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그룹 계열 만(MAN)트럭버스코리아가 용도에 맞지 않는 타이어를 장착하고 판매해 소비자 기만 논란에 휩싸였다.
덤프트럭은 주로 모래·골재 등을 적재하는 건설현장에서 쓰이며, 카고는 일반 화물을 많이 싣고 운행하는 트럭이다.
해당 차량을 판매한 만트럭버스코리아는 초기에 '문제가 없다'는 식의 안일한 대처를 하다가 문제가 불거지자 슬그머니 타이어를 교환해주는 등 '뒷북 대응'에 나섰다.
이로인해 수입 상용차 업계 1위 자리를 노리는 만트럭버스코리아의 계획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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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프트럭에 '저렴한' 카고용 타이어 장착 논란
건설업에 종사중인 A씨는 올해 2월과 6월 만트럭버스코리아에서 수입·판매하는 25.5톤 TGS 480 덤프트럭 2대를 각각 2억4000여만원에 구입했다.
A씨는 2월에 구매했던 트럭의 3축과 4축 타이어 트레이드가 많이 닳아있음을 발견했다. 덤프트럭의 경우 통상 1·2축은 일반 전륜 승용차의 앞바퀴에 해당되고 3·4축은 뒷바퀴와 같다.
그런데 6월말에 구매했던 차량에서도 똑같은 현상이 일어나자 A씨는 지난 8월 만트럭버스코리아 AS센터를 방문했다.
센터측은 A씨에게 "타이어에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A씨가 해당 타이어 제조사에 문의해본 결과, 차량에 장착된 타이어는 덤프트럭용이 아닌 카고트럭용 타이어였던 것.
덤프트럭은 모래·골재 등의 자재를 싣고 비포장도로가 많은 건설현장에서 주로 운행하는 반면 카고트럭은 보다 많은 부피의 화물을 적재하고 포장도로를 주로 이동한다.
이처럼 덤프와 카고는 각각의 용도가 다르기 때문에 타이어도 덤프와 카고용으로 분류돼 제조·판매되고 장착된다.
결국 만트럭버스코리아에서 판매한 덤프트럭에는 용도에 맞지 않는 카고용 타이어가 장착된 것이다. 이는 오프로드를 다니는 차량에 온로드용 타이어가 탑재돼 판매된 셈이다.
타이어 제조업체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덤프트럭에 카고용 타이어를 장착하는 것은 권하지 않는다"며 "용도와 작업환경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덤프에 카고용 타이어를 끼우면 내구성 및 마모도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타이어 가격을 보면 카고용이 덤프용에 비해 약 10% 정도 저렴하다.
이에 만트럭버스측이 생산비용 절감을 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카고용 타이어를 덤프트럭에 장착해 판매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A씨의 문제제기에 만트럭버스코리아는 "카고용 타이어를 덤프에 쓰지말란 법은 없다"면서 "타이어에 대해 불만을 제기한 건은 아직까지 없었다"며 문제가 없다는 식의 답변을 내놨다.
또한 만트럭버스코리아 관계자는 "1·2축 뿐만 아니라 3·4축까지 함께 구동하면 타이어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고 안내했다.
이는 일반 SUV 차량을 4륜 구동으로 설정하고 운행하라는 말과 같다
이에대해 A씨는 "말도 안된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4륜 구동으로 운행하면 차 엔진과 미션에 무리가 가는 것은 뻔하다"며 "타이어 아끼자고 2억원이 넘는 차를 버리라는 것과 같은 말"이라고 반박했다.
만트럭버스측 쉬쉬하다 '슬그머니' 보상?
논란이 불거지자 만트럭버스코리아는 결국 잘못을 시인하고 A씨에게 300만원에 달하는 타이어 가격을 보상해 준 것으로 알려졌다.
상용차 업계는 만트럭버스코리아측이 비포장이 많은 국내와 본사가 위치한 독일 도로상황의 차이점을 고려하지 않고, 용도에 맞지 않은 타이어를 장착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만트럭버스코리아는 현재까지 해당 건에 대해 공식적으로 어떠한 해명이나 언급도 없다.
일부에서는 만트럭버스코리아측이 이처럼 쉬쉬하다가 A씨처럼 강력하게 항의한 일부 구매자들에게만 보상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편, 지난 2001년 국내 설립된 만트럭버스코리아는 지난해 국내에서 상용차 1137대를 판매해 볼보트럭에 이어 수입 상용차 중 판매 2위를 기록했다.
만트럭버스코리아는 2013년 697대, 2014년 1046대 등 매년 큰 폭으로 판매량을 늘려오고 있다.
매출액 또한 2013년 1201억원을 기록, 국내 진출 첫 1000억원을 돌파한데 이어 2014년 1790억원, 2015년 2048억원 등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막스 버거 만트럭버스코리아 사장은 "올해도 지난해 대비 23%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향후 5년간 업계 1위를 달성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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