 앞마당 보다는 뭍에서 바라보는 간월암의 해넘이가 압권이다. 서서히 오렌지 빛으로 물들다가 어느덧 붉게 타오르는 바다와 절집의 일몰은 진한 여운을 드리운다.

◇가는 길=서해안고속도로 홍성 IC~서산 A지구 방조제~간월암/ 남당리 포구/ 당암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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