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L투자회사의 변경등기를 신청한 뒤 지난 11일 귀국한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행보에 궁금증이 모아지고 있다. 사실상 한·일 롯데를 장악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롯데가(家)의 경영권 싸움에서 승기를 잡은 가운데 이에 맞서 신 전 부회장이 어떤 반격의 카드를 내놓을지 설왕설래하고 있다.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것은 역시 반(反)신동빈에 서 있는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의중'에 의존하는 것이다. 신 전 부회장에게 한·일 롯데 경영권을 넘긴다는 롯데 창업주 신 총괄회장의 진심이 담긴 메시지를 공표한다면 전세를 뒤집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당초 신 전 부회장은 한·일 롯데의 지주회사인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 때까지 일본에 머물며 우호지분을 확보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신동빈 회장이 또 다른 지주회사인 L투자회사 대표이사 등재를 단행한 데 대한 법적 대응도 일본행 이유 중 하나로 꼽혔다. 그러나 신 전 부회장은 예상을 깨고 빠른 한국 복귀를 선택했다.
이처럼 신 전 부 회장이 급거 귀국한 것은 지난 11일 오전에 열린 신동빈 회장의 기자회견이 신 전 부회장의 귀국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기자회견 내용을 살펴보면 경영권 분쟁이 끝나지 않은 상황임에도 신 회장의 발표는 한·일 롯데를 대표하는 모양새였다. 즉, 한국과 일본에서 경영권의 주도권을 잡은 신 회장의 기자회견은 경영권 분쟁에 쐐기를 박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게다가, 신 회장은 롯데 경영권 분쟁의 분수령이 될 일본 롯데홀딩스의 주주총회 날짜와 안건까지 홀로 결정했다. 이 모든 상황은 신 회장이 곧 한·일 롯데를 장악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더욱이 신 전 부회장은 호텔롯데를 지배하고 있는 일본 내 12개 L투자회사에 신 회장이 아버지 신 총괄회장을 몰아내고 대표이사에 오른 것을 취소하는 내용의 등기 변경을 신청했지만, 당장 실질적인 효과를 보기엔 어려운 상태다.
결국 벼랑 끝에 몰린 신 전 부회장이 '마지막 희망'인 아버지 신 총괄회장을 만나기 위해 급거 귀국한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반(反)신동빈인 신격호 총괄회장 '의중'등에 업고 동생과 결전 준비?
신격호-신동주-신동빈 삼부자가 최후의 결전을 앞두고 다시 한국에 모인 상황이다. 당연히 세 명이 다시 만날지에 관심이 모인다. 지난 3일 일본에서 귀국한 신 회장이 곧바로 아버지를 찾으면서 5분의 짧은 만남이 있었지만, 별다른 결과물은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삼부자의 마지막 회동이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 주변에선 어떤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기대도 있다.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의 형제 간 마지막 중재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이 자리에서 이 자리에서 ▲한·일 롯데 분리 경영 ▲한·일 롯데의 사업별 분리 경영 등이 거론될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그러나 재계는 삼부자의 담판이나 대화로 경영권 문제가 해결되기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들이다. 이미 신동빈 회장이 유리한 고지를 점했고, 아버지를 일본 롯데홀딩스에서 해임하고 아버지가 대표이사로 있던 9개 L투자회사의 대표이사 자리를 모두 차지했기 때문이다. 신 회장이 아버지 해임을 두고 후회하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지만,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셈이다. 또한, 신 회장은 11일 기자회견에서 형과의 타협에 대해 "개인적인 부문에 대해서는 언제든지 대화할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경영과 가족의 문제는 별도"라고 명확하게 밝혔다.
또한, 신 총괄회장의 건강상태도 명확하지 않아, 그가 두 아들에게 내놓을 중재나 명령, 타협 등의 결정이 두 아들에게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도 애매한 상태다. 결국, 어떤 형태로든 신격호-신동주 부자가 대화로 해결점을 모색하려고 해도 신동빈 회장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신 전 부회장은 동생과의 대화와 타협보다는 주주총회를 앞두고 신 총괄회장의 '의중'을 등에 업고 동생과의 결전을 준비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신 전 부회장이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승리하려면 신 총괄회장 지분과 종업원지주회 지분 확보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롯데 창업주인 신 총괄회장이 지지하는 후계자라는 명분과 프리미엄을 등에 업는다면, 일본 내 우호지분을 더욱 확보할 수 있다.
또한, 대국민 사과와 기자회견으로 여론전에서도 승기를 잡은 신 회장을 상대로 다시 여론전을 펼칠 가능성도 있다. 신 전 부회장은 아버지를 비롯한 가족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장남이란 점과 아버지의 뜻을 거스르고 독단적인 행보를 하고 있는 동생의 모습을 강조해 동정 여론을 이끌어낼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신 전 부회장이 신 총괄회장의 건강이상설을 종식시키기 위해 언론에 신 총괄회장과 함께 출연하는 깜짝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건강이 이상이 없고 그의 뜻이 장남에게 있다는 것만 분명히 확인된다면 국면은 전혀 새로운 양상으로 흘러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귀국 후 동선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있는 신 전 부회장이 한국에서 어떤 행보로 얼마나 효과를 거두고 일본으로 돌아갈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형의 귀국에 따른 신 회장의 또 다른 '묘수'가 나올지도 관심사다. 박종권 기자 jkp@sportscho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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