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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에 비싼 고급 디저트·커피에 돈 쓰는 기현상이 생기는 까닭은?

박종권 기자

기사입력 2015-02-09 11:55


불황에 소비자들이 지갑을 꽁꽁 잠갔지만, 값 비싼 디저트·커피 등엔 돈을 아끼지 않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최근 오픈한 프랑스 고급 수제 초콜릿 가게 '라메종 뒤 쇼콜라'는 2㎝ 크기의 초콜릿 2개 가격이 9000원으로 상당히 비싼 편임에도, 매장을 열자마자 예상 매출의 두 배가 팔려나갈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곳에서 인기 있는 제품들은 트러플(190g·10만3000원), 프랄린 기프트박스(16조각·6만3000원), 스몰제스처 기프트박스(16조각·6만3000원) 등으로 대부분 고가다.

신세계 강남점과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에 문을 연 일본 디저트 브랜드 '몽슈슈' 역시 밥 한 낯다 비싼 가격에도 날개돋친 듯 팔린다. 대표 메뉴인 '도지마롤'을 사려고 줄서는 건 기본이고, 오후 3~4시 정도면 품절돼 구입하기도 힘들 정도다. 도지마롤 가격은 1만1000(하프)~1만9500원(롱)이다. 몽슈슈의 월평균 매출은 5억원에 이를 정도로 백화점 내 효자 매장이다.

특급호텔들의 고급 디저트 뷔페도 한창 인기다.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파르나스, 인터컨티넨탈 서울코엑스, JW메리어트호텔 서울, 쉐라톤그랜드워커힐, 르네상스 서울 등의 특급호텔들은 '딸기 디저트 뷔페'를 운영하며 소비자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제철 과일인 딸기를 이용한 고급 디저트를 맛 볼 수 있는 뷔페로 성인 1인 가격이 보통 4만~5만원대다. 식사가 아니라 디저트 뷔페인 것을 감안하면 꽤 비싼 가격이다. 그럼에도 예약이 꽉 차, 3주 이상 대기를 해야 할 정도다. 그랜드인터컨티넬탈 서울의 '스트로베리 컬렉션(성인 4만5000원)'은 2월 셋째주까지 예약이 100%인 상태이고, 쉐라톤그랜드워커힐의 '베리베리 스트로베리(성인 5만8000원)' 뷔페 역시 2월 셋째 주까지 주말 예약률이 90%에 달한다.

영국 귀족 사교문화에서 나온 '애프터눈 티' 메뉴도 비슷하다. 고급 수입 차(tea)와 간단한 디저트로 구성된 세트 가격이 3만~9만원대에 이르지만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 지난해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파르나스 애프터눈티(3만7000~5만7000원) 매출은 전년 대비 2.5배 성장했고, 올해는 지난해보다 손님이 더 많이 몰리고 있다.

한 잔에 1만원 내외인 고급 커피 '스페셜티 커피'도 판매가 2배 이상 늘어나며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스타벅스가 지난해 3월 첫 선을 보인 스페셜티 커피 전문 매장 '스타벅스 리저브'는 생두 신선도·수분율·향미 등의 기준으로 80점(100점 만점) 이상인 고급 커피를 제공하는 곳이다. 전 세계 커피원두 중 상위 7% 내 프리미엄급만 사용하고, 특수 진공압착 추출기로 커피를 만든다. 가격은 6000~1만2000원으로 보통 커피의 2~3배 수준이다. 그럼에도 최고급 커피를 맛보려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스타벅스 서울 소공동점의 리저브 커피는 지난해 3월 개장 후 하루 평균 30여잔이 판매됐지만, 최근엔 하루에 60여잔 이상이 팔리고 있다. 스타벅스는 이 같은 인기를 바탕으로 전국 12개 도시 36개점으로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을 늘렸고, 매장당 하루 평균 50여잔의 리저브 커피가 판매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개장한 엔제리너스커피 '스페셜티 세종로점'도 전체 매출 가운데 17%를 세 종류의 고급 스페셜티(7000~1만원)가 차지하고 있다.

불황으로 소비 자체는 크게 위축되면서 목돈이 나가는 '큰 사치' 대신, 고급 디저트·커피 등의 조금 비싼 먹을거리로 '작은 사치'를 즐기는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계에선 이런 현상에 대해 자신에게 주는 선물 문화(셀프 기프팅), SNS 주목 욕구, 소득 양극화 등을 이유로 꼽았다. 팍팍한 삶에 지친 소비자들이 자신을 위한 위안과 선물의 의미로 지갑을 연다는 분석이다.
박종권 기자 jk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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