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치킨업체 '호식이두마리치킨' 최호식 회장의 '성추행 의혹' 파문이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부풀려진 의혹'(?)에 18년 공든 탑 와르르 위기
1999년 1월 대구에서 닭 한 마리 가격에 두 마리를 판매한다는 콘셉트로 바람몰이를 시작한 호식이두마리치킨은 지난해 8월 창립 17년만에 가맹점 1000호 점을 돌파했다.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성공신화의 주인공이 된 최 회장은 지난 2015년 강남에 330억원대의 '호식이 타워'를 사들이면서, '닭팔아 빌딩 산 호식이'라는 애칭까지 얻었다.
그러나 이번 일로 인해 20년 가까이 공들여 쌓아온 명성에 금이 가게 됐다. 최 회장은 "부풀려진 의혹이다. 오해로 빚어진 일"이라는 입장이지만, 관련 단체들은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급기야 최 회장이 명예회장으로 알려진 단체에서 해당 기사를 작성한 언론사에 메일을 보내 정정을 요구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최 회장이 전국인라인스케이팅연합회 명예회장으로 알려지자, 대한롤러스포츠연맹 관계자는 "최 회장은 국민생활체육 전국인라인스케이팅연합회와 전혀 관련이 없다. 현재 국민생활체육 전국인라인스케이팅연합회는 2016년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가 통합하면서 대한체육회의 대한롤러경기연맹과 통합하며 없어진 단체"라며 재빨리 정정기사를 요청했다.
최 회장이 부회장을 맡고 있는 한국프랜차이즈협회도 상당히 난처해하는 분위기다. 협회 관계자는 "경찰 조사가 진행되고 있으므로 과정을 지켜봐야지 않겠느냐"고 말을 아끼면서도 "결코 이 사안은 가볍게 생각할 수 없다. 필요하다면 프랜차이즈협회 내 윤리위원회에서 절차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전했다.
소비자는 생각도 안하나, 공식 사과문 하나 없어…수준이하 위기관리 능력에 가맹점주만 애간장
최호식 회장은 사건이 불거진 뒤 임직원과 가맹점주에게 보낸 공문을 통해 억울함을 호소했다. "일부 언론에 저와 관련된 내용의 보도로 호식이두마리치킨을 사랑하는 직원 및 전국의 가맹점 점주님들의 자긍심에 큰 상처를 드렸다"고 사과한 최 회장은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최 회장은 "기본적으로 오해와 소통 부족에서 태동한 사안"이라며 "관련 당사자 간 대화를 통해 조속 종결됐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럼에도 사실과 다르게 왜곡되고 부풀려진 의혹 제기로 저는 물론이고 관련 직원과 회사의 명예가 크게 훼손된 것에 크게 우려하고 있다"며 "조속히 마무리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상황수습을 약속했다.
그러나 최 회장의 바람과 달리, 업계에선 이후 이번 사건을 둘러싼 파문이 오히려 일파만파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의혹을 해소하기에 불충분한 공문 내용은 차치하고라도, 초기 위기 관리에 있어 무능으로 일관하면서 오히려 소비자 분노를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이번 사건으로 지난 3~4일 내내 온라인 검색어 1위에 오르기까지 했는데, 정작 소비자들의 비난을 달래거나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다. 지금껏 호식이두 마리치킨 측은 공식 사과문조차 내놓지 않았으며, 본사 관계자들도 취재 전화를 피하는 것이 대응책의 전부다. 이에 위기관리에 있어 첫 단추를 잘못 꿰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애꿎은 가맹점주들만 더 애를 태우고 있다. 사건의 책임 소재가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브랜드 이미지가 끝도 없이 추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에선 불매 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다. 다음주 최 회장이 경찰에 출석하면서 이 이슈가 더 불거질 경우 여론이 더 불리하게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가뜩이나 최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다시 발생하면서 업계 파장을 가슴 졸이며 지켜보던 가맹점주들에겐 날벼락이 따로 없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진실이 어떻든 공인으로서 부적절한 구설에 휘말린 것은 사실 아니냐. 설사 최 회장이 개인적으로 억울한 부분이 있을지라도, 직접 나서서 입장 표명을 했어야 한다. 최소 본사 차원에서 사과를 하거나 공식 입장을 내놨어야 했다"며 "가맹점주에게 피해가 가는 상황을 막았어야 했는데, 회사가 지금 속수무책으로 시간만 보내고 있다. 가맹점 수를 늘릴 때의 추진력과 돌파력이 정작 오너 리스크 앞에선 전혀 가동되지 않는 듯하다"고 꼬집었다.
전상희 기자 nowat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