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서북부 상권을 놓고 유통업계 '별들의 전쟁'이 펼쳐진다.
특히 스타필드 고양과 롯데 아울렛 사이 거리는 불과 2.7㎞ 떨어져 있어, 양사가 '매머드급 상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됐다. 이곳은 10대 이하 자녀를 둔 30~40대 인구 비중이 높은 반면 대형 쇼핑 시설과 놀거리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어디가 먼저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지에 따라 향후 이 곳 상권의 주도권이 한 곳으로 완전히 쏠릴 수도 있어 양사는 최고의 공격카드로 이번 유통 전쟁에 임하고 있다.
수도권 서북부 상권 놓고 공수 주고받아
사실 이 지역은 오랫동안 이마트 은평점의 '독무대'나 다름없었다. 과거 서울 서북 지역과 고양은 유통업계의 불모지에 가까왔다. 불광동 NC백화점 외엔 이마트 은평점이 사실상 유일한 대형 유통시설이었던 상황. 이는 고질적인 교통정체 등 대형 쇼핑몰이 들어서기엔 여러 가지 장벽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터줏대감으로서 이마트 은평점은 이 지역을 싹쓸이하면서 국내 147개 이마트 매장 중 가장 매출이 높은 매장으로 명성을 떨쳐왔다.
그러나 지난해 말 롯데몰 은평점이 이마트와 불과 4.1㎞ 떨어진 곳에 문을 열면서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롯데몰의 공격에 허를 찔린 신세계 이마트 은평점은 기세가 눌리면서, 한때 매출이 전국 4~5위권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에 반격에 나선 신세계는 지난 8월 두 번째 쇼핑테마파크 '스타필드 고양'을 대대적으로 오픈, 무섭게 상권을 장악해가고 있다.
스타필드 고양은 부지면적 9만1000㎡, 연면적 36만4000㎡를 자랑한다. 어린이와 가족 단위 고객 등 주 타깃을 만족시킬 엔터테인먼트, 식음료 등 즐길거리 비중이 높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야심작'인 만큼, 그룹에서도 같히 공을 들였고 오픈 초기 성적표도 우수하다. 내비게이션 카카오내비가 지난 추석 연휴(9월 30일∼10월 8일) 9일 동안 길 안내에서 가장 많이 방문한 곳이 스타필드 고양일 정도로 인기가 높다.
그러나 이후가 더 문제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인 만큼, 방심은 금물이다. 바로 스타필드 고양으로부터 불과 2.7㎞ 떨어진 곳에 롯데 아울렛이 오는 19일 오픈하면서 공수가 다시 바뀌게 됐기 때문이다. 이케아와 손을 잡은 롯데는 신세계의 진격에 제동을 걸겠다는 구상이다.
이케아·롯데 연합군에 신세계·한샘 손잡고 맞대응
유통 명가의 자존심을 내건 대 격돌인 만큼, 롯데와 신세계는 각각 유명 가구업체를 동맹군으로 내세웠다. 오는 19일 국내 2호점인 고양점을 내는 이케아가 롯데와 한 팀이 되고, 이에 맞서 신세계와 한샘이 손을 잡는 형국이다.
이케아의 국내 2호점인 고양점은 이케아와 롯데 아울렛이 한 건물에 들어서는 복합매장 형태다. 4층 규모의 건물에서 롯데 아울렛이 지하 1층과 지상 1층, 이케아가 지상 2층과 3층을 사용한다. 이케아 고양점 면적은 5만2199㎡에 달한다.
앞서 이케아는 한국 진출을 선언하면서 롯데와 손을 잡았다. 이케아 1호점인 광명점 바로 옆에 롯데의 프리미엄 아울렛이 자리잡고 있으며, 두 점포가 구름다리로 연결돼 고객들이 이동할 수 있도록 했다. 유통과 가구의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이런 영업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
이번 고양점에선 롯데 아울렛은 화장품과 의류에, 이케아는 가구와 인테리어 등 생활용품을 통해 20∼30대 젊은 소비자를 잡으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롯데는 이번 롯데 아울렛 고양점에는 리빙, 식음료 상품군 구성비를 일반 도심형 아울렛의 두 배 수준으로 늘렸고, 유명 맛집 유치에도 같히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역에는 2020년까지 2만 가구에 육박하는 아파트 단지가 건립된다. 인테리어나 새 집 꾸미기를 위해 주부들의 이케아 방문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케아와 손을 잡은 롯데가 시너지 효과를 제대로 누리게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정용진 부회장이 최근 스타필드 고양점 오픈 행사에서 "이케아도 (의무 휴업일엔) 쉬어야 한다"며 돌직구를 날린 이유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가구전문점(이케아)은 유통산업발전법상 의무휴업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실제로는 이케아와 손을 잡고 있는 롯데를 향한 견제구라는 것이 업계의 해석이다.
이 가운데 신세계는 롯데-이케아 동맹군에 맞서 국내 토종 가구 업체 1위인 한샘과 손을 잡았다. 한샘은 스타필드 고양에 3600㎡ 규모의 매장인 '한샘 디자인 파크'를 운영하고 있다. 한샘 디자인 파크는 가정용 가구와 생활용품, 부엌 가구, 리모델링 관련 제품 등 '집 꾸미기'에 관련된 모든 제품을 한꺼번에 구매할 수 있는 '원스톱 쇼핑'을 내세운다. 무엇보다 인테리어 전문 직원이 3차원 인테리어 설계 상담 등의 서비스를 제공, 이케아와는 다른 한국형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스타필드 고양은 신세계가 가장 최근에 문을 연 복합쇼핑몰인만큼, 하반기 흥행몰이를 위해 전력을 다하지 않겠느냐"며 "기존 이마트 은평점의 명성을 되살리면서 스타필드 고양점의 붐업으로 시너지 효과를 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말 오프한 은평 롯데몰은 스타필드 고양보다 규모가 작지만 롯데월드만의 충성 고객층이 만만치 않다"며 "최근 문을 연 스타필드 고양의 물량공세를 롯데몰 은평점이 방어해내는 가운데, 10월 롯데 아울렛-이케아 연합군이 얼마나 바람몰이를 하는지가 양사의 실적을 가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상희 기자 nowat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