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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아슬란, 제네시스와 그랜저 사이의 묘한 줄타기

박재호 기자

기사입력 2014-11-04 15:31


현대차 아슬란



아슬란 주행 모습

현대자동차가 야심차게 내놓은 신차 '아슬란'을 시승했다. 미디어 시승회는 4일 파주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을 출발해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을 다녀오는 왕복 약 90km 거리였다. 자유로를 타기전에 시내구간을 약 15km정도 돌고, 자유로에서 고속구간을 경험할 수 있었다.

3990만원에서 4590만원인 준대형 전륜구동 차량인 아슬란은 제네시스와 그랜저 사이에 위치하는 고급 세단이다. 시승을 한 차량은 최고급 모델인 G330 익스클루시브였다. 4590만원짜리에 풀옵션이 다 들어가 차값은 5065만원.

3300㏄ 가솔린 엔진에 최고출력은 294마력, 토크는 31.6㎏·m. 같은 급의 제네시스 엔진보다 마력은 12정도 높고, 토크도 약간 높다. 실제 운전을 하면서 체감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지만 여하튼 제원만 봐도 진보된 것만은 분명하다.

갈때는 직접 운전을 하고, 올때는 뒷좌석에서 편안하게 시승을 했다.

외관은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옆라인은 제네시스, 뒷라인은 K7을 약간 닮았다. 전면은 강렬하고, 후면은 현대 패밀리룩을 강조한 듯 느껴졌다.

처음 차량에 올라 스타트 버튼을 찾았다. 근데 계기판 RPM은 0.5(500RPM)를 가리키고 있다. 이미 시동을 안전요원들이 걸어둔 상태였다. 시동을 걸어두면서 네비게이션을 맞추고, 친절하게도 에어컨도 켜놨다. 근데 기자는 엔진이 꺼져 있는줄 잠시 착각했다. 거짓이 아니고 진짜 조용했다. 새차는 전부 조용하다지만 이건, '물건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센터페시아는 BMW5시리즈와 아주 흡사했다. 전체적으론 고급스런 느낌이었다. 풀옵션 차량이라 헤드업디스플레이와 차선이탈방지장치, 블루링크 패키지 등 제네시스 고급형에서 봄직한 옵션들의 총출동이었다.

엔진은 부드럽고 힘도 좋다. 실제 국산 준대형을 소유하고 있는 기자의 차와 자주 비교하게 됐다. 주행성능만 놓고보면 그랜저보다는 어쩌면 제네시스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속 130km까지는 무리없이 올라가고, 시속 180km가 넘으면 약간 불안하다. 평소에도 이정도 속도를 낼 일이 없어 기자가 심리적으로 불안했던 탓도 있다. 핸들이 좀더 무거웠으면 하는 생각이 살짝 들었다. 일명 '직빨'이라고 하는 직진 가속력은 합격점이었다. 코너링도 생각했던 것 보다는 전륜구동 치고 꽤 안정적이었다. 과속방지턱을 넘거나 요철구간을 지날 때도 걱정 붙들어 놔도 된다.


무엇보다 시속 120km 이상 달리면서도 뒷좌석의 동료 기자와 아무런 거리낌없이 얘기를 주고받을 수 있었다. 풍절음을 최소화시킨 데는 엄지손가락을 들어줄만하다. 다만 하부음이 시속 150km를 넘기면(실제 국내 도로에서 이 속도로 오래 달릴 일은 잦지 않지만) 꽤 올라온다.

돌아올 때는 뒷좌석에서 내부 인테리어를 꼼꼼하게 봤다. 뒷좌석 레그룸은 조수석을 적당히 위치시키면 꽤 넓다. 그랜저보다 약간 넓다는 느낌이 들었다.몸을 폭 감싸는 안락함이 좋다. 특이한 점은 후륜구동인 제네시스는 구동계 때문에 뒷좌석 중앙 발받침대가 툭 튀어올라 있지만 전륜구동인 아슬란은 평평해서 5명이 앉기가 더 편할 것 같았다.

현대차는 아슬란의 전륜구동 특유의 실내공간을 강조했는데 이 역시 눈으로 확인했다.

내장 인테리어의 특이점은 그다지 없었다. 가죽 시트는 4000만원대 차량 정도 수준이다. 오히려 운전석과 조수석 주위의 각종 버튼에 더 눈길이 갔다. 꽤 마감을 잘 했다. 금속의 고급스런 질감이 느껴졌다.

아슬란은 포지셔닝만 놓고보면 '아슬 아슬한' 차다. 제네시스를 갖고 싶어하는 고객과 그랜저에 구미가 당기는 고객 중 한쪽의 눈높이를 낮추거나 한쪽의 눈높이를 높여야 한다. 현대차는 아슬란만을 원하는 고객 수요를 확인했고, 이를 겨냥했다고 하지만 아마도 아슬란을 사려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제네시스와 그랜저를 한두번은 슬쩍 쳐다볼 수 밖에 없다.

분명한 것은 제네시스와 그랜저는 이미 검증된 국산 고급차량이다. 이미 한시대를 풍미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아슬란 역시 차량의 퍼포먼스와 존재감만을 놓고 본다면 소비자의 기억에 남을만한 차다.

관건은 꽤 높은 가격과 약간 아쉬운 연비. 웬만한 옵션을 넣고 타려면 3000㏄(G300)차량도 4500만원은 줘야 한다. 가성비를 떠올릴 수 밖에 없다. 또 공인 연비는 ℓ당 9.5km다. 실제 기자는 이날 시승에서 급가속을 꽤 했고, 기름걱정하지 않고 달렸다. 그래도 고속구간이 더 많았는데 연비는 차량 트립에 표시된 기준으로 7km 내외였다. 좋다면 좋고, 나쁘다면 나쁘다.

연비보다는 정숙함과 안락함을 생각해야만 선택받을 수 있는 차량으로 생각됐다.

현대자동차는 아슬란의 초반 시장반응이 좋다고 발표했다. 신차효과가 살짝 가라앉는 몇달 뒤가 아슬란의 진가를 경험할 수 있는 시기일 듯 싶다. 참, 한가지 변수는 이번 겨울이다. 아슬란은 전륜구동이라 눈길에 특히 취약한 후륜구동 차량에 비해 경쟁력이 있다. 파주=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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