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소비자들이 지갑을 꽁꽁 잠갔지만, 값 비싼 디저트·커피 등엔 돈을 아끼지 않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급호텔들의 고급 디저트 뷔페도 한창 인기다.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파르나스, 인터컨티넨탈 서울코엑스, JW메리어트호텔 서울, 쉐라톤그랜드워커힐, 르네상스 서울 등의 특급호텔들은 '딸기 디저트 뷔페'를 운영하며 소비자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제철 과일인 딸기를 이용한 고급 디저트를 맛 볼 수 있는 뷔페로 성인 1인 가격이 보통 4만~5만원대다. 식사가 아니라 디저트 뷔페인 것을 감안하면 꽤 비싼 가격이다. 그럼에도 예약이 꽉 차, 3주 이상 대기를 해야 할 정도다. 그랜드인터컨티넬탈 서울의 '스트로베리 컬렉션(성인 4만5000원)'은 2월 셋째주까지 예약이 100%인 상태이고, 쉐라톤그랜드워커힐의 '베리베리 스트로베리(성인 5만8000원)' 뷔페 역시 2월 셋째 주까지 주말 예약률이 90%에 달한다.
영국 귀족 사교문화에서 나온 '애프터눈 티' 메뉴도 비슷하다. 고급 수입 차(tea)와 간단한 디저트로 구성된 세트 가격이 3만~9만원대에 이르지만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 지난해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파르나스 애프터눈티(3만7000~5만7000원) 매출은 전년 대비 2.5배 성장했고, 올해는 지난해보다 손님이 더 많이 몰리고 있다.
지난해 11월 개장한 엔제리너스커피 '스페셜티 세종로점'도 전체 매출 가운데 17%를 세 종류의 고급 스페셜티(7000~1만원)가 차지하고 있다.
불황으로 소비 자체는 크게 위축되면서 목돈이 나가는 '큰 사치' 대신, 고급 디저트·커피 등의 조금 비싼 먹을거리로 '작은 사치'를 즐기는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계에선 이런 현상에 대해 자신에게 주는 선물 문화(셀프 기프팅), SNS 주목 욕구, 소득 양극화 등을 이유로 꼽았다. 팍팍한 삶에 지친 소비자들이 자신을 위한 위안과 선물의 의미로 지갑을 연다는 분석이다.
박종권 기자 jk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