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문조사 조작' 의혹으로 윤종규 KB금융 회장 연임에 빨간등이 켜졌다.
이번 압수수색은 지난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KB노조는 지난 9월 5∼6일 조합원을 상대로 윤 회장의 연임 찬반을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자체 조사 결과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총 17개의 단말기를 통해 4282건의 중복투표가 이뤄졌으며 이 가운데 99.7%가 연임 찬성에 표를 던졌다고 KB노조는 주장했다.
설문조사는 같은 IP 주소의 중복투표를 막도록 설계됐지만, 쿠키(자동으로 생성되는 사용자 정보 파일)를 삭제하는 방식으로 이를 피했다고 노조 측은 설명했다.
사측이 조합원 설문조사에 조직적으로 개입했다고 판단한 노조는 지난 9월 13일 윤 회장을 업무방해 및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고발했다.
이에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지난 3일 오후 KB금융지주 본사를 압수수색하고 HR(인사관리) 본부장 사무실의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박홍배 KB노조위원장은 이번 압수수색에 대해 "(사측의) 도덕성에 문제가 있었다는 노조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일이라고 생각된다"며 "이후 경찰 수사 과정에서 윤 회장 등이 (설문조사 개입을) 지시했는지 여부, 얼마나 관여했는지를 밝혀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경찰은 노조 측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향후 수사 진행 상황 및 결과에 따라 윤 회장의 거취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KB금융그룹은 올 3분기 기준으로 리딩뱅크 경쟁에서 9년 만에 신한금융그룹을 앞질렀다. 지난 9월까지 누적 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3% 늘어난 2조7577억 원에 달했다. 이 같은 분위기라면 윤 회장은 무리없이 연임에 성공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해왔다.
그러나 만약 이번 설문조사 조작 논란이 사실로 밝혀지고, 윤 회장이 관여했다는 결과가 나올 경우 상황은 180도 달라질 수 있다. 그간 업계에서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던 연임에 급제동이 걸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편 KB금융 확대지배구조위원회는 지난 9월 윤 회장을 차기 회장 후보자로 추천했으며, 이사회는 차기 회장 선임 안건으로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결의했다.
연임 확정까지는 20일 예정된 임시 주주총회 통과 절차만 남아 있다.
이와 관련해 KB금융 관계자는 "어차피 경찰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이에 성실히 응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전상희 기자 nowat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