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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륜>벨로드롬은 춘추전국시대

신보순 기자

기사입력 2016-10-13 20:50



올시즌 초만해도 벨로드롬은 그야말로 김해팀 이현구, 박용범 양강체제로 흘러가는 듯 보였다.

2014년 그랑프리 챔피언과 2015년 다승왕, 올해의 선수상 등을 수상한 이현구는 지난 3월에 펼쳐진 한일전에서도 경륜 종주국 일본을 대표하는 SS반 선수들을 모두 물리치며 전승으로 우승컵까지 들어올렸다. 2015년 그랑프리 챔피언 박용범 역시 '박대세'란 별명에 걸맞게 시즌 첫 대상경주(스포츠서울배)을 거머쥐고 30연승을 넘어서 '경륜 레전드' 조호성의 47연승에 도전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현구와 박용범의 기세는 상반기 왕중왕전을 기점으로 꺾이기 시작했다. 두 선수 모두 왕중왕전 결승에 진출하지 못하는 이변이 발생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박용범은 상대 선수를 낙차시키는 원인 제공자로 재재까지 받았다.

2015년 몇몇 주요 경주에서 박용범 킬러로 부상한 정종진이 날개를 달게 된 것은 이 시점이다. 정종진 역시 20연승을 넘어서며 팬들의 기대에 부응해나갔다.

하지만 지난 3일 진행된 개천철 빅 이벤트 '영파워 대격돌'에서 정종진은 '21기 간판' 성낙송, 그리고 황인혁이란 복병을 만나 다소 충격적인 성적을 기록했다. 황인혁은 현재 한바퀴 선행력에서는 최고 선수로 평가받고 있고, 성낙송은 반바퀴 젖히기나 막판 결정력에서 엄청난 폭발력을 자랑하고 있다.

이들은 약 1년여의 적응기간을 거치며 하루가 다르게 성장중이다. 이들의 기량이 어디까지 오를지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 경륜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여기에 결혼 후 고양팀에 둥지를 튼 박병하가 현재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며 승승장구중이고, 올 후반기 첫 SS등급을 배정받은 류재열을 비롯 S등급 신은섭, 정하늘 등이 심심찮게 기존 강자들에게 일격을 가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재 실시되고 있는 SS등급 무용론이 대두될 만큼 상위 선수들의 기량이 평준화되고 그 층도 매우 두터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누구도 벨로드롬 1인 독주시대라 보기가 어려워졌다.


이러한 기조는 세대교체는 물론 지역 연대에도 변화를 일으켰다. 과거 4분화된 김해, 수도권(고양,계양), 호남, 충청은 현재 충청 이남 이북으로 2분화되는 분위기다. 특히 영원할 것 같은 김해팀의 일방적 독주도 이젠 서서히 막을 내릴 것이란 의견도 있다.

이현구 박용범이 주춤하는 사이 한때 김해팀의 수장으로까지 꼽히던 박병하가 수도권으로 이탈. 고향팀 선수들과 결별 아닌 결별을 선언했고 역대 최다 대상 연승(7연승)에 빛나는 이명현은 자신의 연고인 광주팀에 복귀했다.

반대로 이 사이 충청권 그리고 수도권의 중소 지역은 고양 계양팀을 중심으로 더욱 결속력을 강화시켰고 때마침 불어닥친 정종진 황인혁 정하늘 신은섭 등의 선전은 호랑이에 날개를 다는 계기가 되었다. 한때 김해팀에 권좌를 내줬던 수도권의 부활이 가시화된 것이다. 현재 이 구도라면 두 지역간 우열을 가리기가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물론 개개인 면면으로 보면 성낙송이 가세한 김해팀이 여전히 화려하다. 하지만 수적인 부분, 특히 조직력이나 결속력 등은 수도권이 낫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경륜계 패권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워졌다면서 "선수들의 전성기가 과거에 비해 계속 짧아지는 추세인데다, 각 지역팀들의 전력이 평준화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또 다시 벨로드롬에 춘추전국시대가 도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한다.

따라서 각 지역 영웅들이 모두 출전하는 연말 벨로드롬 최고의 축제 그랑프리는 그야말로 안개속, 그리고 그 치열함에서 정점을 찍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신보순기자 bsshi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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