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티브로드의 수상한 거래,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 개인 회사에 일감몰아주기?

김세형 기자

기사입력 2017-11-03 08:48


태광그룹 핵심 계열사이자 국내 대표 유선방송업체인 티브로드가 최근 오너 일가의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고 직원과 협력사를 상대로 '갑(甲)질'을 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이는 수년전부터 논란이 돼 왔던 터라 내부의 자정 의지가 없는 게 아니냐는 지적까지 받고 있다.

더욱이 올해 국정감사 중 티브로드의 간부가 '협력업체에 대해 갑질을 하라'는 취지의 지시와 함께 노동자 업무환경 개선을 강조한 국회의원에게 욕설을 하는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규제기관과 국회까지 무시하는 것으로 비쳐져 파문은 태광그룹 전체로 확대되고 있다.

반복되는 김치 구매…자정의지 의문

2일 재계에 따르면 티브로드는 지난 2015년 강원도 춘천에 있는 휘슬링락CC에서 대량으로 김치를 구매해 지역단체에 기부했다. 지역 사회공헌 일환이지만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제기됐다. 티브로드가 김치를 구매한 휘슬링락CC는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 일가가 최대주주로 있는 티시스의 자회사이기 때문이다.

티브로드가 휘슬링락CC에서 구매한 김치가격은 10㎏당 19만원. 김치 10㎏은 대형마트에서 5만원 안팎에 판매되고 있다. 품질을 무시했을 경우 4배나 비싼 셈이다. 이처럼 티브로드가 시중보다 비싼 김치를 휘슬링락CC에서 구매, 오너 일가의 기업에 상당한 매출을 일으켰다는 점에서 일감몰아주기 논란이 제기된 것. 티브로드는 기부를 통해 기부금 영수증을 발행해 세금혜택도 받았다. 강신웅 티브로드 대표는 지난 10월 19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치는 직원들이 구입하지 않았다"며 일감몰아주기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감몰아주기 논란은 쉽사리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희망연대노동조합 티브로드 지부가 다음날인 10월 20일 서울 명동 티브로드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9만원짜리 김치 구입에 대해 규탄하고 나섰다. 사회공헌의 일환이라는 의도는 좋지만 김치 10㎏을 19만원이나 주고 구입한 것은 일감몰아주기에 불과하다는 내용이 골자다. 휘슬링락CC는 그동안 태광그룹 계열사 등에 몇 년 전부터 김치와 골프장 회원권 등을 판매하며 일감몰아주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곳이다.

공정위도 문제점을 인식, 지난 7월 휘슬링락CC와 거래를 했던 태광그룹 계열사인 흥국증권과 흥국자산운용에 기관주의 제재를 내렸고, 지난해 1월에는 흥국생명에 경영 유의 제재를 내린 바 있다. 흥국증권, 흥국자산운용은 2010년부터 2016년까지 골프장 회원권과 상품권 등을 시세보다 비싸게 구입해 수십억원을 지급한 것이 적발됐고, 흥국생명은 비싸게 산 김치를 임직원 성과급으로 지급한 것이 문제가 됐다.


게다가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직원들에게 태광그룹 계열사인 흥국화재에서 자동차 보험가입을 강요했다는 폭로도 나왔다. 직원 개인 신상정보를 이용해 자동차 보험 만기일이 오지 않은 직원들에게 가입을 종용하는 등 일감몰아주기가 있었다는 것이다.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단순 일감몰아주기를 넘어 '갑질' 논란이 제기되는 이유다.

티브로드 측은 이와 관련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티브로드 측은 "휘슬링락CC에서 김치를 구입한 것은 맞지만 직원이 구입한 것이 아닌 만큼 일감몰아주기로 연결시켜서는 안 된다"며 "2016년 이후 김치구매는 없었다"고 말했다. 또 "자동차보험가입은 강요가 아닌 새로운 상품 소개였다"고 해명했다.

막말 녹취록 파문…공정위 각종 내용 점검

티브로드는 갑질 논란은 또 있다. 정규직 직원을 대상으로 '협력업체에 갑질을 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반복적으로 내렸다 의혹이 불거진 것.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추혜선 의원(정의당)은 지난달 12일 진행된 과기정통부 국감에서 공개한 갑질을 지시하는 티브로드 내부 회의 발언 취록을 공개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티브로드에서 협력업체 관리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의 관리자가 직원들에게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지 말고 정당하게 갑질하라"고 지시했다. 또 지난 7월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협력업체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의 업무환경 개선 등을 강조했던 추 의원을 거론하며 입에 담지 못할 욕설도 했다.

추 의원은 "녹취록을 들어보니 티브로드 노사 문제가 발생하고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국회 앞에서 농성을 하는지, 케이블방송의 경쟁력이 왜 떨어지는지 알겠다"며 "규제기관과 국회도 무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티브로드는 현재 해당 직원에 대해 재발방지 약속을 받고, 감봉 6개월의 징계를 내린 상태다. 티브로드 관계자는 "실적부진에 따른 발언으로 무척 문제가 많이 있고 상식적이지 못한 발언이라는 점에 동의, 당사자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 감봉 6개월의 징계절차를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티브로드 해명은 갑질 논란 등에 대해 직원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는 듯 비쳐지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키우고 있다. 회사차원에서 갑질 및 일감몰아주기 근절 관련 대책 마련이 필요한 셈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공정위가 티브로드를 시작으로 그룹 전반의 일감몰아주기와 갑질 등에 대해 점검에 나설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매년 국감때 해당 문제들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안일한 자정의지 노력이 부각될 경우 그룹차원의 이미지 타격이 불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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