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가 앞 다퉈 초고화질 TV를 출시함에 따라 가정에서 보유한 TV들도 HD(High Definition·고화질)에서 풀HD로 그리고 UHD(Ultra High Definition·초고화질)로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산하 올림픽방송기구(OBS)는 이번 리우올림픽 개·폐막식과 주요 경기를 4K UHD(3840×2160)급 또는 8K UHD(7680×4320)급으로 송출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풀HD에 해당하는 2K(1920×1080)급 화질로만 시청 가능하다.
국내 지상파 UHD 방송 도입이 내년 2월로 예정됐기 때문이다. 4K급 화질로 영상을 촬영하더라도 방송사가 2K급 화질로 송출하는 경우 시청자는 2K급 화질로 방송을 시청할 수밖에 없다. 반면, 일본은 지난 2012년 런던올림픽 경기를 UHD TV로 중계한데 이어 2014년 브라질월드컵은 4K UHD 생방송을 진행했다. 올해 리우올림픽에선 세계 최초로 8K 시험방송을 진행 중이다. 일본은 오는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8K 방송을 본격화하려 한다. 8K 방송의 선두를 점한다는 것은 한국에 밀리고 있는 TV 시장에서 1위를 탈환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국내 UHD TV 판매량은 100만대로 추정된다. UHD TV를 구입한 소비자들은 UHD급 화질의 시청이 가능하다. 하지만 국내 소비자들은 가정 내 TV가 UHD급이어도 내년 봄까지는 풀HD급으로만 시청 가능하다. 다만 KT·SK텔레콤·LG유플러스 등 IPTV업체와 스카이라이프는 몇 개 채널만을 UHD급 화질로 송출하기에 UHD용 셋톱박스를 갖추면 UHD급 화질로 시청할 수 있다. 그러나 리우올림픽은 4K UHD 화질로는 시청할 수 없다.
이와 관련 방송사 관계자는 "이미 4K급 송출 기술과 고가의 장비들을 갖춘 상태며 이번 리우올림픽 역시 각 방송사 로비에서 4K급 중계를 시연 중"이라며 "아직 4K급 방송을 송출하고 있진 않지만 언제라도 가능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 "자신들의 비용을 들이지 않고 정부나 방송사를 통해 무임승차하려는 케이블 사업자들과 UHD를 통해 수익은 늘리고 지출은 줄이려는 TV제조업체들의 꼼수 때문에 서비스가 지연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무선통신 사업자들이 운영하는 IPTV를 이용하는 경우 셋톱박스만 교체하면 4K UHD 서비스를 받을 수 있지만, 케이블의 경우 2K를 4K로 전환하는 별도의 장비가 필요하다는 것. 제조업체들의 경우에는 TV 자체에 수신기능을 내장할 수 있음에도 비용과 이윤 때문에 회피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TV업계 관계자는 "북미식 적용에 대한 의견을 제안 했지만 정부가 급박하게 유럽식을 밀어붙여서 유럽식 기술이 적용된 UHD TV를 출시했는데 이제 와서 다시 북미식 UHD제품을 출시하라니 답답할 뿐"이라며 "이미 TV제조사들은 유럽식과 북미식 모두 적용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췄기 때문에 TV에서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IP TV업체 관계자는 "이미 지난해부터 신규 가입자들을 중심으로 4K UHD급 시청이 가능한 셋톱박스를 권유해 설치하고 있다"며 "서비스를 제공 받는데 있어서 기존 2K급이나 4K급이나 비용에 큰 차이는 없다"고 전했다. 그는 "언제든 방송사가 4K급 UHD 방송을 송출하면 고객들도 4K급 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지금이라도 UHD급 방송 송출도 시청도 가능한 상황이지만 안 되고 있는 것은 이권다툼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시장조사기관 IHS는 8K UHD TV가 2019년 약 91만대 출하되면서 글로벌 시장의 연간 수요가 100만대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동안 HD TV는 2000~2006년, 풀HD TV는 2006~2012년 전성기를 구가했고 4K UHD TV는 2012~2018년 급성장할 것이라는 예측됐다.
글로벌 TV 시장 1, 2위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6'에서 8K UHD TV 시제품을 선보인 바 있다. 당시 중국 TV업체인 창홍과 콩카, 하이센스 등도 8K TV를 공개했다. 업계에서는 8K UHD TV 시장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서는 상용화시기를 얼마나 단축하느냐에 달렸다고 말한다. TV 시장에서의 부활과 1위 탈환을 노리는 일본이 앞서가는 상황에서 정부와 업계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이규복 기자 kblee341@sportschosun.com
|
- Copyrightsⓒ 스포츠조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