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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사태 불똥튈까? 국내 산업계 초긴장

장종호 기자

기사입력 2015-10-07 01:01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 사태가 국내 산업계로 불똥이 튀는 모양새다.

타이어 뿐만 아니라 자동차 부품업, 금융업까지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주로 폭스바겐에 납품을 해 온 국내 업체들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폭스바겐이 생산 중단이나 축소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오는 8일 미국 의회와 한국 국회에서 폭스바겐 지역 법인 대표가 출석할 예정이어서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사태가 한·미 정치권에서까지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배출가스 조작', 국내 산업계에 불똥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타이어업체들이 '폭스바겐 사태'의 직·간접적인 피해를 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판매한 3600만개 신차용 타이어(OE) 가운데 29%에 해당하는 1000만개를 폭스바겐에 공급했다. 최근 '배출가스 조작' 논란에 휩싸인 골프·비틀 등 폭스바겐의 대표 차종에 한국타이어 제품이 장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폭스바겐은 한국타이어로서는 현대·기아차에 이은 3번째 큰 거래처다.

또한 한국타이어는 미국과 중국 등 공장의 증설도 추진 중이어서 이번 폭스바겐 사태가 자칫 악영향을 받을까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이를 반영하듯 폭스바겐 사태 직후 한국타이어는 해당 임원진을 미국 현지로 급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타이어 또한 정확한 OE 공급 규모를 밝히지 않았지만 폭스바겐이 현대·기아차, 피아트-크라이슬러, GM, 르노에 이어 다섯 번째로 큰 공급처인 만큼 피해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폭스바겐그룹 계열사인 체코 완성차 업체 '스코다'를 공략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던 넥센타이어도 제동이 걸렸다. 스코다 생산 차량에도 '배출가스 조작' 프로그램이 탑재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폭스바겐에 납품 중이거나 예정인 국내 부품업체들도 긴장하는 분위기다. A업체는 지난해 말 폭스바겐과 1조원 규모의 브레이크 제품을 2017년부터 10년간 공급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이 제품은 폭스바겐이 세계 각 지역에서 생산하는 소형 승용 차량에 장착될 예정이다.

폭스바겐에 조명시설을 납품 중인 B업체와 내장재를 공급하고 있는 C업체 또한 폭스바겐의 라인 축소로 타격이 불가피하다. 한 부품업체 관계자는 "아직까지 피해가 실감될 정도는 아니지만 폭스바겐이 생산대수를 줄이면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금융업계 또한 후폭풍을 맞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폭스바겐 사태로 수입차를 계약한 고객들이 출고 직전에 취소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또한 이미 차를 구매한 고객들도 소송에 나서는 추세다.

이처럼 수입차 판매가 주춤하면서 국내 캐피탈업계도 좌불안석이다. 수입차 할부 금융을 새 먹거리로 여기고 리스·할부에 총력을 기울였던 캐피탈업계는 판매량 감소로 인한 피해가 예상된다. 해당 캐피탈업체들은 폭스바겐 차종에 대한 무이자 상품 판매와 관련 마케팅 활동을 최근 전면 중단한 상태다.

이처럼 폭스바겐 사태는 국내 자동차 관련 산업 전반에 경기 불황에 이은 또 다른 악재로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관련 업계들의 일시적인 영업 저하가 불가피해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큰 우려를 나타낼 필요까지는 없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폭스바겐 8일 한국·미국서 정치권 '뭇매'

'배출가스 조작'으로 78년 역사상 최대 위기에 직면해 있는 폭스바겐그룹이 이번주 정치권의 뭇매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폭스바겐 미국 법인장과 한국법인장이 같은 날인 8일 의회 청문회와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하기 때문이다.

우선 마이클 혼 폭스바겐 미국법인 사장은 오는 8일 배출가스 조작 사건을 증언하기 위해 미국 하원 청문회에 출석한다. 이날 청문회에는 폭스바겐의 조작을 폭로한 미국 환경보호청 관계자들도 출석해 증언할 예정이다.

이번 청문회를 주재하는 공화당 소속의 팀 머피 조사소위원회 위원장은 "미국인들은 애초에 왜 조작 장치를 장착했는지를 알고 싶어 한다"고 밝혔다. 앞서 다른 의원들은 "폭스바겐의 이번 사태는 소비자와 당국을 기만한 행위"라며 이번 청문회에서 철저히 밝혀내겠다고 벼르고 있는 분위기다.

토마스 쿨 폭스바겐코리아 사장도 국감 마지막 날인 8일 국토교통위원회 국감에 참석,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이번 국감에서 폭스바겐의 고의성에 대한 질타가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사태 발생 후 폭스바겐코리아의 지지부진한 대응에 대해서도 의원들의 지적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폭스바겐의 일부 엔지니어들이 2008년부터 디젤차량에 '배출가스 조작' 소프트웨어를 설치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5일(현지시각) 독일 언론들은 폭스바겐의 내부 조사 결과 배출가스 조작에 연루된 수 명의 기술진들이 "문제가 된 'EA 189' 엔진의 경우 조작없이는 배출가스 상한과 비용 목표를 달성할 수 없었다"며 이같이 진술했다고 보도했다. 누구의 지시로 이같은 일이 이뤄졌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당초 예상보다 더 많은 임직원이 배출가스 조작에 연루된 것으로 파악돼 추가적인 징계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사태가 국내 자동차 관련업계에도 불똥이 튀고 있는 형국이다. 폭스바겐에 타이어와 각종 부품들을 납품하던 국내업체들이 폭스바겐의 생산 축소와 중단 등으로 직간접적인 악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폭스바겐의 대표모델 골프.



마이클 혼 폭스바겐 미국법인장



토마스 쿨 폭스바겐 한국법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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