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면세대전에서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될까.
롯데는 서울 소공점과 월드타워점을 지키는 '수성(守城)' 전략을 택했고, 신세계와 두산은 롯데 소공점과 월드타워점에 모두 신청서를 냈다. 워커힐 수성이 1차 목표인 SK는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도 노리고 있다.
이번 면세전 대전에서 최고 관전포인트는 롯데가 독과점 논란과 경영권 분쟁의 악재를 딛고 소공점과 월드타워점을 모두 지켜낼 수 있을지 여부다. 사실 올해 초만 해도 세계 3위의 글로벌 면세사업자로서 롯데가 이번 특허권 선정과정에서 무난하게 재승인을 받을 것으로 업계는 봤다.
롯데면세점의 국내시장 점유율이 50%를 넘는 독과점 문제 또한 롯데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번 입찰은 롯데그룹의 경영권 안정과도 직결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호텔롯데 상장과 순환출자 고리 해소를 골자로 한 그룹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호텔롯데의 주력사업인 면세점이 재입찰에서 탈락하면 큰 그림이 흔들리게 되기 때문이다. 그룹 개혁 자체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이처럼 그룹의 사활을 걸고 전력투구를 하고 있는 롯데에 맞서 신세계 또한 서울에 반드시 입성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 지난 7월 1차 면세대전에서 고배를 마셨던 신세계는 남대문시장과 연계해 명동 상권을 겨냥했다. 신세계백화점과 한국은행 사이에 있는 분수대를 '한국판 트레비 분수'로 조성해 명동상권과 남대문 시장을 잇겠다는 구상도 내놓았다. 그러나 신세계백화점 신관의 좁은 주차장 문제 등에 대해선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는 것이 최대 약점으로 꼽힌다.
SK네트웍스는 이번에 특히 워커힐 면세점를 지켜내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23년의 면세점 운영 경력을 강조하는 있는 SK네트웍스는 "지난해 263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010년(1249억원)과 비교하면 불과 4년만에 매출이 두 배로 뛰었다. 2010년 SK네트웍스와 워커힐이 합병한 뒤 적극적 투자와 지원으로 실적이 크게 좋아지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여기에 신규로 동대문 면세점 특허를 따내면 2020년 워커힐과 동부권, 동대문을 연계하는 '이스트 서울·이스트 코리아(East Seoul·East korea)' 관광벨트를 조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지리적 위치가 다른 경쟁 업체들에 비해 약점으로 지적되는 상황.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매장이 공항과 너무 멀어 외국인 관광객의 접근이 어렵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취급 품목이 시계 보석류 등에 집중돼 상대적으로 상품 구색 측면에서 다양성이 떨어지는 것 또한 다른 경쟁 업체들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과 두산그룹은 각각 100억원씩 200억원을 출연해 동대문 상권을 부흥시키겠다며 동대문 미래창조재단을 만들었다. 이같은 그룹 차원의 적극적인 행보에 힘입어, 두산은 이번 면세대전에서 최고의 다크호스로 급부상했다.
사실 두산이 면세점 사업에 뛰어든다고 선언했을 때 업계에선 의외라는 반응이 쏟아져 나왔다. 이번 후보들 중 제일 약체로 보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면세점 운영 경험 자체가 전무할 뿐 아니라 유통업 경험도 미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에선 이런 두산이 과감히 뛰어들었을 때는 "뭔가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지난 7월 서울 시내 면세권을 놓고 벌어진 1차 전쟁에서 업계 예상을 깨고 한화그룹이 최후 승자가 된 것처럼 두산그룹 또한 놀라운 뒷심을 발휘하게 될지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한편 관세청이 공개한 사업자 평가 기준은 5개 항목, 1000점 만점이다. 세부 평가 항복은 관리역량(300점), 지속가능성 및 재무건전성 등 경영능력(250점), 관광 인프라 등 주변 환경요소(150점), 중소기업 제품 판매실적 등 경제·사회발전을 위한 공헌도(150점), 기업이익의 사회 환원 및 상생협력 노력 정도(150점)다.
지난 7월 신규 사업장 특허 심사 때와 비교하면 관리역량의 배점이 50점 올라갔고, 운영인의 경영능력 배점은 50점 낮아졌다. 전상희 기자 nowat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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