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의료野談(14·끝) 환자 몸 '만질까 말까' 망설의는 의사들

이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7-10-19 16:07



'꼭 만져봐야 하는데 만질까 말까….'

의사들은 '손'이 진찰과 치료에 핵심적이고 필수적인 '타고난 장비'이다. 의사가 열 손가락으로 환자 몸을 만져 보는 촉진(觸診)은 어떤 첨단 영상장비도 전달하지 못하는 미묘한 환자의 상태까지 의사에게 알려 준다.

의사의 손이 가장 위력을 발휘하는 신체 부위는 복부다. 심한 복통을 호소하는 환자가 응급실에 들이닥치면 의사는 우선 약을 쓰면 될지 수술해야 하는 상황인지 신속하게 판단해야 한다. 이 경우 복부 CT를 찍기 전에 '손바닥 진찰'이 최우선이다. 배가 딱딱해져 있고 배를 손으로 천천히 눌렀다가 재빨리 뗄 때 통증을 호소하면 응급 수술 상황인 복막염일 확률이 높다.

척추질환 진단에도 촉진은 필수다. 척추디스크나 척추관협착증 환자는 엑스레이나 CT 사진상 멀쩡해도 거동시 통증을 호소하기도 하고, 거꾸로 사진상 증상은 심각해도 별다른 불편을 겪지 않기도 한다. 따라서 최선의 치료 계획을 세우려면 환자를 이리저리 움직이게 하면서 환부를 꾹꾹 눌러봐야 한다.

그런데, 요즘 의사들은 촉진에 점점 소극적이 되어 간다. 환자의 인권이 중시되면서 되도록 이성 환자와 신체 접촉을 줄이는 방어 진료를 하기 때문이다. 남성 의사의 경우 젊은 여성의 척추디스크 진단시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환자가 거북해 하면 촉진을 생략하고 영상검사 결과만으로 치료 방향을 정하기도 한다.

아무리 오해의 소지가 있어도 촉진을 거를 수 없는 질병이 유방암이다. 유방암이 의심되는 내원 여성 전원에게 촉진을 건너 뛰고 초음파 또는 맘모그램 검사부터 시키는 것은 과잉진료이기 때문에 불가능하다. 유방암 전문의가 세 손가락 끝으로 의심 부위를 천천히 눌러 보는 촉진이 필수다. 여자 환자는 남자 의사의 유방암 촉진 시 수치심을 느끼는 경우가 적지 않다. 남자 의사들은 억울하다. 환자의 생명을 좌우하는 암 조직 찾기에 온 신경을 집중하기 때문에 다른 생각은 할 수도 없고 들지도 않는다고 강조한다. 검사실에 여자 간호사를 동석시키고, 환자 얼굴을 가린 뒤 환부도 최소한으로 노출시키고 촉진하는 까닭이 환자의 오해를 피하기 위함이다.
이동혁 기자 do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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