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은평구에서 전세를 살던 직장인 박모씨(38)는 지난해 9월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소형 아파트를 매입했다. 전세금을 8000만원이나 올려달라는 집주인의 요구에 차라리 서울 외곽에 내집을 마련하기로 한 것이다. 이처럼 지난해 경기도에 주택을 구입한 서울 사람 비중이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비싼 전세가격을 감당하지 못해 서울을 떠나는 '전세 난민'이 증가한 것이다.
한국감정원 조사에 의하면 지난해 서울 지역 주택 전셋값은 전년대비 1.95% 올랐다. 2015년 7.25%에 비하면 소폭 오른데 그쳤지만 2014년 말에 비해선 무려 10% 가까이(9.61%) 오른 가격이다. 2년 마다 재계약을 하는 세입자 입장에서는 버거울 수밖에 없다.
실제로 서울 아파트의 매매가 대비 전세가율은 지난해 말 기준 73%를 넘어섰고, 일부 강북지역의 아파트는 80∼90%에 육박한다. '탈(脫) 서울' 증가로 지난해엔 서울 인구 '1000만명 시대'가 무너지기도 했다.
매입 비중으로는 하남시가 가장 높았다. 하남시의 경우 지난해 2686건의 주택거래가 이뤄졌는데 이 가운데 42.6% 1145건를 서울 사람이 매입했다. 이어 양평군이 총 2686건 중 31.4% 633건이 서울 지역 사람들이 매입해 뒤를 이었다.
전문가들은 서울 주택가격이 급락하지 않는 한 경기 지역으로의 이탈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규복 기자 kblee34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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