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게 샀으니 입장을 못해도 감수하라?
더욱이 학생들의 여름 방학 시작과 함께 더욱 많은 사람이 찾게 되는 극성수기가 코앞인 상황에서 김해 롯데워터파크는 쿠팡, 티몬, 위메프 같은 소셜커머스에서 입장권을 싸게 산 소비자는 언제든 '헛걸음 할 수 있는 장소'라는 오명을 쓸 위기에 놓이게 됐다.
싸게 구입했으면 입장 못하는 것도 감수하라?
하지만 오전 9시경 현장에 도착한 김씨 가족은 주차장 밖까지 길게 늘어선 줄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이는 표를 사기 위한 줄이 아닌 사물함 키를 받기 위한 줄이었던 것. 더디게 줄어드는 줄 가운데 서 있던 김씨 가족을 더욱 황당하게 만들었던 부분은 자신들이 구입한 별관 입장권이 아닌 본관 입장권 구매자들은 다른 입구를 통해 비교적 수월히 들어가는 모습이 목격되었기 때문이다.
김해 롯데워터파크는 본관과 별관이 나뉘어 운영되고 있으며, 본관은 별관에 비해 3000~4000원이 비싸다. 더 큰 문제는 단체 손님이나 소셜커머스 구매자의 경우 모두 별관 입장권만 구입이 가능하다보니, 별관은 본관에 비해 터무니없이 많은 사람이 몰릴 수밖에 없다.
약 2시간 동안 무더위 속에 꿋꿋하게 줄을 지켜 출입구까지 도착한 김씨 가족은 다시 한 번 황당함을 겪어야 했다. 이번에는 사물함 키가 없어 입장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 결국 이날 김씨 가족은 물에 발 한번 담가보지 못한 채 씁쓸하게 집으로 되돌아 와야 했다.
팔고나면 끝…극성수기 앞두고도 나 몰라?
김해 롯데워터파크가 김씨 가족을 가장 '열 받게' 만든 부분은 일단 팔고 보자는 마케팅 때문이었다. 김씨가 소셜커머스에서 구입한 입장권은 5월 28일부터 7월 15일까지 사용할 수 있는 것이었는데, 언제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몰릴지 예상하지 않고 무조건 입장권을 판매했다는 것. 이와 관련 롯데워타파크 측은 "김씨 가족이 방문하기 전주(前週)에 장마로 인해 (이번 주말에) 많은 고객이 몰렸다. 또 입장 제한에 대한 내용은 입장권 판매 시 홈페이지와 소셜커머스 등에 고객 안전을 위해 사전 고지했다"며 "이 부분은 다른 워터파크에서도 성수기에 동일하게 시행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사람이 많이 몰릴 수밖에 없는 별관 입장권만 소셜커머스에 판매를 한 이유에 대해서는 "별관 수용인원(사물함 1만1700개)이 본관(사물함 4500개) 대비하여 많고, 별관 운영을 하지 않을 경우 본관 이용이 가능하도록 운영하고 있다. 가격 측면에서도 좀 더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결국 롯데워터파크 쪽에서는 소셜커머스에서 입장권을 구입하는 사람들에게 발생할 수 있는 불이익이나 불편함은 고려하지 않고, 그저 많은 이용객을 확보하기 위해 일괄적으로 별관 입장권만 팔았다고 할 수 있다. 김씨 가족이 만약 소셜커머스에서 티켓을 구입하지 않았다면, 돈을 더 지불하고서라도 단체 관광객으로 붐비는 별관이 아닌 비교적 수월히 입장이 가능한 본관으로 들어갔을 것이다.
롯데워터파크 측은 뒤늦게 지난 7일부터 10일 오후까지 소셜커머스에서 입장권 판매를 중단하고 9일에는 이용이 불가할 수 있음을 고지했다. 하지만 이미 그 전에 입장권을 구입한 많은 소비자에게는 의미 없는 대응인 셈이다. 더욱 심각한 사태는 롯데워터파크 측의 미숙한 운영이 오는 16일부터 다음달 28일까지 이어지는 극성수기에 더욱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그러다보면 제2, 제3의 김씨 가족이 계속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
이런 사태에 대비한 롯데워터파크 측의 대응 방안 역시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롯데워터파크 측은 "소셜커머스에서 100% 입장 예약제로 운영되지 않는 한 현재 판매 시스템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 대신 입장제한 등 관련 내용 고지를 보강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 보겠다"고 전했다. 결국 김해 롯데워터파크의 소셜커머스 구매 고객 '차별'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며, 소비자 또한 이를 감수해야한다는 뜻이다.
이에 앞서 롯데월드는 지난 5월 예약 없이 바로 놀이기구 앞 매직패스 대기라인으로 들어가 놀이기구에 탑승할 수 있는 유료 이용권 '매직패스 프리미엄 티켓'을 선보이면서 한바탕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대기시간을 파격적으로 줄여준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지만 비용을 치르면 새치기까지 허용하는 도를 넘은 마케팅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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