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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입은행 퇴직임원 '낙하산'식 재취업 논란…여신도 급증

장종호 기자

기사입력 2015-07-10 09:17


경남기업과 모뉴엘 등에 대한 부실대출 파문으로 곤욕을 치른 한국수출입은행이 이번엔 거래기업과 유착 의혹에 휩싸였다.

최근 10년간 한국수출입은행 퇴직 임직원 9명이 수출입은행과 거래를 맺고 있는 기업들에 '낙하산'식으로 재취업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홍종학 의원(새정치민주연합)에 따르면 이들 퇴직자 9명은 수출입은행과 거래관계에 있는 성동조선해양, 대선조선, SPP조선, STX중공업의 사내·외 이사 및 감사로 재취업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가운데 성동조선해양, SPP조선, 대선조선은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 조선사로, 수출입은행은 성동조선해양과 대선조선의 주채권은행이기도 했다.

퇴직 임직원 거래기업에 재취업 논란

홍종학 의원은 "2005년을 시작으로 특히 자율협약 이후에 집중적으로 재취업이 이뤄졌으며, 그 후 대출과 보증이 급격하게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성동조선해양의 경우, 2005년 여신 잔액이 480억원에 불과했지만 수출입은행 이사 출신 김모씨를 부사장(이후 재무총괄 사장 역임)으로 영입한 이후 2012년 2조6000억원으로 7년간 약 55배의 여신증가율을 기록했다. 또한 2008년, 2013년, 2014년에 각각 수출입은행 출신이 사내이사와 감사, 사외이사로 재취업했다. 하지만 성동조선해양은 경영난을 겪다가 2010년에 자율협약 조선사가 되었고, 이후 경영이 더욱 악화돼 현재 법정관리 또는 위탁경영이 유력한 상황이다.

대선조선은 2005년 수출입은행과의 여신 잔액이 548억원에 불과했지만, 꾸준히 증가해 10년 만에 10배 가까이 늘어나 올해 5월 현재 4848억원에 이른다. 대선조선의 경우도 2012년 1명, 2014년 2명의 수출입은행 퇴직자가 재취업했다.

SPP조선도 2007년 1100억원이었던 여신 잔액이 4년 만에 10배에 달할 정도로 증가했다. 2013년 수출입은행 퇴직자가 감사로 재취업했으며 현재 여신 잔액은 9435억원에 달한다.

이들 재취업자들의 대부분은 선박금융, 플랜트 금융, 여신부서 등 조선사들의 거래에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부서에 근무 경험이 있는 등 업무적으로 유착관계에 있다가 재취업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일고 있다.

홍 의원은 "수출입은행의 퇴직자가 거래기업에 재취업해 급속도로 여신이 늘어난 것은 퇴직자들의 로비로 인한 것이라고 국민들은 생각할 것"이라며 "이미 모뉴엘 사건으로 수출입은행 직원 2명이 로비를 받은 것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등 수출입은행의 청렴성에 심각한 우려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성동조선과 같이 급속도로 여신이 증가한 것에 대해서는 금융당국의 우선적인 조사가 필요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어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수출입은행의 손실은 곧 국민의 부담으로 연결될 것"이라며 "향후 수출입은행 경영 전반에 대한 점검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허위 입찰서류 제출 기업 제재 안 해

또한 수출입은행의 허술한 경영 행태도 도마에 올랐다. 수출입은행은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사업에 참여한 기업들이 허위 입찰서로 문서를 제출한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이들 기업에 대한 징계 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뿐만 아니라 입찰서류를 허위·변조했던 업체가 재차 입찰서류를 허위·변조해 새로운 입찰에 참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홍종학 의원이 감사원에 요구해 받은 '공적개발원조 추진 실태 감사보고서'와 수출입은행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수출입은행이 2011년 5월 진행한 2억달러 규모의 베트남 밤콩교량 건설사업 컨설팅 입찰에서 ㈜유신은 사업총괄관리자(PM: Project Manager) 후보자 경력관련 서류를 2건이나 위·변조한 채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수성도 PM후보자 경력서류를 '엔지니어 참여경력'을 '사업총괄 경력'으로 위조해 허위로 제출했다. 베트남 현지의 사업실시기관(PMU)도 자체 조사를 실시해 두 업체가 입찰서류를 위조·변조한 사실을 적발했다.

하지만 수출입은행은 이들 기업의 허위 기재를 확인하고도 제재를 하지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기획재정부의 '대외경제협력기금 운용관리규정 및 경협기금업무 취급세칙'에 따르면 수출입은행은 허위 문서를 제출한 기업에 대해 구매관리실무협의회의 심의회를 열고 '문제유발 기업'으로 판단될 경우, 해당 기업의 기금지원사업 참여를 금지하기 위해 기재부 장관에게 이를 통보해야 한다. 심의회에서 계약자의 뇌물 제공 등 부패 행위, 사실 왜곡 등 사기행위, 부실 시공 등 '문제유발' 행위가 확인되면 해당 입찰 참여자에 대해 확인일로부터 3년 이하 기간 동안 기금 지원 사업 참여를 제한하고 해당 내용을 은행 홈페이지에도 게시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수출입은행은 심의회조차 열지 않았고, 대신 2012년 2월 유신, 수성 등 입찰서류를 위·변조한 업체들에게 자발적으로 사업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임의각서만 받았다고 홍 의원은 지적했다.

또한 ▲에티오피아 전략망 사업에서 ㈜한국종합전기가 사업참여 후보자경력 관련 위조서류를 제출, ▲베트남 로떼-락소이 고속도로 건설사업에 유신은 재차 경력 허위서류를 제출 ▲㈜삼보기술단은 PM 후보자 경력 허위서류를 제출 ▲㈜한국종합기술은 PM 기준 관련 허위사실을 기재, 제출했음에도 또다시 임의각서만 받는 것에 그쳤다.

특히, 유신의 경우 베트남 밤콩교량건설사업에 PM 경력서류를 위·변조한 사실이 적발돼 2012년 2월 스스로 6개월 이내에 입찰참여를 하지 않겠다는 임의각서를 제출했음에도, 베트남 로떼-락소이 고속도로 건설사업에 허위사실(타기관 재직지 단순사업관리 경력을 사업총괄 경력으로 기재)을 기재해 2014년 3월 참여제한기간 5개월 임의각서를 다시 제출한 것이다.

홍 의원은 "EDCF 사업 추진 과정에서 수출입은행의 허술한 입찰관리는 국가의 대외이미지를 실추시킬 수 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수출입은행이 기업들의 입찰을 제대로 관리, 국민세금으로 운영되는 EDCF 사업이 개도국의 경제·사회 개발과 우리나라와의 경협 활성화에 기여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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