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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주차장 내려가다 '쾅'…혹시 실명 위험?

김소형 기자

기사입력 2016-06-28 17:18



심모씨는 며칠전 한낮에 꼬불꼬불한 지하주차장으로 차를 몰고 내려가는 동안 눈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아서 쩔쩔매다가 결국 지하 5층 램프에서 차를 긁었다. 심씨는 "몇달 전부터 어두운 곳에 들어가면 한참 동안 적응이 안 돼서 앞이 잘 안 보인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밝은 곳에서 어두운 곳으로 들어가면 누구나 잠시 앞이 잘 안 보이지만, 심씨처럼 한참 동안 이어지면 안과에 가 봐야 한다. 실명으로 이어지는 안과 질환이 원인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밤눈 유난히 어두워지면 '실명 질환'일수도

눈이 빛의 변화에 적응하는 것은 암순응과 명순응으로 나눈다. 암순응은 밝은 곳에서 어두운 곳으로 들어갔을 때, 명순응은 어두운 곳에서 밝은 곳으로 갔을 때 생긴다. '순응이 오래 걸린다'는 말은 망막시세포 중 명암 인식과 관련된 막대세포의 반응이 지연되는 것이다. 김상진 삼성서울병원 안과 교수는 "운전 중 갑자기 어두운 터널이나 지하주차장 진입시 앞이 잘 안 보이는 시간이 길어졌거나, 극장에서 한참 동안 헤매거나, 밤눈이 유난히 어두워졌다면 망막색소변성증 등 망막질환이 원인일 수 있다"고 말했다. 망막질환은 방치하면 실명까지 유발할 수 있다.

비타민A 결핍이거나 망막이상이 원인

암순응이 비정상적으로 늦는 사람은 크게 비타민A 결핍과 망막세포 변성의 2가지 원인이 있다. 이현수 서울성모병원 안과 교수는 "비타민A 부족이 원인인 경우는 당근·시금치·호박 등을 많이 먹거나 비타민A 영양제를 복용하면 증상이 개선된다"며 "망막색소변성증이나 황반변성 등 망막질환이 원인이면 약물이나 주사, 수술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선천성 비진행성 야맹증이 있어도 암순응이 오래 걸리는데, 대부분 어릴 때는 모르다가 성인이 되고 나서야 진단받는다. 요즘은 야간 조명이 잘 돼 있어서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평생 모르고 살기도 한다. 이현수 교수는 "어두운 곳에 들어갔을 때 5~10분이 지나도 적응하기 어려운 사람은 안과 진료를 받아보라"며 "선천성 야맹증의 근본 치료는 불가능하지만 항산화제 보충 등으로 증상완화를 시도할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불 끄고 스마트폰 들여다 보지 마세요"

명순응이 잘 안되는 것은 암순응과 달리 심각한 질환이 원인인 경우는 별로 없다. 대체로 어두운 곳에서 밝은 대상을 쳐다볼 때 나타나는 일시적 현상이다. 명순응과 관련, 최근 영국에서 '일시적 스마트폰 시각장애'라는 연구 논문이 화제를 모았다. 갑자기 15분 가량 앞이 보이지 않은 사람 2명이 안과에 찾아와 여러 검사를 받았지만 아무 이상이 없었다. 원인은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모로 누워 한쪽 눈으로만 스마트폰을 본 것이었다. 연구진은 "한쪽 눈은 밝은 스마트폰 화면에 적응돼 있고 베개에 가린 눈은 어둠에 익숙해진 상태에서 불을 켜고 일어나자, 베개 쪽 눈이 환한 실내에 적응하지 못해서 앞이 안 보인 것"이라며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볼 때에는 주변을 밝게 하고 양쪽 눈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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