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항공사(LCC·Low Cost Carrier)인 이스타항공이 구멍난 내부 관리 시스템으로 서비스 품질 논란에 휩싸였다. 이스타항공이 노선과 외형 확장에 나서는 등 몸집은 키우고 있지만 잦은 결항과 지연은 물론이고, 문제가 발생할 경우 고객에게 전달해 '불편'을 최소화하는 등의 고객 응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고객들로부터 불만을 사고 있는 것. 일부 고객은 "아무리 저가항공이라지만 너무 낮은 서비스 품질은 해도 해도 너무 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실제 항공사 대부분은 비행기가 지연될 경우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최소 2~3시간 전에 고객에게 해당 정보를 전달한다. 탑승 수속 시간 등을 고려해 고객의 헛걸음을 줄이기 위해서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지연 및 결항 관련 문제가 발생하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최소 2시간 이전에 승객들에게 알리는 게 일반적"이라며 "매뉴얼대로 진행했다면 출발 30분을 남겨 놓고 지연 통보를 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스타항공이 ZE901편이 제시간에 출발하지 못할 6시간 전에 알고도 승객들에게 제대로 해당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늑장통보, 부실대응인 것이다. 이스타항공 측은 방콕에서 착륙지인 김해공항 기상을 확인한 결과 21일 오후 7시부터 초속 8m가 넘는 강풍이 불고, 100㎜ 넘게 비가 내려 착륙이 힘들 것으로 예측되자 해당 비행기를 띄우지 않았다. 이스타항공은 김해발 제주행 비행기가 지연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최소 6시간 전에 알았다는 얘기다. 업계에서 이스타항공의 내부 관리 시스템에 구멍이 난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이스타항공의 항공편 지연의 늑장대처로 승객들이 불편을 겪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스타항공은 2014년 1월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를 출발해 인천에 도착할 예정이던 여객기가 30시간 가량 출발 지연돼, 당시 승객 164명이 공항에서 밤을 지새우는 일도 있었다. 기상상황이 아닌 비행기 결함을 발견, 부품 수급이 늦어져 지연이 되었던 만큼 김해-제주 노선의 지연 상황과는 다르지만 그 때에도 승객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 전달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스타항공을 가끔 이용한다는 한 고객은 "저가항공인 이스타항공이 나름 비용 면에서 강점이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낮은 서비스 수준은 이용을 주저하게 한다"며 서비스 품질에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또 다른 고객은 "그동안 저가항공사 이용 선택의 주요 포인트는 가격이었지만 최근 경쟁이 치열해지며 LCC업체간 가격 차이가 많이 줄어들었다"며 "고객 서비스나 만족도를 따지는 고객이 늘고 있는 게 현실인데, 이스타항공의 늑장대응은 서비스 품질에 의구심을 갖게 한다"고 꼬집었다.
이스타항공은 최근 3년 사이 상당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14년 매출 2701억원, 영업이익 131억원을 달성했고 2015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2900억원, 150억원 가량을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가에서는 이스타항공의 올해 매출액은 350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실적을 바탕으로 올해에만 4대의 항공기 도입으로 총 17대 항공기를 운영하고 있고, 노선 확대에도 적극적이다. 유플라이 얼라이언스를 통해 국내 LCC업계 최초로 인터라인을 판매에도 나섰다. 유플라이 얼라이언스는 홍콩과 정국에 거점을 두고 있는 LCC 동맹 연합체로 인터라인 노선은 기존 이스타항공의 인천-홍콩 노선과 홍콩 익스프레스가 운항하고 있는 홍콩-치앙마이 노선을 연계한 상품이다. 국내 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첫발인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LCC업계가 성장하고 있지만 고객 만족도 측면에서는 서비스 품질 수준 미달로 조사되는 경향이 많다"며 "시장 성장과 업체 성장을 위해서라도 안전 관리와 지연·결항을 줄이는 등의 내부관리 시스템 강화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