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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우 기자의 제철미식기행=옛날식 순대>

김형우 기자

기사입력 2017-11-13 16:45


◇막창으로 만든 옛날식 순대

입동을 지나니 제법 바람이 차갑다. 이번 주에는 예외 없이 수능한파도 닥친다니 이제 영락없는 겨울을 맞게 되나 보다. 하지만 거리의 가로수며 산자락에는 아직 가을색이 여전하다. 오히려 반쯤 매달린 단풍이며 거리를 뒤덮은 낙엽이 더 운치 있게 다가오는 즈음이다.

가는 가을이 아쉬울 때 찾을 만한 곳이 있다. 경북 영주다. 영주 부석사는 만추에 더 멋진 풍광을 담아내는 절집이다. 소수서원을 지나 부석사에 이르는 7~8km 노란 은행나무 길은 가히 압권이다. 게다가 사찰 입구와 경내를 온통 노랗게 물들이는 노거수와 그 낙엽은 운치의 절정을 담아낸다.

이젠 집밖을 나서려면 두툼한 패딩 점퍼도 챙겨야 할 만큼 쌀쌀해졌다. 이럴 땐 속도 든든히 채우며 여정을 꾸려야 한다. 뜨끈한 국물이 그리워지는 시절, 경북 영주-예천지방을 찾았다면 옛날식 순대가 먹을 만한 별미가 된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막창순대다. 막창순대는 흔히 우리가 접하는 순대와는 그 생김부터가 다르다. 우선 껍질이 투명한 비닐처럼 얇지가 않고 두툼하다. 그러자니 일단 통통한 순대 한 점이면 입 안 가득 오물거려 가며 먹어야 할 정도로 큼지막하다. 특히 쫄깃한 게 씹을 거리가 있으니 기계식 순대와는 아예 식감부터가 다르다. 우리가 곱창집을 들러서 맛나게 먹는 막창수육의 미각을 순대를 통해 맛볼 수 있는 셈이다. 특히 선지가 듬뿍 들어있으니 식감도 더 부드럽고 고소하다.

이 같은 막창순대를 예전에는 전라도 경상도 할 것 없이 거의 전국 각지에서 맛볼 수가 있었다. 영주 시내에도 맛집이 있었다. 하지만 식당 주방도 세대교체, 손 바뀜 되는 곳이 늘면서 손이 많이 가는 막창순대를 하는 집은 찾기가 어려워졌다. 그나마 다행인 게 이제는 보기 드문 추억의 맛, 막창순대를 영주 인근 예천에 가면 아직도 맛을 볼 수가 있다.

김 폴폴 나는 막쪄낸 순대를 먹음직하게 썰어놓고 거기에 쫄깃한 수육 몇 점 올려놓은 접시가 그처럼 푸짐할 수가 없다. 두툼한 대창, 막창에 선지, 숙주, 파 등을 넣고 쪄낸 순대의 육질이 쫄깃 고소하다. 따끈 고소한 순댓국물맛은 또 어떠한가. 순대와 수육, 머릿고기를 듬뿍 넣어 토렴해 낸 순댓국도 옛맛 그대로다.

50년 전 장터에서 시작된 예천의 옛날식 순대 집에는 오징어탄구이도 유명하다. 연탄불에 구워 내는 매콤한 오징어불고기가 코끝에 땀방울을 맺히게 해준다.

금강산도 식후경, 순서를 바꿔 맛난 순대부터 맛보고 여정을 꾸려도 좋다. 영주 부석사는 하루 중 해질녘이 가장 운치 있기 때문이다. 부석사 안양루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엎드려 모여 있는 경내 가람들의 지붕과 멀리 펼쳐진 소백의 연봉들이 한 눈에 들어온다. 해질녘 장엄한 법고 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가람 지붕의 부드러운 실루엣과 고산준령을 굽어보는 묘미가 같하다. 규칙적인 리듬의 법고 소리는 큰 울림이 되어 마음속에 긴 여운도 남겨준다.

가을의 끝자락. 만추의 자태를 뽐내는 영주 부석사와 물돌이 무섬마을, 예천 회룡포를 찾아보는 것도 괜찮은 발품일 듯싶다. 아름다운 대자연의 변이 속에 깃들어 있는 전통사찰의 운치와 더불어 옛날식 순대라는 추억의 미각이 흡족한 여정을 담보해주기 때문이다.
김형우 문화관광전문 기자 hwkim@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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