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하 단통법)의 조기 폐지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오는 9월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 종료를 5개월 가량 남겨둔 상황에서 업계를 중심으로 단통법 무용론이 나오고 있는 것.
갤S8 불법보조금 대란으로 업계가 소란스러워지자 방송통신위원회가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 보조금은 현재 줄어든 상황이다. 그러나 여전히 30만∼40만원대 보조금이 지급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30만~40만원대의 보조금은 단통법이 규정한 지원금 범위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단통법에 따르면 공시지원금 외에 유통점이 고객에게 주는 추가 지원금은 공시지원금의 15%를 넘을 수 없다. 갤S8의 공시지원금은 최고 26만4000원으로 합법적으로 줄 수 있는 추가 지원금은 최대 3만9600원에 불과하다. 갤S8 대란으로 법적 지원금의 10배가 넘는 금액이 지급된 셈이다. 불법 보조금은 신도림과 강변 등 서울의 집단상가뿐 아니라 광주, 부산, 청주 등 전국 단위로 이뤄졌다. 방송통신위원회의 단속을 피해 밴드 등 SNS를 통해 판매 정보를 알리고 특정 시간대에만 영업하는 '떳다방'식 영업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방통위가 갤S8 출시 전부터 시장이 과열되는 양상을 보이자 지난 4월 30일까지 이동통신 3사와 공동 순회 점검반을 운영하며 집중 단속에 나선 이후 불법보조금이 치솟았다"며 "단속이 끝나자마자 이통사들이 유통점에 주는 리베이트(판매수수료)를 크게 올렸다는 것은 단통법이 유명무실해진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단통법을 비웃는 듯한 영업 행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프리미엄폰이 출시될 때마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불법 보조금 살포 현상이 발생해왔다. 갤S8의 경우 출시 전 예약 판매부터 30만원대 보조금이 책정됐으며, G6의 경우도 비슷한 금액의 보조금 지급이 이뤄졌다.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단통법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이유다.
갤S8 대란에 앞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단통법의 핵심 조항인 지원금 상한제 조기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운 점도 현행 단통법 무용론에 힘을 보태고 있다. 문 후보는 지난달 "이동통신 3사가 더 많은 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지원금 상한제 폐지시기를 앞당기겠다고 밝혔다. 문 후보가 당선될 경우 폐지 시점이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지원금 상한제가 폐지될 경우 보조금 대란과 이용자 차별이 심해질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현 단통법 체제 아래서도 이미 반복되는 현상이라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의 혼란을 줄이는 방식으로 현행 단통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갤S8 대란 사태를 계기로 더욱 힘을 얻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시장 상황도 상황이지만 단통법 준수를 감시해야할 방통위가 위원장과 상임위원의 공석으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 등이 단통법 무용론을 키우고 있다"며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게 될 경우 9월로 예정된 단통법 폐지 기간이 앞당겨 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
한편 5월 황금연휴 기간에 약 12만명이 통신사를 바꾸는 번호이동을 했다. 지난 1∼6일 통신 3사의 번호이동 건수는 11만7236건에 달했다. 하루 평균 1만9539건으로 작년 비슷한 기간(1∼7일) 1만4536건보다 30%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이 기간 가입자가 가장 많이 늘어난 통신사는 LG유플러스였다. LG유플러스는 엿새 동안 가입자 658명이 순증했고, KT도 246명 늘었다. 반면 SK텔레콤은 904명 순감했다.
날짜별로 보면 근로자의 날인 1일 2만1061건을 시작으로 갤S8 보조금 대란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2일 2만3273건, 3일에는 2만8267건으로 시장 과열 기준인 2만4000건을 훌쩍 뛰어넘었다. 방통위회가 제동에 나선 4일에는 2만1236건으로 줄었고 5일에는 1만575건, 6일에는 1만2824건으로 안정화된 모습을 보였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