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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유통업계, 대형마트 '뒷걸음' 백화점 '제자리'

박종권 기자

기사입력 2015-12-07 09:23


유통업계가 올해도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년째 성장이 멈추거나 뒷걸음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 세월호 사건과 올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내수 경기가 꽁꽁 얼어붙으면서 유통업계에 직격탄이 됐다. 결국 정부가 직접 내수 경기 활성화 대책으로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케이 세일데이' 등 전국적인 대규모 할인행사를 벌일 정도다. 이런 대규모 행사 자체가 유통업계 상황이 좋지 않다는 방증이다. 이런 행사 덕분에 유통업계에 깜짝 훈풍이 불긴 했지만, 근본적인 내수 살리기엔 역부족이다.

대형마트는 3년 째 마이너스로 울상

유통업계의 핵심이자 내수 경기의 바로미터인 대형마트의 상황은 점점 나빠지고 있다. 대형마트 3사인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모두 올해 마이너스 성장이 확실시 된다. 이는 지난 2012년 대형마트 의무휴업 시행 후 3년째 역성장인 셈이다. 올해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빅3'의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누적 매출(기존점 기준, 신규점 제외)을 비교하면 전년 동기 대비 0.4~1.7%가 줄었다. 12월 동안 괄목할만한 매출 회복세를 보이지 않는다면 지난해보다 매출 감소는 피할 수 없는 상태다. 결국 대형마트 3사 모두 2012년 이후 3년 연속 매출 감소를 맞이하게 된다. 그나마 다행인건 지난해 매출 감소율보다 올해는 매출 감소율이 조금 줄었다는 정도다.

대형마트 3사 중 매출 감소가 가장 큰 곳은 롯데마트다. 롯데마트의 최근 연도별 매출은 2011년 6조3530억원, 2012년 6조4650억원, 2013년 6조4600억원, 2014년 5조9900억원이다. 2012년을 정점으로 매출은 계속 내리막이다. 특히 지난해 매출 6조원이 무너졌고, 올해 매출 역시 -1.7%를 기록 중이다.

홈플러스 역시 올 11월까지 누적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0.5% 감소했다. 매출 감소폭은 지난해 1.5%보다 줄었지만, 2012년 이후 4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는 셈이다. 홈플러스의 연 매출 증감률(전년대비)은 2012년 -4.4%, 2013년 -4.9%, 2014년 -1.5%였다.

이마트 역시 올 10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0.4% 뒷걸음질 쳤다. 이마트는 올해 1분기에 3년 만에 처음으로 분기별 성장률이 1.1% 플러스로 돌아섰지만, 결국 마이너스 성장을 피할 순 없었다. 공식 집계가 공개되진 않은 상태지만, 올해 매출 감소나 정체 수준에서 벗어나긴 어려워 보인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2012년 의무휴점 규제 이후 대형마트 업계가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바깥출입을 자제하게 만들었던 메르스 사태까지 겹치면서 실적이 더 안 좋게 됐다"고 말했다.

백화점은 제자리걸음으로 겨우 체면치레


유통업계의 맏형인 백화점들 역시 상황은 그다지 좋지 않다. 올해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은 정체에 가까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중이고, 신세계백화점은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된다. 그나마 백화점들은 정부 주도의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행사 덕을 본 측면이 있다. 또한 화려한 백화점 매장을 고수하지 않고, 대형 컨벤션 센터 등에서 대규모 출장 할인 행사 등을 진행하는 파격 행보로 백화점 매출을 이끌었다.

롯데백화점은 올해 11월까지 매출(기존점 기준)이 전년 동기 대비 3.3% 증가했다. 지난해 전체 매출 증가율 1.5%보다 다소 높아진 수치이지만, 큰 차이가 아니라 2년 연속 정체된 거나 마찬가지다. 특히 올해 대형 출장 할인행사로 매출 상승효과를 누린 것을 감안하면 크게 성장했다고 말하기 어렵다.

현대백화점도 상황은 비슷하다. 올해 11월까지 누적 매출은 지난해 동기보다 2.9% 늘었다. 지난해 전체 매출 증가율 1.2%와 비교하면 소폭 상승했지만, 매출 상승세라고 하기에는 부족하다. 현대백화점 역시 롯데백화점처럼 대규모 출장 세일 행사를 진행하며 백화점 외 매출에서 재미를 톡톡히 봤다.

신세계백화점은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다. 올해 11월까지 누적 매출이 0.3% 정도 감소했다. 지난해 전체 증가율 0.1%보다 낮아진 수치로 이대로라면 올해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된다. 특이한 건, 롯데·현대백화점과는 다르게 신세계백화점은 대규모 출장 세일 행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신세계백화점은 올해 역성장을 피하기 위해 아웃도어·모피·코트 등 겨울 의류를 중심으로 대대적인 할인행사를 벌이고 있다. 또한 백화점들은 '케이 세일데이'를 앞세워 마지막 대규모 할인행사를 진행 중이다.

백화점 관계자는 "올 상반기에 메르스 영향으로 매출이 8%나 빠지는 심각한 상황이었지만, 그나마 10월에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효과를 보면서 매출이 상승세로 전환됐다"고 전했다.
박종권 기자 jk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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