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대한민국의 차세대 주력 산업으로 부상하며 주식시장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는 제약업계가 고질적인 병폐이자 관행 중 하나인 '불법 리베이트'로 몸살을 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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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유영제약이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리베이트를 제공받은 의사가 혐의 사실을 대부분 인정한 것으로 알려져 처벌 수위만 남겨놓은 상태로 확인됐다. 유영제약에 대한 수사는 지난해 4월 내부 제보로 시작됐으며 다음 달인 5월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어 지난 1월 유영제약 박모 상무와 유영제약으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은 개인병원 의사 임모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기각됐다가 보완수사를 거쳐 결국 지난달 17일 임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 받았다.
업계는 거액의 불법 리베이트로 2012년 적발된 적이 있는 유영제약이 또 다시 리베이트로 적발돼 사업상 타격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유영제약은 지난 2012년 전국 의사들에게 거액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유우평 대표이사가 구속된 바 있다. 당시 유영제약은 의사들에게 리서치를 진행하고 해당 리서치에 응한 의사에게 수당을 제공한 것으로 위장해 리베이트를 지급해오다 적발됐다. 당시 리베이트를 받은 병·의원만 321개에 달하며 금액은 16억7982만원 규모였다.
더욱이 이번에 발각된 리베이트는 2012년 이후부터 2014년까지 제공된 것으로 조사됨에 따라 유영제약에게 '리베이트 투아웃제' 적용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4년 7월부터 시행된 리베이트 투아웃제는 제약사가 의약품 채택을 대가로 병원과 의사 등에 금전적인 대가를 제공하다 발각될 경우 해당 의약품을 건강보험 급여 대상에서 영구 제외시키는 제도다. 건강보험 급여 대상에서 빠지게 되면 약값이 비싸져 시장에서 퇴출될 수밖에 없다. 리베이트 제공액이 1억원 이상이면 두 번 적발로도 퇴출된다. 제공액이 1억원 미만이라도 리베이트 적발건수가 세 번이면 제공액에 상관없이 퇴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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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약사뿐만 아니라 다국적기업인 한국노바티스도 불법 리베이트 제공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서울서부지검은 지난달 22일 한국노바티스 본사를 전격 압수수색 했다. 검찰은 한국노바티스측이 의대 교수와 의사들에게 학술지에 개제할 기고문을 받거나 학술좌담회 등을 통해 불법 리베이트성 거마비와 원고료 등을 제공했다는 혐의를 잡았다. 이미 이 학술지 대표의 계좌를 추적해 증거를 상당부분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 다른 학술지에 대한 수사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노바티스에 대한 검찰 수사도 ERP(명예퇴직) 대상이었던 내부 직원의 고발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불법 리베이트 혐의를 받고 있는 노바티스의 치료제가 어떤 제품인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해당 치료제가 리베이트 투아웃제에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노바티스 관계자는 "수사가 진행 중인 것은 맞지만 어떻게, 어떤 사안에 대해 진행되고 있는지 전혀 모른다"며 "현재로서는 '검찰의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것 외에 해줄 이야기가 없다"고 말했다.
모기업인 노바티스는 스위스에 본사를 둔 세계적인 제약사로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제약사 1위'와 '세계 판매 및 매출 1위'에 이름을 올린 바 있지만, 반면에 불법 리베이트 구설수가 끊이지 않는 기업이기도 하다.
업계에서는 발기부전치료제 '시알리스' 등 대형 치료제가 특허 만료되면서 수백가지의 제네릭 제품이 쏟아져 나오는 등 제약사간 경쟁이 더 치열해져 불법 리베이트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 상황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제약협회가 지난해 4월과 7월, 2차례에 걸쳐 무기명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국내 제약사 중 최소 3곳이 불법 리베이트를 여전히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검찰 수사에 국내외 모든 제약사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외 제약사의 관심이 검찰의 수사 확대 가능성에 모두 쏠려 있다"고 밝혔다. 검찰의 칼끝이 유영제약과 한국노바티스에 이어 어디로 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규복 기자 kblee34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