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가게 캠페인-8. 부산 동래구 명륜1번가 '논두렁추어탕'
2015년 말 명륜1번가 착한거리 선포식에 맞춰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착한가게 캠페인'에 동참, 1번가 상가 회원 40여 명과 함께 매월 10만 원씩 모아 관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있다. 15년에 7,000만 원, 작년엔 5,000만 원을 모았다.
사실 매달 10만 원씩 꼬박꼬박 기부하는 게 부담스러운 가게도 있다. 아르바이트생 한 명 두고 영업하는 작은 가게가 많은 데다 경기마저 바닥이라 더 그렇다. 그래도 다들 나보다 어려운 누군가를 돕자는 데는 주저하지 않는다. 특히 착한거리 선포식과 함께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명륜1번가 착한거리'라는 문구를 새긴 조형물까지 세우자 상인들의 자부심과 결속력은 더 단단해졌다.
"돌이켜보니 미친 듯이 뛰어다니던 총무 시절이 그립네요.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 음식 장만하는 것도 큰일이지만, 회비 걷으러 다니는 것도 보통 일은 아니었어요. 장사가 잘되면 너나없이 10만 원씩 턱턱 내죠. 근데 그렇지가 않잖아요. 가서 술 한잔하며 고민도 들어주고, 소통하며 정도 나누고, 때로는 아양도 떨면서 한 집, 한 집 걷었죠. 그렇게 장학회 살림 살았어요."
그녀는 착한가게 기부금 외에도 노인복지회관, 장애인복지관, 사회복지단체 등에 기부하는 돈이 매월 50만 원 넘는다. 또 10명으로 구성된 봉사회를 통해 매월 노인과 장애인에게 자장면을 600~700그릇 대접한다. 많을 때는 1,300그릇에 이른다. 극빈자나 장애인, 기초생활수급자 등을 위해 정기적으로 추어탕도 배달하며, 노인잔치가 열리면 또 수백 그릇을 보낸다.
그녀는 남을 위해 뭔가를 할 수 있는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해 어쩔 줄을 모르겠단다. 말로 다 못할 어려운 시절을 겪었기에.
스물아홉에 이혼, 세 살배기와 100일 된 두 딸을 데리고 200원짜리 어묵 파는 불법 노점상으로 생계를 이었다. 그나마도 얼마 못 가 쫓겨났고, 빚을 내 시작한 추어탕 장사는 가게 주인의 끝없는 월세 인상에 또 휘청거려야 했다.
모진 세월을 인내와 성실로 버티며 마침내 '내 가게'를 마련했고, 숨통이 트이자마자 어려운 사람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 와중에도 '복지사업'이라는 평생의 꿈을 잊지 않기 위해 2000년 장기기증 서약을 했다. "빚에 허덕여 줄 게 없으니 우선 장기부터 내놓자고 생각했어요. 사람 목숨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요."
그녀가 운영하는 '논두렁추어탕'은 숱한 얘깃거리를 담고 있다. 2002년 개업 이후 지금까지 15년이 넘도록 5,000원을 받고 있다. 전국 6,500여 추천 업소를 대상으로 벌인 '착한가격업소' 평가에서 최고상인 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무한리필 또한 이 집의 매력이다. "손님이 음식을 더 달라고 하는 것만큼 기분 좋은 일이 어딨습니까. 우리 음식이 맛있다는 증거잖아요."
그녀는 여태 침대에 누워본 적이 없단다. 지금도 가게에서 테이블 밀치고 간단히 이불 깔고 잔다. 그러면서 한결같이 꿈꾸는 게 있다.
"제 생이 다할 때쯤 재산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절반은 사회에 환원하려고요. 그냥 '윤경화, 참 열심히 살았구나'라는 소리 듣고 싶어요."
글·사진=최재성 기자 kkachi@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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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가게란?
중소 규모의 자영업소 가운데 매월 3만 원 이상 일정액을 기부해 나눔을 실천하는 가게를 뜻한다. 2005년 1호를 시작으로 13년째인 올해 4월 2만 호 착한가게가 탄생했다. 착한가게에 가입하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인증 현판을 달아주고 해당 업소의 소식을 온?오프라인 소식지에 실어 홍보한다. 특히 오는 6월부터 9월까지 펼쳐지는 집중 가입 기간에는 골목이나 거리에 있는 가게들이 단체로 가입하여 새로운 착한골목과 착한거리도 탄생할 예정이다. 주요 협회 단위의 회원 가게들이 동참하는 단체형 가입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가입문의 : 홈페이지(http://store.chest.or.kr/), 사랑의열매 콜센터(080-890-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