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트렌드를 움직이는 사람들, 방송·예술·라이프·사이언스·사회경제 등 장르 구분 없이 곳곳에서 트렌드를 창조하는 리더들을 조명합니다. 2017년 스포츠조선 엔터스타일팀 에디터들이 100명의 트렌드를 이끄는 리더들의 인터뷰를 연재합니다. 그 마흔 네 번째 주인공은 양말로 뉴욕과 파리를 매료시킨 아이헤이트먼데이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홍정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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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미 실장(이하 홍) : 그냥 내가 좋아하는 양말, 또 내가 신을 수 있는 양말이에요. 양말은 옷처럼 중요한 패션 아이템이라고 생각해요. 비록 메인은 아니더라도 많은 스타일에 코디를 할 수 있잖아요. 아무래도 많은 옷에 조화롭게 입을 수 있는 스타일로 만들고 있습니다.
홍: 맞아요. 두 회사에서 일을 했었는데, 그 분야에서는 매우 힘들기로 유명한 회사만 다녔어요. 특히 월요일에는 주말에 판매된 옷으로 평가를 받았죠. 게다가 집이 의정부에 있어 새벽 5시30분에 첫 차를 타야 출근을 할 수 있었어요. 거기다가 야근이 거의 매일 있으니 체력적으로 너무나 힘들었죠.
-퇴사를 하고, 양말 브랜드를 런칭하게 된 계기는요?
홍: 실은 저만의 옷 브랜드를 런칭하고 싶었는데 초기 비용이 많이 들어, 양말로 시작했어요. 막상 시작해보니 쉽지만은 않아 공부를 많이 해야 했죠. 준비기간만 1년이 걸렸어요.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결심하고 행동으로 옮긴 건 일주일 밖에 안 걸렸는데 말이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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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일단 공장을 구하기가 어려웠어요. 또 공장 아저씨들 대부분이 오래 일하신 베테랑에 나이도 좀 있으신 분들이잖아요. 그에 비해 저는 겨우 27이었어요. 젊고 뭘 모르는 애가 와서 양말을 만든다 하니까 너무 싫어하시더라고요. 그런 것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죠. 그 당시가 기억이 잘 안날 정도로 너무 힘들었어요. 한국이 양말 강국이에요. 기술이 정말 좋아요. 면 양말을 잘 만들고 빨리 만들어요. 수출 브랜드를 거의 대부분 한국에서 하고 있기 때문에 저희 같이 좀 디자인도 들어가고 만들기 까다로운 제품들은 그런 다량 주문 뒤에 밀리는 경우도 많아요. 아직도 그래요. 지금도 새로운 소재를 들고가서 만들어 달라고 하면 너무 싫어하세요(웃음).
-소재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아이헤이트먼데이는 소재가 다양해요. 양말 소재에도 트렌드가 있나요
홍 : 확실히 있죠. 패션 양말이 유행 초기에는 화려한 패턴이 유행했어요. '나 이런 양말 좀 신었어'라는 과시욕이 반영된 거죠. 디자인도 그런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들이 많이 나왔고요. 지금은 패션 양말이 많이 대중화되서 더욱 트렌디 하게 연출해요. 패턴보다는 소재 면에서 특별함을 주고, 패턴은 과하지 않게 들어가죠. 작년에 어린 친구들이 고객으로 많이 유입됐는데, 펄 양말이 잘 팔렸어요. 워낙 다른 곳에서 많이 따라해 이번 시즌에는 새롭게 개발이 들어간 상품이 출시됐어요. 기존 펄에 면을 섞어 착용감을 좋게 했어요. 독보적인 기술입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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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 일단 실 자체가 달라요. 우리는 실 하나하나 염색하고 디자인도 직접 한다는 점이 차이점이에요. 국내에서 제작이 안되는 실, 소재의 경우에는 수입을 해오죠. 이번에 새롭게 출시되는 양말 중에 스타킹 처럼 만들고 싶어서 소재를 개발해서 만든 양말도 있어요. 착용감이 확실히 다르죠. 개발하는데 시간도 꽤 걸렸어요. 원래 계획은 올 봄 출시였는데 계속 늦어져 이제서야 빛을 보게 된 것이죠. 세탁기에 넣고 빨아도 될 정도로 튼튼한 소재에요. 사실 저희 양말들은 다 세탁기에 돌려도 되는 소재로만 만들어요. 펄도 절대 안떨어져요.
