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와 쌍용자동차가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에서 맞붙는다.
G4 렉스턴은 출시 전부터 사전계약 5000대를 달성하며 큰 관심을 받았다. 현재는 계약해도 차량을 실제 인도받으려면 한 달 가량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경쟁모델인 기아차의 모하비는 5월에 전년 동기 대비 30% 가까이 늘어난 1783대가 판매됐으나 G4 렉스턴보다는 약 1000대 뒤졌다. 올해 들어 월별 판매량은 1월 1425대, 2월 1340대, 3월 1096대, 4월 1591대로 꾸준히 1000대를 넘기고 있다. 그러나 일부 편의사양이 강화된 2018년형 모델이 4월 초 출시된 점을 고려하면 그 효과가 기대 이하라는 평가다.
G4 렉스턴이 초반 우세를 보이는 주요인으로는 가격 경쟁력이 꼽힌다. G4 렉스턴은 국내에 총 4가지 트림으로 3350만∼4510만원에 판매 중이다. 2018 모하비(4110만∼4850만원)와 비교하면 기본 트림에서 760만원, 최고 사양은 340만원이 각각 저렴하다.
다만, 기아차 관계자는 "5월에는 G4 렉스턴의 신차 효과가 강했지만, 모하비는 대형 SUV 중 프레임 설계 방식의 희소성에 따른 꾸준한 수요가 있어서 견고한 판매량을 유지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대형 SUV 시장에서 쌍용차가 막강 도전장을 던졌다면 소형 SUV 시장에서는 현대차의 도전이 심상치 않다.
국내 소형 SUV 시장에서는 쌍용차의 티볼리가 부동의 1위를 지켜오고 있다. 티볼리는 지난달 4724대가 팔려 1∼5월 누적 2만3811대의 판매 기록을 세웠다. 2015년 1월 처음 출시돼 2년여가 지났음에도 1∼5월 누적 판매량이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7% 증가했다. 쌍용차는 G4 렉스턴 출시와 티볼리의 꾸준한 인기에 힘입어 지난달 내수 판매 1만대를 돌파하며 국내 완성차업체 5곳 가운데 유일하게 좋은 성적을 냈다.
하지만 그동안 소형 SUV 시장을 방치하다시피 했던 현대차가 이달에 첫 소형 SUV인 코나 출시를 예고, 경쟁은 한층 뜨거워지게 됐다. 특히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이 오는 13일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열리는 신차 발표회에서 직접 단상에 올라 코나를 소개할 것으로 알려져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정 부회장은 그동안 현대차의 미래 전략 발표나 제네시스 브랜드 출범 등의 행사에서 연사로 나섰지만, 신차 발표를 주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 부회장까지 직접 나서 코나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내수 부진 속에서도 소형 SUV는 유일하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6년 기준 소형 SUV 판매량은 10만7000여대로, 2015년 판매량 대비 24% 늘었다. 특히 2022년에는 12만대 이상의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코나는 지금껏 현대차가 채택하지 않았던 상하로 분리된 전조등이라는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20~30대 젊은 층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기본가격은 2000만원 이하로 책정될 전망. 경쟁모델인 2017 티볼리는 1651만∼2346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코나 출시를 앞두고 쌍용차는 올 하반기 티볼리의 페이스 리프트(부분변경)를 검토 중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티볼리가 처음 출시되고 시간이 오래된 것이 사실"이라며 "코나의 브랜드 경쟁력이 높을 순 있겠으나 티볼리의 주 고객층을 노려 안정적인 판매량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