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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복주, 대구의 자랑에서 수치로 전락?…김동구 회장, 계속되는 악재로 리더십 '흔들'

이정혁 기자

기사입력 2017-03-28 08:17



'대구의 자랑' 금복주가 '대구의 수치 기업'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경주법주, 안동소주, 참소주가 큰 사랑을 받으며 대구를 대표하는 향토기업으로 명성을 얻은 금복주는 결혼 여직원 퇴사 강요, 하청업체에 상납금 강요, 성희롱 및 여성비하 발언 등 '악재 3콤보'가 지난해부터 연이어 불거지며 전국적으로 비난을 받고 있는 것. 특히 논란이 생길 때마다 사태를 모면하기 위한 땜질식 사과와 처방만을 보여주고 있어 대구 지역 소비자들의 신뢰마저 바닥으로 떨어진 상태다.

지난 1957년 만들어진 금복주는 창업주이자 대구상공회의소 회장을 지낸 김홍식 전 회장의 탁월한 경영수완이 빛을 발하며 친밀하고 견실한 향토기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지난 2008년 9월 김 전 회장이 숙환으로 별세하고 장남 김동구 금복홀딩스 회장이 경영권을 물려받은 뒤 계속되는 악재에 시달려 왔다. 특히 최근들어 시민사회단체는 금복주 불매운동까지 벌이고 있다.

김동구 회장이 경영권을 승계한 지 10년도 지나지 않아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르는 최대 위기와 맞닥뜨리게 된 셈이다.

금복주, 어쩌다 대구의 자랑에서 수치로 전락했나?

금복주의 위기는 지난해 3월 시작됐다. 결혼한 여직원을 압박해 퇴사를 종용했다는 고소장이 노동부에 접수된데 이어 회사로부터 퇴사를 종용받은 기혼 여직원의 녹취록이 언론에 공개되며 대표적인 '갑(甲)질' 기업으로 부상하게 된 것.

결국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8월 퇴사를 종용받은 여직원 사건을 조사했으며 그 과정에서 지난 1957년 창사 이후 60년 동안 결혼하는 여성 직원을 퇴사시키는 관행을 유지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알려지게 됐다. 또한 퇴사를 거부하는 여성에게는 근무 환경을 어렵게 만들거나 부적절한 인사 조처를 통해 퇴사를 강요 또는 유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혼한 여직원에 대한 성차별 사건이 잠잠해질 무렵 이번에는 하청업체로부터 상습적으로 금품을 상납 받아왔다는 의혹이 일었다. 하청업체 대표였던 한모씨가 금복주 본사 간부에게 지난 2013년부터 3년간 명절 떡값의 명목으로 노골적인 상납 압박을 받아왔다고 폭로한 것. 앞서 한씨는 3년간 시달림을 받으며 2800만원을 상납했다며 지난해 말 금복주 감사팀에 이를 폭로했지만 오히려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아야 했다.


문제는 하청업체에 대한 금품 상납이 한씨에 국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경찰은 지난 10일 금복주 전 대표이사 부사장 박모씨가 인력 공급업체, 쌀 도정 업체 등 2개 하도급업체로부터 2억1000여 만원을 뜯은 혐의를 추가로 적발하고 긴급체포했다.

그럼에도 금복주 측은 "상납금 문제는 개인 비리 문제기 때문에 당사자들을 사직 처리했다"고 '꼬리 자르기'를 시도했으며 오히려 "한모씨의 업체가 아르바이트비를 정산을 제대로 하지 않아 거래를 끊었다"는 등 변명에 급급했다.

금복주 논란은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최근에는 여성 홍보아르바이트생에게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금복주에서 홍보 아르바이트를 했던 학생들은 "같이 일하는 애들한테 가슴 크니, 몸매가 좋니 대놓고 그런 말을 했다", "판촉행사를 하며 '유니폼 단추를 하나 더 풀면 잘될 것이다', '술을 따라줘라. 여자가 따라줘야 기분 좋게 마신다. 그래서 여자를 쓴다'고 했다"고 폭로해 공분을 샀다.

김동구 회장은 '술 취한' 금복주를 살려낼 수 있을까?

매년 대구경북에서 2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영업이익 400억원 이상, 순이익 300억원 이상을 기록 중인 금복주가 '트러블 메이커'로 전락한 것은 공교롭게 김홍식 전 회장의 장남 김동구 회장이 경영을 승계한 2008년 이후 부터다.

김 회장의 금복주가 처음 논란이 된 것은 지난 2009년. 금복주는 그해 3월부터 참소주를 '100% 천연암반수'로 제조했다고 홍보했지만 사실은 수돗물과 암반수를 혼합해 제조한 것으로 적발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다. 이 수돗물 소주 사건으로 금복주는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었다.

또 김 회장 등 2명은 지난달 초 대구지방법원으로부터 지난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직원 37명의 최저임금 3700여만원을 미지급한 혐의 등으로 각각 벌금 1500만원을 선고 받기도 했다.

이처럼 금복주의 논란이 계속되자 시민단체가 적극적인 행동에 나섰다.

대구여성대회 조직위원회는 지난 9일 금복주를 성차별의 온상, 상납강요 비리기업이라는 이유로 '성평등성 걸림돌'상을 수여하기도 했다.

또 대구경실련, 대구여성회, 부산여성회, 제주여성인권연대 등 전국의 65개 시민사회단체가 '금복주불매운동본부'를 구성해 27일부터 본격적인 금복주 불매운동에 돌입했다. 조광현 대구경실련 사무처장은 "지난해 성차별논란 때처럼 구두 약속만 받고 넘어가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높다. 따라서 금복주의 구체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때까지 불매운동을 이어갈 생각"이라며 "이에 대구 유흥가를 중심으로 1인 시위, 현수막 게시, 온라인 홍보 등을 펼쳐 시민과 업주들의 동참을 권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금복주불매운동과 관련해 금복주 한동언 전무이사는 "사과를 해야 하는데 경찰이 수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또 다른 일이 없는가 싶어서 시점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잘못된 부분은 고쳐 나가야 할 것이고 더 열심히 노력해 소비자들의 마음을 다시 얻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술 취한' 금복주의 위기는 매출로도 확인되고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협력 업체에 대한 갑질이 알려진 이후 대구에서 금복주 맛있는 참 소주 판매량은 지난 2월과 3월 각각 전년 대비 -8.3%, -4.2%로 역신장했다. 전체 소주 매출이 2월 0.4%, 3월 7.4% 각각 신장한 것과 대조된다.

문제는 금복주에 실망한 소비자들의 마음이 돌아서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김홍식 전 회장은 정도경영을 평생의 철학으로 삼고 금복주를 탄탄하게 성장시켜왔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이윤을 과감히 지역사회에 기부해 금복주가 향토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더욱 굳건하게 만들었다"며 "하지만
김동구 회장이 경영권을 승계한 이후 보여준 행보는 소비자들의 낯을 부끄럽게 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고 대구경북 애주가들이 자랑스럽게 금복주의 술을 마실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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