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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가 '형제의 난' 2라운드 본격화…경영권 분쟁 '점입가경'

박종권 기자

기사입력 2015-10-12 09:10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 2차전이 점입가경이다. 지난 8월 17일 일본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게 완패를 당한 형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52일만인 8일, 반격에 나섰다. 신 전 부회장은 이날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격호 총괄회장의 위임을 받아 한·일 양국에서 2건의 소송과 1건의 가처분 신청을 냈다"고 밝혔다. 신 전 부회장은 "일본 법원에 신 총괄회장의 롯데홀딩스 대표 해임에 대한 무효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저의 호텔롯데·롯데호텔부산 이사 해임에 대한 12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과 롯데쇼핑의 회계장부 열람 가처분 신청 등을 각각 냈다"고 전했다. 그리고 이번엔 신 총괄회장이 건강한 모습으로 장남인 신 전 부회장을 적극 지원하는 모습까지 공개했다.

52일만에 반격 나선 장남 신동주

신 전 부회장은 8일 오전 11시 부인 조은주 씨와 민유성 SDJ코퍼레이션 고문(전 산은지주 회장), 김수창(법무법인 양헌)·조문현(법무법인 두우) 변호사 등 3명의 법률 고문단을 대동하고 기자회견장에 나타났다. 그리고 신 전 부회장은 자신의 이름 이니셜을 딴 회사인 SDJ코퍼레이션 회장 직함을 달고 공식 석상에 나섰다.

한국어가 서툰 신 전 부회장은 "발표문을 준비했으나 우리말이 부족해서 아내가 대독하겠다"며 자신의 입장을 부인 조씨가 한국어로 발표하도록 했다.

신 전 부회장은 발표문을 통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 깊이 사죄드린다. 동생인 신동빈은 지나친 욕심으로 아버지인 총괄회장의 롯데홀딩스 대표권과 회장직을 불법적으로 탈취했다. 총괄회장은 친필 서명 위임장을 주면서 법적 조치 등을 포함한 일체의 행위를 위임했다"며 "목표는 총괄회장의 즉각적인 원대 복귀와 불법 결정을 한 임원들의 전원 사퇴"라고 했다. 그리고는 신 총괄회장의 서명과 지장이 찍힌 9월 24일자 위임장도 공개했다.

신 전 부회장 측은 소송을 통해 신 총괄회장의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직과 자신의 한국 롯데 계열사 이사직 해임 등의 결정을 무효화시키겠다고 했다. 대표직 해임을 위한 이사회 소집에 절차 상의 문제가 있고, 자신의 이사직 해임 이유도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또한 신 전 부회장이 가진 한·일 롯데그룹 지분이 신 회장보다 많다는 점을 부각하며, 아버지인 신 총괄회장이 인정한 합법적인 후계자임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신 전 부회장 측은 "경제적 가치로 볼 때 신 전 부회장의 일본롯데홀딩스 지분은 36.6%에 달한다. 경제적 이익이 더 큰 사람을 일방적으로 이사직에서 해임한 것은 부당한 일"이라며 "총괄회장이 장남에게 광윤사(光潤社) 지분 50%를 차지하게 한 것은 장남이 경영을 이어가라는 뜻"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한국 롯데그룹을 지배하고 있는 일본롯데홀딩스의 최대주주사인 광윤사는 신 전 부회장 지분이 50%이고, 신 회장은 38.8%이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은 보도자료를 통해 공식 입장을 전했다. 롯데그룹은 "롯데의 경영권은 흔들리지 않는다. 소송제기는 예견 되었던 일이다. 절차에 따라 이사회와 주주총회 등을 통해 적법하게 결정된 사안이라, 소송은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며 "고령으로 건강이 좋지 않은 총괄회장을 자신들 주장의 수단으로 다시 내세우는 상황은 도를 넘은 지나친 행위이다. 총괄회장의 소송 참여 경위와 법리적 판단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지난 7월과 8월에 있었던 해임지시서, 녹취록, 동영상 공개 등의 상황에서도 드러났 듯이 진정한 의사에 따른 것인지 의심된다"라고 전했다.

건강한 모습으로 등장한 신격호

롯데그룹이 신 총괄회장의 건강을 문제 삼자, 이번엔 신 총괄회장이 직접 모습을 드러냈다. 올해 93세인 신 총괄회장의 건강 상태는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항상 초미의 관심사였다.

조선비즈는 11일 신 총괄회장과의 단독 인터뷰를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신 총괄회장은 지난 8일 소공동 롯데호텔 34층에서 신 전 부회장의 보고 서류를 꼼곰하게 살펴본 후, 한국과 일본에서 민형사 소송을 모두 진행하라고 반복해 지시했다. 또한 "단 한발도 물러서지 마라"고 강조하며, 소송 과정을 철저하게 준비하고 자주 와서 소송 상황을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이 자리에서 신 총괄회장은 롯데그룹 측의 건강 논쟁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신 총괄회장은 "아버지가 정신적으로 이상하다느니 바보가 됐다느니 하면서 재산을 빼앗으려고 하다니 이건 대단한 범죄가 아니냐"며 "(신동빈 회장이) 장남이 아니라, 장래에 장남이 후계자가 될까봐 이런 일을 벌인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에 따르면 신 총괄회장이 고령이긴 하지만 집중력, 판단력, 사람 인식 능력, 숫자 인식 능력, 대화 어휘력·구사력, 행동력 등에서 큰 특이사항을 보이지 않았다. 신 총괄회장의 전반적인 사고 능력이나 판단 능력에 큰 문제는 없어 보였다고 전했다. 특히 신 회장에 대해 크게 분노하고 있고, 소송을 통해 직위와 회사를 되찾겠다는 의사를 가지고 있다는 점은 명확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은 11일 "총괄회장을 앞세워 동일한 내용을 반복하는 것은 사회적 요구를 반영해 진행하고 있는 롯데의 기업개선 활동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일"이라며 "고령인 총괄회장을 지속적으로 앞세워 자신들 주장의 수단으로 반복해 활용하고 있는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라고 공식 입장을 전했다.

신 회장과 롯데그룹 측이 '경영권은 흔들리지 않는다'라고 밝혀도, 신 총괄회장의 공식 입장과 신 전 부회장의 지분 등을 고려할 때 제2차 경영권 분쟁이 쉽게 끝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지루한 법정 공방이 계속 이어질 수 밖에 없고, 그 결과에 대해선 누구도 예측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한국과 일본 법정에서 서로 다른 결정이 나올 경우, 롯데그룹의 한국·일본 분리 또는 한국·일본 통합의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신 회장은 한·일 롯데그룹 통합 경영을 원하고 있고, 신 전 부회장은 한·일 분리를 주장하고 있다. 결국 아버지의 지지를 받지 못한 신 회장은 여론과 정서 상 어쩔 수 없이 부담스러운 분쟁을 하게 됐다.


박종권 기자 jk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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