-그럼에도 일본이 양말 쪽에서는 넘사벽이라고 하던데요.
홍 : 맞아요. 정말 넘사벽이죠. 일단 기계가 좋은 것이 너무 많아요. 반면, 한국 공장은 기계도 별로 없고 많이 낙후되어 있어요. 아직은 저희도 일본이 부러운게 현실이에요.
-제조와 개발에 어려움이 있는 만큼, 가격대 고민이 많을 것 같은데요.
홍 : 어려워요. 브랜드 런칭 시기인 2011년에는 5,000원 짜리 양말만 나와도 사람들이 놀랐죠. 당시만 하더라도 양말에 대한 인식이 엄마 아빠가 그냥 사다 주면 신는 정도였으니까, 가격이 비싸면 다들 어려워 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최대한 줄여서 맞춘 가격이 5,000이었는데, 원단도 점점 좋아지고 디자인도 하고 직원도 생기고 패키지도 늘어나다보니 이제는 9,000원대까지 올라갔어요. 가격을 많이 못 올리는 이유는 합리적인 패션 양말 브랜드의 이미지가 구축되어 버린 것도 있고, 매니아 층도 생겨버려서 100원, 200원 차이 그리고 소재 하나 하나에 피드백이 다 와요. 그런 분 들이 있기에 함부로 가격대를 올리거나 마음대로 변화를 줄 수가 없죠.
-국내에 양말 전문 브랜드나, 경쟁 업체라 할만한 곳은 또 없나요.
홍 : 흔치 않아요. 최근 몇 년 사이에는 많이 보이긴 하지만, 대부분 면 양말을 팔아요. 소재를 개발해서 만들지는 않는 것 같아요. 경쟁 업체라 할 만한 곳도 컨셉트들이 다 달라 없다고 볼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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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 처음부터 홍보 목적은 아니었어요. 양말마다 스토리가 많으니 하나씩 풀어서 올렸죠. 스토리를 모르면 그냥 '이 양말 예쁘다'로 지나쳐갈텐데 스토리가 담기면 남다른 애정이 생기잖아요. 예를 들어, 이 양말의 소재를 들고 공장에 갔더니 사장님이 경기를 일으키시더라 같은 뒷 이야기를 하나씩 올리다 보니 사람들이 신을 때 그 이야기를 생각하게 된다더라고요. 실도 올리고 공장 사진도 올리고 이렇게 생산과정을 올려주니까 인스타그램을 통해 팬들이 엄청나게 늘어났어요. 아! 또 양말을 좋아하시는 분들을 보면 대부분 소소한 것에 대한 애착과 브랜드 충성심 강하신 분들이시죠. 한번 신으면 저희 제품만 사는 분들이 많아요.
-선물용으로도 참 좋은 양말이에요.
홍 :그래서 포장을 항상 중요하게 생각해요. 크리스마스는 1년 중 가장 큰 매출이 일어나는 이벤트죠. 포장을 매년 새롭게 개발하다보니 사람들의 기대치가 매년 높아져요. 올 해는 키트를 준비할 예정이니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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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 '테이블 밑의 다리'라는 타이틀인데, 테이블 밑에서는 양말이 옷이 되잖아요. 소재를 새로 개발한 시리즈도 있고 체크 시리즈도 있어요. 클래식한 아가일 패턴을 변형한 스타일도 있는데, 모두 믹스앤매치가 가능해 재미있게 신을 수 있게끔 만들었어요.
-올 시즌부터는 해외에서 기분 좋은 소식이 있다고요.
홍 :올 가을 컬렉션 부터 뉴욕 리즈 백화점에 입점이 돼요. 갑자기 엄청 큰 제안이 들어와 준비를 많이 했어요. 어설프게 해외 샵에 들어가는 것보다는 브랜드 이미지에 맞는 곳에 들어가고 싶었는데, 좋은 기회가 왔죠. 그 외에도 파리에는 편집숍 등이 입점되어 있어요. 해외 입점은 잘 알아보지 않으면 컨트롤이 안될 수도 있잖아요. 제안이 들어오면 꼼꼼하게 서치해서 브랜드 이미지와 맞는 곳인지 검증된 곳인지를 확인한 다음 진행해요.
-앞으로 상품군 확장 계획이 있나요?
홍 : 이번에 옷 라인을 론칭해요. 제가 처음 양말을 시작한 건 니트를 전공했기 때문에 실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기 때문인데, 그래서 니트 브랜드를 런칭하게 됐어요. 기대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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