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그는 과거에도 두 차례 금융사고를 일으켜 징계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2008년 위탁매매용 고객 돈 수십억원을 활용해 자기 맘대로 주식을 사고팔다가 20억원가량 손실을 냈다. 당시 피해자가 법원에 소송을 냈고 대법원은 2013년 회사와 A차장이 함께 피해액의 절반인 10억원을 물어주라고 판결했다. 회사는 이 사건으로 A차장에게 구상권을 청구해 약 7700만원 급여를 가압류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A차장은 옵션 투자를 해주겠다며 고객 5명의 돈 4억여원을 다른 증권사 계좌로 몰래 받아 자금을 굴린 사실이 들통 나기도 했다. 이 때문에 한국투자증권은 A차장의 급여통장을 또 가압류했고, 총 급여 가압류액이 6억원대로 불어나게 된 A차장 사건은 금융감독원에 주요 사고 사례로 보고됐다. 이로 인해 A차장은 감봉 6개월 제재까지 받았다. 그럼에도 한국투자증권은 A차장을 계속 영업 현장에 뒀고, A차장은 주로 종전에 거래하던 주부 고객을 상대로 이 같은 대형사기 행각을 벌였다.
그러나 '월급 가압류까지 당하는 등 경제사정이 극도로 나쁜 직원을 증권사 창구에서 일하게 했다'는 점에 있어서 소비자들의 불신은 하늘을 찌른다. "한국투자증권이라는 대형회사 직원이기에 믿고 돈을 맡긴 것"이라고 피해자들은 회사의 관리시스템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더욱이 이번 일은 한국투자증권이 최근 대규모 M&A전에서 잇달아 고배를 마신 가운데 터져 나온 일이라, 업계의 우려를 낳고 있다.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은 한국투자증권을 2020년까지 아시아 최고의 투자은행으로 키우겠다며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왔으나 대우증권과 현대증권 인수전에서 잇달아 무릎을 꿇었다. 최근 증권사의 대형화 흐름에서 밀려나는 모양새를 보이게 된 셈이다. 더욱이 당분간 국내 시장엔 대형 증권사가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낮아 판세를 뒤집기 힘든 상황이다.
대우증권을 인수한 미래에셋의 자기자본 규모는 5조7000억원, NH투자증권(옛 우리투자증권 인수)이 4조5288억원, 현대증권을 인수한 KB투자증권이 4조원 안팎이다. 한국투자증권이 만약 현대증권 인수에 성공했다면 통합 자기자본 규모가 6조원을 훌쩍 넘기며 단숨에 업계 선두권 굳히기를 할 수 있었으나 물거품이 됐다. 반대로 KB투자증권은 현대증권과의 결합으로 자기자본 규모 빅3 증권사 대열에 단숨에 오르게 됐다.
이에 김남구 부회장은 해외로 눈을 돌리며 또 다른 활로 모색에 적극 나서고 있는 상황. 특히 인도네시아 시장에 주목하고 있는 김 부회장은 지난 4월 인도네시아를 방문해 인수 대상 증권사를 직접 확인하기까지 했으나, 이번에 정작 '집안 단속'이 제대로 안 되는 일이 벌어지면서 다시 한 번 자존심을 구기게 됐다. 전상희 기자 nowat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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