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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백화점, 높은 특약매입으로 협력업체에 부담 떠넘겨

박종권 기자

기사입력 2015-09-14 09:24


대형 백화점들이 여전히 중소 협력업체들에게 재고 부담을 지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이채익 의원(새누리당)이 밝힌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롯데·현대·신세계백화점 등 대형 백화점들의 매출과 재고 부담을 중소 협력업체들에게 떠넘기는 '특약매입' 비중이 지난해 72.7%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백화점들의 주요 판매방식은 크게 3가지로, 백화점의 특약매입이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다. 특약매입은 백화점이 협력사로부터 상품을 외상으로 받은 뒤 판매되는 것 만큼 수수료를 제하고 후불로 결제를 해주는 방식이다. 이 외에 협력업체에 매장을 빌려주고 발생하는 수익의 일정 비율을 임차료로 받는 임대차 계약과 물건을 협력업체로부터 사서 소비자에게 파는 직매입 등의 방법이 있다.

이런 판매 방법 중 백화점의 특약매입은 입점 업체가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제품 관리비 등 각종 비용을 부담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재고 부담까지 떠안아야 하는 방식이라, 협력업체 입장에서는 가장 부담이 큰 판매방식이다. 이 때문에 공정거래위원회는 유통업체들의 동반성장지수를 평가할 때 특약매입 대신 중소기업과의 직매입 비중이 높고, 그 비중을 늘리는 업체에 가산점을 주고 있다. 그럼에도 대형 백화점들의 특약매입 비중은 지난 2012년 이후 3년째 70%대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정부 차원에서 장려하고 있는 대형 백화점들의 직매입 비중은 여전히 한 자릿수에 그치고 있다.

업체별로 살펴보면 롯데백화점의 직매입 비중은 2012년 4.7%에서 지난해 2.8%로 오히려 감소했다. 현대백화점 역시 직매입 비중이 7.1%에서 6.2%로 줄어들었다. 다만, 신세계백화점의 직매입 비중은 6.7%에서 7.3%로 소폭 증가했다.

대형 백화점들이 최근 앞서서 동반성장과 상생경영을 외치고 있었지만, 개선은 커녕 후퇴하고 있었던 셈이다. 백화점에게 유리한 특약매입은 제자리를 유지하고 있었고, 백화점들에게 불리한 직매입 비율은 줄어드는 형태로 오히려 동반성장에 역행하고 있었다.

한국 대형 백화점들의 영업 형태와 특약매입 방식이 정착하는데 영향을 준 일본 백화점들조차 특약매입 비율이 한국보다 높지 않았다. 일본 백화점들은 특약매입이 60%, 직매입 비율 40% 정도로, 한국보다 훨씬 더 상황이 나았다. 그러나 한국의 대형 백화점들은 특약매입이 70%, 임대차 계약이 20%이상이고, 직매입 비율이 한 자릿수인 지극히 백화점에 유리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당연히 국내 대형 백화점들이 지나치게 특약매입에 치중하고 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커질 수 밖에 없다.


이채익 의원은 "대형 유통사는 매출이 부진하면 입점 업체를 교체하는 방식이 아니라 좋은 상품을 직매입으로 조달하는 해외 사례를 연구해 유통구조를 바꾸어야 한다"라고 강하게 주문했다.

이에 대해 백화점 업계는 '국내 백화점 업계는 우수 브랜드를 발굴해 입점시키는 전략을 선택하다보니 반대로 제품 전문성 등 직매입 역량을 강화하기 어려웠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직매입 비중을 늘리면 백화점에 영업기반을 둔 중소 협력사의 영업망이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빠르게 변하는 소비 패턴을 파악하기 위해 협력업체 입장에서도 특약매입으로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는 게 좋다. 그리고 아직 비중은 적지만 백화점들이 자사의 '색깔'을 내기 위해 직매입을 강화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한편, 한국에 처음으로 특약매입을 도입한 롯데백화점은 직매입 비중을 다른 곳보다 더 많이 줄여 더욱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일본 백화점의 영업 방식인 특약매입을 롯데백화점이 도입하기 전까진 국내에는 임대차계약과 직매입 방식만 존재했다. 백화점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특약매입을 도입한 후 롯데백화점은 줄곧 '갑질' 논란에 휘말려왔다. 앞으로도 특약매입 비중이 높으면 백화점의 '갑질' 논란은 끊이지 않을 듯하다.


박종권 기자 jk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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