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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헬스칼럼] 아름다움! 그 자체로 힘을 가지나?

조완제 기자

기사입력 2015-04-03 09:39


오늘 갑자기 '아름다움 그 자체가 힘을 가지나?' 이런 명제에 현대인들은 어떤 답을 할지 궁금하다. 예쁘고 아름답다고 속된 말로 '밥이 나오는 것'도 아닐 텐데 이런 명제에 선뜻 "아니오"라는 답을 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아름답고 예쁘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힘'이라고는 말할 수 없을 지라도 적어도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인간들 사이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는 있다고 본다.

우리는 왜 흔히 예쁜 것이 힘을 발휘한다고 믿고 있는 걸까? 그런 의심을 갖게 되는 단계에서 시작해 확신을 가지게 되는 과정이 어떻게 형성되는 지도 무척 궁금하다.

약 2년 전 전신 지방흡입을 했던 한 환자에 대해 얘기해 볼까 한다. 20대 중반이었던 이 여성은 169㎝, 67㎏ 의 체형으로 기억한다. 잡티 없는 하얀 피부와 뚜렷한 이목구비에 길고 곧은 팔 다리를 가지고 있었지만 체성분 분석기 상에 근육량은 적고 지방량이 많아 체지방률이 상당히 높았다. 이 때문에 실제 몸무게보다 훨씬 비대해 보이는 체형을 가지고 있었고, 가슴은 아직 처지진 않았지만 부피감과 무게 때문에 둔해 보였으며 가슴 무게로 인해 상체와 어깨가 구부정해 보이며 턱을 약간 앞으로 내민 자세에 큰 키까지 더해져 어떤 옷을 입어도 늘씬해 보인다는 평가 보다는 단지 커 보이고 둔해 보인다는 느낌이 강했다. 얼굴도 볼, 턱 라인 쪽으로 지방이 많아 묻혀있는 날렵한 턱선이 보이지 않고 둔하고 커 보였다. 게다가 본인의 이런 콤플렉스를 반감시킬 수 있는 패션 감각이나 화장술이 미숙하고 성격 또한 털털하고 유순해서 그저 활동하기 편한 차림에 간단한 기초화장만 하고 사회생활을 하고 있었다. 직장은 대형 멀티플렉스 영화관이었다.

어떤 이유로 갑자기 지방흡입 그것도 전신을 하겠다고 내원을 했는지 자세히 물어 보지는 않았지만 허벅지, 팔, 복부+등 순서대로 약 1주간의 터울을 두고 수술을 진행했다. 다행이 키는 크지만 어깨 너비가 너무 넓거나 뼈가 뭉툭하거나 두껍지 않았고, 근육형도 아니고 지방도 잘 흡입돼 수술결과가 좋을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힘든 수술을 연달아 세 번하다보니 육체적·정신적으로 매우 힘들어 하던 시기가 있었다. 그래도 무던한 성격에 의지도 강한 편이어서 세 번에 걸친 수술을 무사히 받았다. 마지막 수술이 끝나고 약 2주가 경과한 시기부터 본격적으로 식이조절과 유산소 운동에 돌입했다. 수술 붓기가 빠지기 시작하면서 가녀린 팔다리와 물 흐르듯 타고 흐르는 등, 허리, 골반, 힙 라인이 환상적으로 이어지면서 전체적이 바디라인이 완성되기 시작했다. 또한 체중이 줄면서 볼살, 턱살이 줄고 만성적인 안면 붓기가 빠지며 숨어있던 갸름한 턱선이 보이고 얼굴이 작아지고 이목구비는 더 또렷해졌다. 매주 사후 관리를 받으러 올 때마다 병원 직원들과 하루하루 달라지고 예뻐지는 본인의 모습을 얘기하며 기뻐하고 설레며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지며 그렇게 한 계절을 보냈다. 어느덧 사후 관리 기간이 끝나고 수술전후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비교해보는 마지막 상담을 하던 날 달라진 자신의 모습이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사진을 바라보며 눈시울을 붉히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녀는 마지막 상담하던 날 몇 가지 본인 사연을 얘기했다. 수술과 다이어트, 유산소 운동을 병행하면서 신체 사이즈가 모두 줄어 가지고 있던 청바지 후크와 지퍼를 잠그고 손을 놓으면 청바지가 쑥 내려가면서 벗겨져 버릴 정도로 변화가 있어 바지를 포함한 이전에 입던 모든 옷들을 버려버리고 예쁘고 슬림한 옷들로 새로 산 얘기.

또 직장에서 잘 생기지도 않아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남자가 한 명 있었는데 이름난 '작업남'이어서 직장 내 모든 여자에게 데이트 신청을 한 걸로 유명한데 다른 여직원 한 명과 본인에게만 데이트 신청을 하지 않아 주는 거 없이 밉고, 매우 불쾌하고 자존심 상했었는데 이번 수술 후 그 남자가 갑자기 다가오더니 "혹시 오늘 저녁 시간 있어요?"하기에 아무 말도 없이 '쌩~'하니 그 자리에서 일어나 나와 버려서 너무 통쾌했다는 얘기.

영화관에서 일할 때 팝콘용 옥수수자루를 나르는데 수술 전에 자신이 40㎏ 옥수수자루 날라도 그 어떤 남자 직원도 도와주지 않고 가녀려 보이는 다른 여직원이 나르면 남직원이 어디선가 바람같이 나타나 도와줘서 '난 도대체 뭔가?' '멘붕'이었는데 수술 후 어느 날 20㎏ 옥수수자루를 나르는데(사실 20kg는 거뜬히 든다고 함) 어디선가 남직원 두 명이 나타나 서로 내가 도와주겠다고 해서 속으로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는 얘기.

이런 얘기들을 듣고 있자니 아름다움, 예쁨은 분명히 힘을 발휘한다는 '불편한 진실'을 깨닫게 된다. 또한 이 환자는 '현대사회에서 예쁜 것이 그 자체로 힘을 발휘할까?'라는 의심에서 시작해 '그렇다'라는 확신을 갖게 되는 과정을 몸으로(?) 알게 된 몇 안 되는 사람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 환자의 얘기를 듣고 병원 직원들 사이엔 무조건 일단 예쁘고 날씬해야한다는 신념이 더 확고해진 것 같다. 필자도 예쁘고 날씬해지는 걸 말리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예쁘고 날씬한 것이 항상 1순위인 것은 왠지 본능적 거부감이 드는 건 왜일까?

아름다움은 분명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힘이 '이목', '시선' 등 대중의 '관심' 또는 '열망'이라는 형태로 표현되고 그 집중된 관심과 열망을 이용해 작게는 명품백을 얻을 수도 있고 크게는 아프리카의 기아를 해결할 수 도 있다고 생각한다. 힘은 쓰기 나름이니까. 글·조인배 지세븐클리닉 원장(대한비만체형학회 학술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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