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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G생명 재무설계사 '고2' 대상 강연, 도(道) 넘은 보험영업?

이규복 기자

기사입력 2017-01-05 09:02


ING생명 홈페이지 중.

지난달 15일 ING생명 소속의 3년차 재무설계사(FC)가 경기 의정부 소재 한 고등학교 2학년들에게 보험업에 대해 강연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취지는 학생들의 미래를 위한 '세상과 소통하는 인문학 데이'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다양한 직업군의 종사자들이 참여해 소개하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FC 직업에 대한 강연이 '보험 가입자'와 '보험 모집자(FC)'를 구하는 일종의 변칙적인 영업행위일 수 있다는 지적이 강연 후에 나오고 있다. 사실상 어린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보험영업 행위가 아니냐는 것.

이번 ING생명 소속 FC의 강연에 대한 비판은 크게 3가지다. 우선 FC로서 남들에게 강연을 할 만큼 업계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경험을 갖췄는가, 둘째로 정신적·법적으로 성인이 되지 않은 어린 학생들에게 보험영업에 대한 강의가 올바른가 하는 점, 마지막으로 일부 학생들의 경우 강의 후 '돈'에 대한 상담과 가족을 FC로 추천하는 등 결국 보험영업으로 변질됐다는 점이다.

학생들 인문학 강의 듣고 '돈' 상담?

이날 강연에 나선 ING생명 소속 FC는 26살에 경력이 2년 조금 넘은 여성으로 알려졌다. 이 FC는 자신의 SNS를 통해 학교 강연 소식을 전했고, 강연 후에는 학생들의 댓글도 소개했다. 강연 한 달 전에는 SNS에 '페라리'를 구입했다는 사진을 올려 소위 '페라리녀'로 통하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업계에서 유독 ING생명이 외모를 높게 사고, 외제차와 명품 등을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분위기"라며 "성과수수료를 한 번에 주기 때문에 씀씀이가 큰 이들이 많다"고 전했다.

강연 후 학생들은 이 FC의 SNS에 '언니처럼 멋진 사람이 되고 싶어요. '돈'에 대해 상담해 달라고 부탁해도 괜찮죠? SNS로도 보고할 테니 본받을게요', '말씀하시는 거 멋있고 깊게 와 닿았어요. 고3 언니가 곧 20살이 되는데 사회초년생인 언니에게 선생님(FC를 지칭)을 소개해 주고 싶어요' 등등의 댓글을 올렸다.

최근 은사의 요청으로 출신 고등학교에서 강의한 바 있는 올해 9년차인 한 FC는 "나도 이쪽분야에서 전문가라고 감히 말하지 못하는데 '2년차 아기'가 무슨 말을 했을지 걱정"이라며 "입사 동기가 전국적으로 100명 이상에 달했지만 3년이 지난 후 남은 동기는 2명을 넘지 못했다"고 전했다. 짧은 시간 고소득을 노리고 시작하는 이들도 많지만 연봉 1000만원이 안되는 이들이 부지기수라고 업계 관계자는 전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경력을 강의 자격의 기준으로 삼는 것이 합당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객관적인 기준은 필요하다"며 "열정만 가득한 강사의 사견으로 인해 어린 학생들에게 자칫 환상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가원 ING생명 부장은 "(의정부 고등학교에서 강연을 한 FC는) ING생명의 신입 FC들을 교육할 때 사내 강사로 활동할 만큼 능력 있는 사람"이라며 "일부 학생들이 자의적으로 다른 판단을 한 것일 뿐 학교 측에서도 인정할 만큼 강의는 전혀 문제될 것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변칙적인 '브리핑 영업' 정부차원 개선 필요"

지난해초 업계를 뜨겁게 달궜던 사건 중 하나는 '허위계약'으로 성과금 수억원을 챙긴 FC 사건이다. 이들은 지인을 통해 보험료를 대납해 주겠다며 보험가입을 하게 한 뒤 이에 대한 성과수수료가 나오면 곧바로 계약을 해지하게 했다. 계약 해지가 잘 이뤄지지 않으면 금융감독원에 '설명과 실제 상품이 다르다'며 민원을 제기하게 해 보험사로부터 납부한 보험료를 되돌려 받았다.

또 지난해 가을에는 보험영업과 관련해 취업준비 중인 대학생을 두 번 울린 사건도 있었다. 이른바 '청년 FC양성 프로그램'으로 교육만 받아도 매월 150만~180만원의 교육비를 받으며 금융권 취업준비를 할 수 있다고 유혹한 것이다. 대부분 자기계약이나 주변에 친구나 지인을 FC로 등록시키고 수당을 지급받다 결국 경제적인 손실과 마음의 상처를 안고 발길을 돌렸다.

이처럼 FC는 보험 계약과 FC 모집 두 가지 방법으로 수익을 챙긴다. 일부 국내사는 계약 성사 시 성과급을 몇 년 또는 몇 개월에 걸쳐 나눠준다. 계약 유지율을 고려한 방법이다. 하지만 외국계의 경우 성과급을 한 번에 주는 경우가 많아 단기간에 고소득을 올릴 수 있다. 물론, 계약 해지 시 모두 돌려줘야 한다.

오중근 금융소비자연맹 본부장은 의정부 고등학교 강연과 관련 "학생들에게 강의한다면 업계에 대해 되도록 간략하게 개요만 설명하는 게 오해를 만들거나 환상을 심어주지 않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험사들이 실적에 연연해 FC들을 압박하다보니 무리한 영업에 나서는 FC들이 나오고 각종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번 강연에 대해 금융당국은 교육부가 관여할 문제라는 입장이다. 경기도 교육청은 너무 많은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어서 파악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오세헌 금융소비자원 국장은 "일부 FC들이 '성폭력교육'이나 '정보보호교육' 등을 변칙적으로 이용한 이른바 '브리핑 영업'을 하는 것이 계속해서 문제가 되고 있다"며 "어린 학생들을 상대로 한 강의 역시 이와 유사한 영업행위가 아니라고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금융당국이 나서서 보완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논란의 강연을 한 당사자(FC)는 "강의 내용 전체를 듣지 않은 상황에서 부정적 보도는 명예훼손"이라며 "피해를 입게 될 경우 분명히 대응할 것"이라고 전해왔다. ING생명 측도 유사한 내용의 공식 해명을 내놓았다. 이규복 기자 kblee341@sportschosun.com


ING생명 홈페이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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