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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우리 동네 상권]핫 스팟-핫 플레이스 ⑭ '서울로 7017' 조성으로 재조명된 옛 골목…중림동 상권의 '재발견'

김소형 기자

기사입력 2017-12-13 08:18


 ◇'서울로 7017'에서 바라본 중림동.

"건물 신축으로 인해 이전합니다."

영하의 기온에 눈비가 오락가락했던 지난 주말, 서울역 고가도로를 국내 최초 고가보행로로 만든 '서울로 7017'에 인접한 서울 중림동의 수십년 전통 '맛집'이 건물 신축으로 인해 자리를 옮긴다는 안내문이 눈길을 끌었다.

서울로 7017의 가장 직접적인 수혜지역으로 꼽히는 곳은 인근 만리동과 중림동이다. 특히 지난 5월 서울시가 서울로 7017과 만나는 중림동 일대를 도시재생사업지로 지정하고 '중림로 보행문화거리'로 꾸며 역사문화콘텐츠를 간직한 새 명소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이후, 매매가는 물론 임대료 및 권리금이 급등해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상권 활성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다만, 벌써부터 임대료 급등이 유동인구 증가에 비해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한 가격 상승과 함께 개발이 이루어지면서 수십년 된 식당이 문을 닫는 등 동네의 옛 모습을 잃을 수도 있다는 볼멘소리도 적지 않다.


'서울로 7017', 남대문 상권과 중림동 일대 연결

지난 봄 서울로 7017의 등장은 서울역 뒷편의 '소외된 도심 동네들'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많은 기대를 받았다. 서울시에서 중림동 일대의 도시재생사업지 지정과 함께 손기정체육공원~약현성당~염천교 제화거리~서소문역사공원으로 이어지는 1.5㎞ 길에 '보행문화거리' 조성을 위한 투자 계획을 밝혔기 때문이다.

임채우 KB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일반적으로 고가는 '그냥 지나치는 곳'으로 그 지역 상권을 단절시키지만, 서울로 7017의 경우 도보를 통해 남대문 상권과 중림동 일대 상권을 연결시키는 역할을 한다"면서 "유동인구 유입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 지역은 역사적 가치는 물론 1970년대 서울의 흑백사진을 보는 듯한 추억이 가득한 곳으로 꼽힌다. 국내 최초 서양식 벽돌건물인 '약현성당'을 비롯, 첫 주상복합아파트인 '성요셉아파트', 조선시대 칠패시장이 이어져 온 '중림시장', 호박 넝쿨로 유명한 '호박마을', 염천교 수제화 거리 등이 대표적이다.


서울로 7017 주변 미식투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서울 가스트로투어 강태안 대표는 "중림동 투어는 많이 알려진 지역인 남대문·명동, 시청·광화문 투어보다 인기가 좋다"면서 "관광객들이 옛 모습을 간직한 골목들에 특히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중림동 상인들도 동네상권을 알리고 젊은 층의 유입이 늘어나는 방향으로 홍보에 적극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로 7017부터 충정로역 5번출구에 이르는 소위 '중리단길'에는 예전 동네 주민들을 주 고객으로 했던 식당들 대신 수제맥주집이나 떡카페 등 개성있는 가게들이 하나 둘 문을 열고 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상권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 지역은 '주택업무지역'으로 저밀·중밀 주거지역 내 업무시설이 밀집한 지역이다. 최근 인근에 1000세대가 넘는 아파트 서울역센트럴자이 등이 들어서면서 배후 입지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더해지고 있다. 서울역이 지척이고, 2호선과 5호선이 교차하는 충정로역이 있어 교통면에서는 A급에 가깝다는 평가다. 여기에 도심속 이색 공원인 서울로 7017이 들어서면서 재조명을 받게 된 것.

지난 5월 문을 연 서울로 2017은 개장 100일만에 누적 방문객 수 360만명을 돌파했고, 이 중 외국인 관광객도 20만명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외국인 관광객의 편의를 돕기 위해 '서울로 7017' 등 주변 홍보 리플렛을 제작한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한·중 관계 회복에 따라 내년에는 중국 관광객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변 상인들도 손기정 체육공원에 이어 내년 인근 서소문공원의 새 단장이 이루어져 '걷고 싶은 길'이 점점 완성되면 중림동 인근을 찾는 발길도 늘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로 7017' 주변 투어에 나선 외국인 관광객들.  사진제공=서울 가스트로 투어
임대료 단기간에 급등…젠트리피케이션 우려도

이처럼 중림동에 대한 재조명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단기간 가격 급등으로 인한 후유증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충정로역 인근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서울로 7017 개장 이후, 최근 대로변 상가의 재계약이 일부 식당들을 제외하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귀띔할 정도다. 실제 인근 상가 권리금과 임대료가 1년새 30~50% 가량 폭등하는 바람에 인근 상가의 '손 바뀜'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중림동의 또 다른 부동산 중개업소에서는 "지난해 초 평당 3000만원대였던 상가 매매가가 6000만원에 육박할 정도로 치솟은 경우도 있어, 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기도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임대료 때문에 다른 곳에서 옮겨온 상인들은 물론, 동네 터줏대감들도 오랜 단골들을 등지고 떠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골목 사이사이 셔터 문을 내린 가게들도 보이는 상황이다.

그러나 소위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불리는 이러한 현상이 '피할 수 없는 기회비용'이라는 의견도 있다. 건물의 노후화 등으로 화재 위험 등 안정성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점 등에서 개발이 불가피하다고 지적되는 것이다. 또한 최근에는 추위 등으로 서울로 7017을 찾는 방문객 수가 줄어든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오픈 효과'가 오래가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서울로 7017의 집객요인은 '폭발적'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서울역 주변 대규모 역세권 개발계획의 큰 그림에 대한 주목을 불러오는 효과가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서울로 7017의 또다른 시작점인 남대문 시장과 대형 백화점들로 이어지는 '매머드급 상권'이 존재하는 만큼, 개성있는 컬러로 틈새시장을 노려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견해도 이어진다. 대형 프랜차이즈보다는 휴식과 함께 '스토리'를 만들어갈 수 있는 특색있는 카페·식당이나 체험형 공간이 각광받을 수 있다는 것. 실제 중림동에서는 규격화된 대형 유통센터에서는 볼 수 없는 공방들이 생겨나는가 하면, 오랜 기간 방치됐던 창고를 개조해 갤러리로 개관하는 등 '예술'을 덧입히는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중림동 토박이로 장사를 해온 한 상인은 "자칫 프랜차이즈들이 대거 들어서게 되면 중림동 특유의 이미지가 흐려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공존의 미학을 잘 살려가는 방향으로 개발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신사 계급을 뜻하는 '젠트리'라는 단어에서 파생된 젠트리피케이션은 재개발 등으로 낙후됐던 구도심이 개발돼 상권이 활성화되면서 원주민이나 자영업자들이 높아진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다른 지역으로 내몰리는 현상을 말한다. 구도심 개발은 쇠락한 도심의 기능을 활성화하고 유입인구를 확대해 발전시킨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기존 세입자·임차인들에게는 보금자리를 위협하는 '그늘'이 되는 양면성을 지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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