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루수-외야수-유격수-2루수, 포지션 바꾸다 머리 아프겠다...방망이를 너무 잘 치는 대가다 [호주 스캠 현장]

김용 기자 영문보기

기사입력 2025-02-02 21:26


2루수-외야수-유격수-2루수, 포지션 바꾸다 머리 아프겠다...방망이를 …
사진=김용 기자

[질롱(호주)=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2루수-외야수-유격수-다시 2루수.

1년도 안되는 시간 동안, 프로야구 선수가 이렇게 포지션을 왔다갔다 하는 게 말이나 될까.

KT 위즈에서 이렇게 고충(?)을 겪고 있는 선수가 있다. 주인공은 천성호.

상무에서 전역한 후 큰 기대를 받으며 지난 시즌을 앞두고 복귀했다. 이강철 감독은 "시합용"이라며 기대를 드러냈고, 그 기대는 제대로 들어맞는 듯 했다. 지난 시즌 개막전부터 맹타를 휘두르더니, 마치 일본 야구 레전드 이치로를 연상시킬만큼 현란한 컨택트 능력을 보여주며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시즌 초반 타율 수위 경쟁을 하는 등 엄청난 활약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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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오래 가지 않았다. 상대가 천성호를 분석하기 시작했고, 갑자기 많은 경기를 뛰다 보니 체력에도 한계가 있었다. 가장 결정적인 문제는 수비였다. 이강철 감독은 천성호를 주포지션인 2루에 투입했는데, 앞으로 오는 공은 제법 잘 처리했지만 병살 처리 상황 등에서 한계를 드러내는 경우가 많았다. 어깨는 강한데, 풋워크나 연계 플레이 등에서 약점이 극명했다.

천성호는 "다른 이유보다, 수비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니 타격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타격 자질은 누구보다 뛰어났다. 그래서 이 감독은 천성호를 외야수로 전향시키려 했다. 지난해 일본 와카야마 마무리 캠프에서는 외야수 훈련만 죽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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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호주 스프링캠프에 들어와 이 감독은 천성호를 유격수로 복귀시키려 했다. 외야에 FA 보상 선수 장진혁이 오며 자리가 없어졌다. 그렇다고 천성호의 타격을 죽이기도 아까웠다. 그래서 선택한 게 내야 복귀. 대신 강한 어깨를 이용할 수 있는 유격수 포지션을 시키려 했다.


그런데 이 감독의 마음이 다시 바뀌었다. 유격수는 김상수가 있고, 허경민의 합류로 자리가 애매해진 황재균까지 유격수 포지션에 도전하고 있다. 그래서 이 감독은 타격이 훌륭한 천성호를 다시 2루에 두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경기 초반 천성호가 나가 공격에 활로를 뚫어주면, 중후반에는 타격과 수비가 모두 안정적인 오윤석을 투입하는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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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짧은 시간 안에 이렇게 포지션이 많이 바뀐 선수가 있었을까. 천성호는 "전혀 힘들거나, 두려운 건 없다. 어떤 자리든 다 잘해낼 수 있다. 그저 경기에 나설 수만 있다면, 어느 포지션에서든 최선을 다하겠다"며 열의를 불태웠다. 실제 천성호는 이번 캠프에서 정규 훈련, 엑스트라 워크, 야간 훈련까지 소화하며 엄청난 강훈을 소화하고 있다. 다시 2루수로 나서기 위한 만반의 준비다.

과연 천성호가 개막전 KT 주전 2루수로 출발할 수 있을까. 이어지는 연습경기, 시범경기에서 그 운명이 갈릴 수 있다.


질롱(호주)=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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