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어울리는 여행지가 있다. 전라남도 순천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즈음 순천만을 붉게 물들이는 낙조는 가히 절경이다. 특히 순천만 갈대숲을 굽이치는 물길이 황금빛으로 물들어 가는 광경은 한 폭의 그림에 다름없다. 순천만을 굽어 볼 수 있는 용산자락에 오르거나 드넓은 갈대밭에 펼쳐진 데크길을 걸어도 운치 있다. 겨울철 흰 눈을 이고 있는 고찰 선암사와 낙안읍성의 초가 마을은 또 어떠한가. 카메라 앵글에 잡힌 풍광 모두가 작품이 된다.
김형우 문화관광전문 기자 hwkim@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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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도 전통 성악곡이 있다. '가곡(歌曲)'이다. 시조(時調)나 가사(歌辭)는 흔히 들어 보았으나 '가곡'은 다소 생소하다. 하지만 우리의 가곡은 유네스코가 인정한 인류무형유산으로, 2010년 세계유산에 등재되었다.
우리의 가곡은 국악 관현악 반주에 맞춰 시조시 등을 노래하는 한국의 전통 성악 장르이다. 시조나 가사가 대중적인데 비해 가곡은 전문가들에 의해 계보를 따라 전승되어온 정가(正歌)이다.
가곡은 폐쇄적인 조선 사회에서도 남녀 모두가 부르는 노래였다. 따라서 그 구성도 남성의 노래인 남창 26곡, 여성의 노래인 여창 15곡으로 이루어져 있어 남-여 가창의 특성을 고루 갖추고 있다.
남창은 웅장한데, 그 음계는 '겉소리'로 부른다. 몸속에서 울려 나오는 강하고 깊은 소리가 그것이다. 반면 여창은 겉소리와 고음의 가냘픈 소리인 '속소리'를 써서 부른다. 때문에 가곡은 전반적으로 장엄하면서도 여유로운가 하면 구슬픈 느낌을 함께 담아낸다. 우리의 전통 음계, 우조(羽調)와 계면조(界面調)를 쓰고 그 장단은 16박, 10박으로 연주된다.
가곡은 서정성과 균형미를 지닌 고난도의 음악 장르라는 평가다. 따라서 가곡을 부르기 까지는 오랜 공력이 필요하며, 공연의 경우 특히 집중력과 절제력이 요구된다. 가곡은 전수자들과 공동체, 관련 기관을 중심으로 지역 전수관에서 보호, 전수되고 있는데, 가곡 명인들에 의해 오랜 세월동안 변형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전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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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가곡은 특정 지역이 아닌 우리나라 전역에서 불리고 있다. KBS 국악관현악단, 한국전통공연예술국립회관 등을 중심으로 가곡 예능보유자들이 유산의 보전 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가곡 공연이 열리고 있으며, 경상남도 마산에 있는 가곡전수관은 전수 활동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가곡의 예술적, 상징적 가치는 지역 전수관에서 전수자들에 의해 보호-전수되어 오는 가운데, 전수 활동이 지역사회에 자부심을 불어넣어 주는 한편, 그 자부심이 다시 전승의 동기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가곡은 오늘날 모든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대중문화로 승화되었다. 이에 따라 가곡은 집단의 정체성을 담보한 대한민국 국민의 문화유산으로 높이 평가 받는다.
어디에서 체험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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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장구와 해금연주에 맞춰 창을 하는 공연도 선보인다. 비교적 낮은 템포와 소리로 진행되지만 집중도 높은 공연이다. 특히 관람객들은 해금연주의 오묘한 소리에 찬사를 보낸다. 신명난 장구연주도 펼쳐진다. 연주자는 무대와 객석을 오가며 관객들의 호응유도와 흥을 돋운다. 관객들도 스스로 추임새를 넣으며 흡족한 공연을 즐긴다.
등재 가치
가곡은 '우리 국민의 정체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예술장르'라는 평가를 받는다. 우리 사회의 급속한 현대화-산업화 속에 유서 깊은 고급문화가 사라지고 있는 가운데. 전통 있는 상류 사회의 미학과 철학을 지닌 가곡이 전승되고 있음은 이를 잘 반영하는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처럼 가곡은 한국 국민의 자부심과 정체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는 음악장르라는 점을 인정받아 인류무형유산으로서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서울시립 성북노인종합복지관 어르신과 성북구 청소년, "Let's Go! 우리 문화유산을 찾아서" '가곡' 순천지역 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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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북노인종합복지관(관장 이경희) 어르신 15명과 성북구 청소년 15명은 '함께해요 우리문화재'라는 프로그램 제목처럼 UNESCO에 등재된 자랑스러운 우리나라의 무형문화유산을 탐방하기 위해 멀리 전남 순천으로 탐방을 떠났다.
문화유산탐방 출발에 앞서 어르신과 청소년 참가자들은 2회에 걸쳐 사전 친교의 시간을 가졌다. 탐방 지역과 무형문화유산에 대한 이해도 곁들였다.
문화유산탐방 당일, 버스로 5시간을 달려 전남 순천 '순천 한국가곡예술마을' 에 도착해 공연을 관람했다.
첫 번째 공연은 여창과 고수가 진행하는 전통가곡이었다. 전통가곡공연은 남도민요, 태평가, 남원산성, 밀양아리랑, 사철가, 흥보가의 순서로 진행되었다. 여창의 '얼씨구', '절씨구' 등의 추임새에 따라 어르신들과 청소년 모두가 적극 반응-동참하며 신나는 공연 분위기를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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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세 번째 공연은 신명나는 장구연주였다. 연주자는 무대와 객석을 오가며 참여자들의 호응유도와 흥을 돋웠고 관객들은 스스로 추임새를 넣으며 공연을 즐겼다.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된 공연은 한마디로 흡족함 그 자체였다.
이튿날 탐방단의 첫 일정은 낙안민속촌 방문이었다. 이곳에서는 문화해설사의 설명과 함께 낙안읍성의 역사, 낙안민속문화, 건물양식 등 낙안읍성 전반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이후 마지막 일정으로 순천만정원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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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기(82) 어르신은 "장거리 여행으로 인한 피로감 보다는 젊은 학생들과 함께 한다는 점에서 활기를 느낄 수 있는 신나는 여행이었다"면서 "1박2일 이라는 일정이 너무 아쉬운 만큼 다음에 또 이러한 기회가 있다면 참여 하고 싶다"고 바람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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