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갑자기 '아름다움 그 자체가 힘을 가지나?' 이런 명제에 현대인들은 어떤 답을 할지 궁금하다. 예쁘고 아름답다고 속된 말로 '밥이 나오는 것'도 아닐 텐데 이런 명제에 선뜻 "아니오"라는 답을 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아름답고 예쁘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힘'이라고는 말할 수 없을 지라도 적어도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인간들 사이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는 있다고 본다.
어떤 이유로 갑자기 지방흡입 그것도 전신을 하겠다고 내원을 했는지 자세히 물어 보지는 않았지만 허벅지, 팔, 복부+등 순서대로 약 1주간의 터울을 두고 수술을 진행했다. 다행이 키는 크지만 어깨 너비가 너무 넓거나 뼈가 뭉툭하거나 두껍지 않았고, 근육형도 아니고 지방도 잘 흡입돼 수술결과가 좋을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힘든 수술을 연달아 세 번하다보니 육체적·정신적으로 매우 힘들어 하던 시기가 있었다. 그래도 무던한 성격에 의지도 강한 편이어서 세 번에 걸친 수술을 무사히 받았다. 마지막 수술이 끝나고 약 2주가 경과한 시기부터 본격적으로 식이조절과 유산소 운동에 돌입했다. 수술 붓기가 빠지기 시작하면서 가녀린 팔다리와 물 흐르듯 타고 흐르는 등, 허리, 골반, 힙 라인이 환상적으로 이어지면서 전체적이 바디라인이 완성되기 시작했다. 또한 체중이 줄면서 볼살, 턱살이 줄고 만성적인 안면 붓기가 빠지며 숨어있던 갸름한 턱선이 보이고 얼굴이 작아지고 이목구비는 더 또렷해졌다. 매주 사후 관리를 받으러 올 때마다 병원 직원들과 하루하루 달라지고 예뻐지는 본인의 모습을 얘기하며 기뻐하고 설레며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지며 그렇게 한 계절을 보냈다. 어느덧 사후 관리 기간이 끝나고 수술전후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비교해보는 마지막 상담을 하던 날 달라진 자신의 모습이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사진을 바라보며 눈시울을 붉히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녀는 마지막 상담하던 날 몇 가지 본인 사연을 얘기했다. 수술과 다이어트, 유산소 운동을 병행하면서 신체 사이즈가 모두 줄어 가지고 있던 청바지 후크와 지퍼를 잠그고 손을 놓으면 청바지가 쑥 내려가면서 벗겨져 버릴 정도로 변화가 있어 바지를 포함한 이전에 입던 모든 옷들을 버려버리고 예쁘고 슬림한 옷들로 새로 산 얘기.
영화관에서 일할 때 팝콘용 옥수수자루를 나르는데 수술 전에 자신이 40㎏ 옥수수자루 날라도 그 어떤 남자 직원도 도와주지 않고 가녀려 보이는 다른 여직원이 나르면 남직원이 어디선가 바람같이 나타나 도와줘서 '난 도대체 뭔가?' '멘붕'이었는데 수술 후 어느 날 20㎏ 옥수수자루를 나르는데(사실 20kg는 거뜬히 든다고 함) 어디선가 남직원 두 명이 나타나 서로 내가 도와주겠다고 해서 속으로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는 얘기.
이런 얘기들을 듣고 있자니 아름다움, 예쁨은 분명히 힘을 발휘한다는 '불편한 진실'을 깨닫게 된다. 또한 이 환자는 '현대사회에서 예쁜 것이 그 자체로 힘을 발휘할까?'라는 의심에서 시작해 '그렇다'라는 확신을 갖게 되는 과정을 몸으로(?) 알게 된 몇 안 되는 사람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 환자의 얘기를 듣고 병원 직원들 사이엔 무조건 일단 예쁘고 날씬해야한다는 신념이 더 확고해진 것 같다. 필자도 예쁘고 날씬해지는 걸 말리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예쁘고 날씬한 것이 항상 1순위인 것은 왠지 본능적 거부감이 드는 건 왜일까?
아름다움은 분명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힘이 '이목', '시선' 등 대중의 '관심' 또는 '열망'이라는 형태로 표현되고 그 집중된 관심과 열망을 이용해 작게는 명품백을 얻을 수도 있고 크게는 아프리카의 기아를 해결할 수 도 있다고 생각한다. 힘은 쓰기 나름이니까. 글·조인배 지세븐클리닉 원장(대한비만체형학회 학술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