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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벼랑끝에 몰린 신동주, 최후의 히든 카드는?

조완제 기자

기사입력 2015-08-12 17:37


일본에서 L투자회사의 변경등기를 신청한 뒤 지난 11일 귀국한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행보에 궁금증이 모아지고 있다. 사실상 한·일 롯데를 장악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롯데가(家)의 경영권 싸움에서 승기를 잡은 가운데 이에 맞서 신 전 부회장이 어떤 반격의 카드를 내놓을지 설왕설래하고 있다.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것은 역시 반(反)신동빈에 서 있는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의중'에 의존하는 것이다. 신 전 부회장에게 한·일 롯데 경영권을 넘긴다는 롯데 창업주 신 총괄회장의 진심이 담긴 메시지를 공표한다면 전세를 뒤집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 희망'인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 만나기 위해 급거 귀국?

신 전 부회장이 지난 11일 오후 10시 30분쯤 서울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이날 오전 11시 동생 신동빈 회장은 대국민 사과성명과 기자회견을 통해 향후 한·일 롯데와 관련한 대국민 사과와 함께 쇄신안을 발표했다. 기자회견을 일본에서 지켜본 신 전 부회장이 당일 밤에 귀국한 것.

당초 신 전 부회장은 한·일 롯데의 지주회사인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 때까지 일본에 머물며 우호지분을 확보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신동빈 회장이 또 다른 지주회사인 L투자회사 대표이사 등재를 단행한 데 대한 법적 대응도 일본행 이유 중 하나로 꼽혔다. 그러나 신 전 부회장은 예상을 깨고 빠른 한국 복귀를 선택했다.

이처럼 신 전 부 회장이 급거 귀국한 것은 지난 11일 오전에 열린 신동빈 회장의 기자회견이 신 전 부회장의 귀국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기자회견 내용을 살펴보면 경영권 분쟁이 끝나지 않은 상황임에도 신 회장의 발표는 한·일 롯데를 대표하는 모양새였다. 즉, 한국과 일본에서 경영권의 주도권을 잡은 신 회장의 기자회견은 경영권 분쟁에 쐐기를 박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신 회장은 한국과 일본 롯데의 연결고리이자 한국 롯데그룹의 지주회사격인 호텔롯데의 기업공개를 발표했다. 호텔롯데의 기업공개와 상장은 신격호 총괄회장도 그동안 줄기차게 반대하던 거라, 신 회장의 결정은 상당히 큰 의미를 던졌다. 한·일 롯데의 가장 중요한 결정을 신 회장 혼자 했기 때문이다. 이는 아버지 신 총괄회장이나 신 전 부회장의 의견이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게다가, 신 회장은 롯데 경영권 분쟁의 분수령이 될 일본 롯데홀딩스의 주주총회 날짜와 안건까지 홀로 결정했다. 이 모든 상황은 신 회장이 곧 한·일 롯데를 장악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더욱이 신 전 부회장은 호텔롯데를 지배하고 있는 일본 내 12개 L투자회사에 신 회장이 아버지 신 총괄회장을 몰아내고 대표이사에 오른 것을 취소하는 내용의 등기 변경을 신청했지만, 당장 실질적인 효과를 보기엔 어려운 상태다.


결국 벼랑 끝에 몰린 신 전 부회장이 '마지막 희망'인 아버지 신 총괄회장을 만나기 위해 급거 귀국한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반(反)신동빈인 신격호 총괄회장 '의중'등에 업고 동생과 결전 준비?

신격호-신동주-신동빈 삼부자가 최후의 결전을 앞두고 다시 한국에 모인 상황이다. 당연히 세 명이 다시 만날지에 관심이 모인다. 지난 3일 일본에서 귀국한 신 회장이 곧바로 아버지를 찾으면서 5분의 짧은 만남이 있었지만, 별다른 결과물은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삼부자의 마지막 회동이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 주변에선 어떤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기대도 있다.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의 형제 간 마지막 중재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이 자리에서 이 자리에서 ▲한·일 롯데 분리 경영 ▲한·일 롯데의 사업별 분리 경영 등이 거론될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그러나 재계는 삼부자의 담판이나 대화로 경영권 문제가 해결되기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들이다. 이미 신동빈 회장이 유리한 고지를 점했고, 아버지를 일본 롯데홀딩스에서 해임하고 아버지가 대표이사로 있던 9개 L투자회사의 대표이사 자리를 모두 차지했기 때문이다. 신 회장이 아버지 해임을 두고 후회하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지만,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셈이다. 또한, 신 회장은 11일 기자회견에서 형과의 타협에 대해 "개인적인 부문에 대해서는 언제든지 대화할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경영과 가족의 문제는 별도"라고 명확하게 밝혔다.

또한, 신 총괄회장의 건강상태도 명확하지 않아, 그가 두 아들에게 내놓을 중재나 명령, 타협 등의 결정이 두 아들에게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도 애매한 상태다. 결국, 어떤 형태로든 신격호-신동주 부자가 대화로 해결점을 모색하려고 해도 신동빈 회장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신 전 부회장은 동생과의 대화와 타협보다는 주주총회를 앞두고 신 총괄회장의 '의중'을 등에 업고 동생과의 결전을 준비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신 전 부회장이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승리하려면 신 총괄회장 지분과 종업원지주회 지분 확보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롯데 창업주인 신 총괄회장이 지지하는 후계자라는 명분과 프리미엄을 등에 업는다면, 일본 내 우호지분을 더욱 확보할 수 있다.

또한, 대국민 사과와 기자회견으로 여론전에서도 승기를 잡은 신 회장을 상대로 다시 여론전을 펼칠 가능성도 있다. 신 전 부회장은 아버지를 비롯한 가족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장남이란 점과 아버지의 뜻을 거스르고 독단적인 행보를 하고 있는 동생의 모습을 강조해 동정 여론을 이끌어낼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신 전 부회장이 신 총괄회장의 건강이상설을 종식시키기 위해 언론에 신 총괄회장과 함께 출연하는 깜짝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건강이 이상이 없고 그의 뜻이 장남에게 있다는 것만 분명히 확인된다면 국면은 전혀 새로운 양상으로 흘러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귀국 후 동선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있는 신 전 부회장이 한국에서 어떤 행보로 얼마나 효과를 거두고 일본으로 돌아갈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형의 귀국에 따른 신 회장의 또 다른 '묘수'가 나올지도 관심사다. 박종권 기자 jkp@sportscho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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