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음료㈜가 최근 '도 넘은 상술'에 대해 법원이 이를 인정하는 판결을 냈음에도 이를 시정하려는 자세를 보이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게다가 하이트진로음료는 법원에 제출한 증거자료를 조작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마메든샘물은 2007년까지 대전·충남지역에서 연 매출 6억원 안팎을 올리는 중소업체였다.
공정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음료는 마메든샘물 소속 대리점들에게 현저한 혜택을 제공할 것을 약정하고, 총 11개 중 9개 대리점을 영입해 경쟁 사업자의 사업활동을 방해했다는 것이다. 또한 하이트진로음료는 나머지 2개 대리점에 대해서도 영입을 추진했으며, 마메든샘물 소속 전체 대리점을 영입하게되면 모든 대리점에 추가물량 지원할 것을 약정하기도 했다.
결국 마메든샘물은 매출의 약 80%가 급감하고 1개의 대리점만 남게 돼 사업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대기업이 자본력을 동원해 중소기업의 필수 영업자산인 대리점 조직을 영입한 행위라고 보고 사업활동 방해행위를 금지하는 시정명령 제재를 내렸다.
이에 대해 하이트진로음료는 마메든샘물의 대리점들이 납품업체를 변경하는 과정에 개입하지 않았다며 소송을 냈다.
하이트진로음료는 "이미 대리점들이 마메든샘물과 갈등을 빚고 있었고, 마메든샘물이 일방적으로 제품공급을 중단하자 계약해지통보를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법원은 하이트진로음료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우월한 지위에 있던 하이트진로음료가 중소 경쟁업체인 마메든샘물과 여전히 계약관계에 있던 대리점들에 상당한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면서 이들로 하여금 마메든샘물 측과 거래를 중단하게 하고, 새롭게 자신들과 대리점계약을 체결하게 한 행위는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저해한 것에 해당한다"며 "시정명령은 정당하다"고 공정위의 손을 들어주었다.
한편, 소송을 벌이는 과정에서 하이트진로음료 측이 증거자료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참여연대는 하이트진로음료가 공정위의 시정명령 조치와 관련한 행정소송 중 증거자료인 물통 사진을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하이트진로음료 측은 당시 마메든샘물의 대리점들이 하이트진로음료의 대리점으로 전환하기 전부터 ㈜시원샘물 등과 상담을 진행했었다며 공급하는 생수통 사진을 법원에 제출했다. 하지만 시원샘물은 하이트진로음료의 사업활동방해 사건이 일어난 이후인 2009년에 설립됐다고 참여연대측은 전했다.
또한 하이트진로음료가 법원에 제출한 시원샘물의 샘물통 사진의 물통 꼭지 부분의 스티커에는 이 샘물의 생산시기가 2014년 2월 11일로 찍혀 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시원샘물의 경우 몇 년 전에 사업을 접었고, 사업장은 전혀 가동되지 않고 있으며 전화번호는 10년 넘게 택배사업을 하는 사업자의 전화번호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재판부도 하이트진로음료측이 제출한 이 증거자료를 수용하지 않았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재판부가 이 증거자료들을 채택하지 않았다는 것 자체가 조작 의혹을 간접적으로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상황이 이렇게 됐음에도 하이트진로음료가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어 잡음이 일고 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법원 판결이 나온지 2주가 지났지만 하이트진로음료 측은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면서 "건실한 중소업체를 파산지경까지 만든 하이트진로음료 측은 도의적 책임을 지고 자발적으로 즉각 손해배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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